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복동 남산제례문화원장(사진=윤한주 기자)
서울 관광객에게 남산타워는 명소다. 남산타워에 오르면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때 단군상이 보이는 건물이 있다. 원구단에서 개천행사를 치르는 남산제례문화원이다.

문화원은 남산케이블카에서 충무로로 내려오는 길 왼편 돈가스 식당가 뒤편에 있다. 서울지하철 명동역 3번 출구로 올라가는 코스도 있다. 중국대사관 영사부로 10분 정도 걷는다. 영사부 옆 남산설렁탕을 지나서 골목을 앞두고 안내판이 나온다.

건물 벽면은 태극기와 함께 “기운 내자 힘내자 대한민국, 기차게 기운 받아 기차게 살자”라는 대형 문구가 보인다. 계단을 오르고 2층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단이 나온다. 중앙엔 환웅(桓雄)을 모신 천진궁이고 왼쪽은 마고(麻姑)를 모신 조상궁이다. 오른쪽은 천부경이 걸려있다. 옥상에는 단군을 모신 천단이다.

지난달 7일 만난 신복동 남산제례문화원장(72)은 주름만 있을 뿐 오랜 수행으로 얼굴이 고왔다. 피부가 왜 이렇게 좋으시냐? 라고 물어보니 “젊을 때 별명이 (하얀) 행주였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1월에 연락했지만, 인터뷰는 고사했다. 제주도에서 수행하고 있어서 그랬다고 한다.

작은 체구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단군 할아버지를 말할 때는 억양이 높아졌다. 먼저 원구단에서 개천절 행사를 지내게 된 이유를 물었다.

“원구단에서 황제가 천제를 고하고 즉위식을 했어.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내가 할 때만 해도 역사 깊은 곳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 내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역사 공부하면서 가까운 곳에 황제가 천제를 지내는 곳을 모르고 무슨 할아버지를 공부한다고? 용서를 빌었지.”

신 원장은 2007년 하늘의 메시지를 받고 오래전부터 천제를 지낸 곳이 어디인가를 찾아 나서게 됐다고 한다. 서울시청, 중구청 등에 나온 자료를 읽다가 ‘원구단’을 발견한 것. “정신이 번쩍 든거지”라고 신 원장은 당시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그때만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몰래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원구단에서 개천절을 지내야 한다고 주창한 박영록 범민족화합통일운동본부 총재(초대 민선 강원도지사, 4선 국회의원)를 2010년도에 만났다.

“박 총재가 개천행사를 10일 앞두고 제를 지낼 사람이 자빠졌어. 당황스럽잖아. 나에게 와서 신 원장이 주관해 달라. 그래서 그때부터 시작한 거야. 작년에는 남산제례문화원이 중구청의 허락을 받고 정식으로 신청해서 하게 된 거야.”

원구단 행사를 도와준 사람들도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못 도와줘서 애가 타. 의자 빌리려면 돈이 없잖아. 회원 중에 관광 버스기사가 있어. 그 분이 사직동에서 의자 50개, 동사무소에서 50개를 새벽에 가져와서 남자들과 다 설치해. 그리고 앰프나 천막 설치하는데 돈이 많이 들잖아. 동사무소를 찾아가서 ‘동장이 (행사) 참여는 안 하면 이거라도 도와라. 중구 원구단은 당신들이 할 일이야. 내가 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내가 돈 달라고 했어. 그러면 담당이 죽으라고 그래(웃음)”

그는 개천절 행사를 앞두고 진행할 사람을 찾느라 구할 돈을 찾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그때는 (사람들이) 내 얼굴이 아니래. 맡겨놓은 것처럼 돈 달라고 하니, 내가 생각해도 도둑년이지(웃음) 할아버지는 미소만 짓고 계시고”

▲ 지난해 11월 5일 서울 중구 원구단(조선호텔 옆)에서 개천 축제가 열리는 가운데 신복동 남산제례문화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제공=매일종교신문)

행사는 회원들의 십시일반 성금으로 성황리에 마쳤다. 찾아준 시민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음력 개천절을 지낼 때가 (날씨가) 추워요. 따뜻한 국물이 필요해요. 나이든 사람은 막걸리 한 잔 먹으면 뜨뜻하잖아요. 홍어, 돼지 편육, 몇 가지 안주도 준비해요. 그 추운데 그 사람들이 절 보고 오겠어요? 우리 조상님, 국조 할아버지 개천절 행사를 기억해서 지방에서 오는데 얼마나 감사해요. 내가 일일이 차비는 못해 줘도 달력과 수건 하나, 떡을 봉투에 담아서 드리죠.”

신 원장은 지금 하는 원구단 천제에 만족하지 않는다. 많은 관광객이 천제를 봐야하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겠다는 것. 나아가 대통령 취임식에도 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제도 즉위식 하기 전에 원구단에서 천제를 지내는데, 대통령도 취임식을 하면서 천제를 지내자”

■ 신복동 원장

서울 중구에 태어난 신복동 원장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21살에 직업군인인 남편을 만나 1남 3녀를 낳은 뒤에는 ‘신의 계시’로 인해 가정이 혼란을 겪으며 불교에 심취했다. 이후 평범한 주부로 돌아온 그는 일식집, 삼계탕집 등을 운영해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또 다시 찾아온 인생수난을 겪으며 신통력이 생겨 ‘동자보살’로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일본에서도 활동했다. 1989년에는 현재 남산에 터를 정하고 동자보살을 모셨다. 지난 1995년에는 지장보살을 모시고 법당을 세우기 위해 생식기도를 하던 중 “백두산에서 기도하라”는 계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기도장소를 백두산으로 옮긴 이래 그는 천부경에 심취하게 된다. 대종교, 무속인, 도인, 학자들을 찾아다녔다. 한때 경남 남해에 단군성전을 건립한 고(故) 김연섬(金淵蟾) 선사 밑에서 공부했다. 이후 법당 대신 남산천제단을 설립해 환웅을 모시고 천부경 전파에 나섰다. 현재 남산제례문화원은 ‘천부경 강해’, ‘풍수지리’, ‘태극기와 건강생활’, ‘정체 치유법’ 등을 주제로 대중강의를 무료로 열고 있다.

▲ 서울 남산타워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면 오른쪽 밑으로 대형 태극기와 단군상을 볼 수 있다. 이 건물이 남산제례문화원이다. 왼쪽은 원거리에서 촬영했고 오른쪽은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이다.(사진=윤한주 기자)

■ 찾아가는 방법

남산케이블카 입구를 찾으면 된다. 이곳에 도착해서 남산왕돈가쓰집을 근처에서남산제례문화원 안내판이 보인다.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2층 건물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서울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중국대사관 영사부로 10분 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식당을 지나면 역시 안내판이 보인다.

주소: 서울 중구 남산동 2가 49-21 남산제례문화원
전화: 02-774-6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