그동안 중국을 여러 번 취재했다. 90년대 초 중국의 기업을 취재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의 농업 농촌을 취재했고, 개방이후 급속히 변모하는 중국의 모습을 취재한 바 있다. 그러는 동안 백두산에도 한 번 올랐다.
이제 다시 중국을 취재한다. 중국 속에 있는 우리 역사 현장을 가볼 것이다. 지금까지 가보았던 발걸음 중에 가장 더디고 무거운 발걸음이 될 듯 싶다. 과거 우리 민족의 활동무대였던 요동지역, 중국의 동북삼성을 돌아볼 것이니.

국학운동시민연합(대표 이성민)은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중국에서 “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현장답사”를 한다. 동북아역사재단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답사는 6박 7일 동안 심양, 집안, 백두산, 연길, 도문, 하얼빈 등지로 우리 역사 현장을 찾아본다. 기자는 이 답사단에 합류하여 역사기행을 하기로 했다.
 

첫날(15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심양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청나라 고궁과 요녕성 박물관을 답사한다. 심양은, 우리 어릴 적에 ‘만주 봉천’으로 통했다. ‘만주 봉천에서 독립 운동하던 시절’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독립운동의 근거지였음을 누구나 알았던 것이다. 이 심양은 원래는 심주(瀋州)라고 하였다. 조선시대 정조 때 북학파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의 ‘발해고(渤海考)’를 보면 자고이래로 우리 민족이 살던 곳이었다.
 

“한나라 때에 읍루, 부여, 옥저, 조선 등의 땅이었고, 삼국 진나라 때에는 평주 땅이었다. 후위 때에는 영주 땅이었고, 제ㆍ주나라 때에는 고구려 땅이었다. 수나라 때에는 영주 땅이었고, 발해 때에는 발해에 편입되어 심양으로 되어 정리부에 속하였다. 요나라 때에는 심주 소덕군이었고 금나라 때에 심주 현덕군이었다. 원나라 때에 심양로에 속하였고, 명나라 때에 심양중위에 속하였으니 지금의 봉천부이다.”(유득공, ‘발해고’ 심주)

이러한 심양의 역사를 지금 중국은 오로지 그들의 역사로만 기록한다. 원래부터 중국의 영토였다고.
 

이튿날(16일) 집안(集安)으로 이동해 수천 년 전 고구려 유적을 만난다. ▲환도산성, ▲광개토대왕릉, ▲장수왕릉, ▲고구려 고분 오희분 오호묘, ▲국내성, ▲집안박물관 등을 본다. 집안은 고구려의 국내성이다. 고구려 도읍지였던 국내성. 그 흔적을 지우려 집안이라는 명칭을 그들은 붙였다. 집안시 누리집은 삼국 촉나라 진수(陳壽 233~297)가 쓴 역사서 ‘삼국지(三國志)’를 인용하여 고구려를 설명하느라 애를 썼다. 김부식(金富軾, 1075~1151)의 ‘삼국사기(三國史記)’ 고구려 기록을 인용하면 될 터인데 부족한 ‘삼국지’의 역사를 인용한 이유가 뭘까.

이날 야간 기차를 탄다. 다음날 백두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흰 머리라 하여 백두가 아니다. 백두의 역사를 다시 보리라. 17일 백두산 천지에 오르면 민족의 정기(精氣)를 온몸으로 만끽하게 될 것이다. 이어 화룡과 연길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와 싸워 최고의 승전을 기록한 청산리로 간다. 그곳에서 청산리전투전적비를 볼 것이다. 아! 또한 대종교 3대 종사(홍암 나철, 무원 김교헌, 백포 서일) 묘역을 참배한다.

청산리전투라고 하면 백야 김좌진 장군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게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김좌진은 백포 서일의 지휘를 받았다. 청산리전투에 참전한 철기 이범석의 자서전에 의하면 김좌진이 백포 서일을 뵐 때 무릎을 꿇고 대좌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1983년 이장호 감독이 제작한 영화 ‘일송정 푸른솔’에서 김좌진의 북로군정서 독립군들이 훈련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백포 서일은 독립군의 정신적 지주로서 출연한다.

18일은 시인 윤동주의 모교인 대성중학교를 방문한다. 학교에는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담은 전시관이 있다. 또한 일송정(一松亭)은 답사단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다. 용정시 서쪽으로 약 3km 떨어진 비암산(琵岩山) 정상에 있는 정자 아닌 정자이다. 산 정상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 모양이 정자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일송정이다.

1938년 일제는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이 소나무에 구멍을 뚫어 후춧가루를 넣고 대못을 박는 바람에 말라 죽어버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 정상에 서면 해란강이 내려다보인다. 답사단 누구나 ‘선구자’ 노래를 부르게 된다.

19일은 두만강과 도문시박물관을 간다. 홍범도 장군이 일본군을 무찔렀던 봉오동전적지, 발해 상경성유적지 등을 방문한다. 산시를 거쳐 해림으로 김좌진 장군 순국지로 이동한다. 이곳은 김 장군의 손녀 김을동 국회의원의 아들인 배우 송일국 씨가 2001년부터 매해 진행하는 ‘청산리 역사대장정’ 코스로 유명하다.

20일에는 하얼빈역으로 간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곳이다. 올해 1월 중국에서 건립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한다.

21일 새벽에 송화강을 산책한 후 하얼빈을 출발하여 귀국길에 오른다.

역사 현장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 것인지. 여행은 무엇을 보러 가기보다는 내가 보지 못한 나를 보러가는 것이다. 일상에 젖어 살다 보면 나를 잊고 나를 보지 못한다. 일상에서 떠나 보면 문득 그곳에서 낯선 나를 보게 된다. 내가 잊고 있던 나. 이번 역사 기행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를 만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