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춘기를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라고 한다. 질풍노도란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을 뜻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중간 시기를 보내는 것은 그만큼이나 변화무쌍하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사춘기가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변화'에 있다. 더 이상 어린이도, 그렇다고 해서 바로 어른 대접을 받을 수도 없다. 진짜 얼이 큰 어른이 되기 위해서 몸도 마음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또 적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다 보니 좌충우돌이 잦다.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고민도 많아진다. 태어나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것도 사춘기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 반항에 대해, 종잡을 수 없는 감정기복에 대해 죄책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 사춘기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겪는 삶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죄책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보고 듣고 느끼면서 익혀가는 시기라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그러하다. 인류 탄생의 기원을 300만 년 전으로 본다면 사춘기라 하기에 지나치게 늦은 나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구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이후,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한 나라의 환경이 전 세계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을 기준으로 삼자면 우리는 지금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글로벌'이라는 단어로 전 세계가 하나의 문화, 하나의 경제를 공유하면서 인류는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돈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는 가치가 되었고 경쟁의 시대에 속도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석탄에서 석유, 전기를 넘어 이제는 디지털이 우리 생활의 전반을 장악해가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은 이미 인간 양심의 속도를 넘어섰다. 순식간에 몸은 어른으로 자랐는데 어른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우리는 익히지 못했다. 사춘기의 반항은 이미 도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 생명 그 자체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엉킬 대로 엉켜버린 이 상황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종교나 국가에 많은 가치를 두었다. 절대자의 존재를 통해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사춘기의 반항을 잠재우고자 했고, 강대국의 힘으로 눌러보려고도 했다. 그 결과, 신도 국가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만 확인하고 있다. 티끌과 같은 존재인 나는, 그저 질풍노도의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흘러가버리고 마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힐링 소사이어티(Healing Society)> (이승헌 저, 한문화). 2000년 미국에서 먼저 발간된 이 책은 당시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발간 한 달 만에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베스트 셀러 1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전 세계적 깨달음을 위한 가르침'이라는 책의 부제에 걸맞게 뉴욕 보스턴 LA 등 전역에서 저자 강연이 이어졌다. 애틀랜타 시는 저자가 애틀랜타에서 강연한 날(2001년 10월 28일)을 기념해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의 이름을 담아 '일지리의 날(Ilchi Lee Day)'을 선포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 세계 경찰국가로 지구촌 분쟁과 전쟁에 조정하는 미국,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이 어째서 동양에서 온 한 사람의 이야기에 이토록 귀를 기울인 것일까. 퓰리처상 운영위원장이자 '뉴욕타임스'의 편집장이었던 시모어 타핑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와 당신 같은 평범한 사람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의 책'이다."
 

 <힐링 소사이어티>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종교인, 정치지도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을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깨달음(Enlightenment)'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깨달음이란 특별한 사람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고, 산속에 홀로 살면서 고행 끝에 이르는 상태도 아니라고 한다.

 <힐링 소사이어티>가 말하는 깨달음은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저자인 이승헌 총장은 "깨닫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선택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제안한다. 깨달음은 이미 이루어져 있으므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10가지를 화두를 제시한다. ▲우리는 깨닫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사람이면 당연히 깨달아야 한다 ▲깨달음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깨달음을 '개념'이 아니라 '경험'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절대로 혼자서 완성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없다 ▲깨달음을 위해 당신의 일상을 포기하지 말라 ▲깨달음을 원한다면 명상에 머물지 말고 힐링(치유)으로 나아가라 ▲나와 당신 같은 보통 사람들의 깨달음 없이는 지구의 미래도 없다 ▲우리에게는 깨달을 권리가 있다 ▲깨달음만이 희망이다.

 이 10가지 통찰을 통해 <힐링 소사이어티>가 말하는 것은 분명하게 정리된다. 이 지구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속에서 함께 부대끼며 깨달음을 몸으로 행하고 서로를 힐링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내'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하여 '깨달음의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완전한 성품, 참 자아가 있으므로 깨달음은 선택된 자가 아닌 인간 모두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고 말이다. 깨달음이 대중화된 사회, 깨달음이 하나의 공통된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을 때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힐링 소사이어티>의 저자인 이승헌 총장(사진 좌)은 2000년 미국, 2001년 한국에서 이 책을 발간한 것을 계기로 2001년 6월 서울에서 '제1회 휴머니티 컨퍼런스-지구인 선언대회'를 개최했다. 컨퍼런스에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사진 우)이 참석해 지구인 정신과 평화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정치인이었던 앨 고어는 이후 지구온난화 등에 대한 문제를 적극 제기하며 환경운동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이승헌 총장의 공식 홈페이지 www.ilchi.net]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현재 사춘기를 겪고 있는 인류는 우리가 주로 접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정보의 질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요즘 우리가 쉽게 접하는 정보는 대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들이 많다.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이런 내용들을 앞세우고 사람들은 서로 싸우고 대립하는 부정적인 정보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런데 뇌는 긍정적인 정보를 입력할 때 창조성이 살아나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나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인류는 70억 명의 '나'가 모여 만든 하나의 인격체이다. 종교도 못하고 나라도 못하는 일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수에 의한 집단적인 선택과 용기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깨달음을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 <힐링 소사이어티>는 "긍정적인 정보를 '뇌'에 갖고 있는, 깨달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1억 명이 모이면 인류의 운명이 바뀐다"고 말한다.
 

 <힐링 소사이어티>는 2000년 11월 미국에서 발간된 뒤, 2001년 2월 한국에서도 독자들을 만났다. 당시 '깨달음이 희망이다' '깨달음은 실천이다' '깨달음은 선택이다'와 같은 문구가 사회적인 유행이 될 만큼 한국에서도 많은 독자들이 '깨달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 공감했었다.

 그리고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회, 돈 앞에서 자식이 부모를 저버리는 사회, 국민 전체의 생명보다는 뇌물을 우선하는 사회, 이것이 2013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이 된 무한 경쟁 사회에서 '힐링'은 또 하나의 새로운 돈벌이를 위한 닳고 닳은 단어가 되어버렸다. 

 2013년, 다시 '힐링'을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힐링 소사이어티'를 꿈꿔본다.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고통의 원인이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물질적인 진보에 비해 영적인 성숙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임을 알고, 깨달음을 통해 우리 사회에 희망을 제시하고자 하는 실천적인 움직임이 다시 일어나기를 염원해본다.


 [판 밖에서 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깨달음만이 희망이다'라는 화두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 힐링 소사이어티를 만들기 위해 나온 <힐링 소사이어티>의 구체적인 실천편을 다루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린 10년 후를 위해,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힐링 소사이어티를 위한 12가지 통찰>을 통해 살펴본다. 

 

 
[판 밖에서 보다] 기사 보기 (제목 클릭) - 

이야기 하나 ㅣ 이 시대에 물음표를 던지다
물질이 장악한 2013 대한민국, 더 잘살면 더 행복해지리라는 믿음은 끝났다

이야기 ㅣ 다큐멘터리 <스라이브>, 선택을 논하다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사람들, 파멸과 번영의 갈림길에 서다

이야기 ㅣ 다큐멘터리 <체인지>, 변화를 말하다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 이미 내 삶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이야기 ㅣ 책 <호모 이코노미쿠스>, 새로운 인간상에 던지는 질문
끝없이 욕망하고 소비하는 당신 진짜 행복한가

이야기 다섯 ㅣ <힐링 소사이어티>, 깨달음의 대중화를 말하다
인류의 행복, 그 시작은 나의 선택과 실천에서 비롯된다

이야기 여섯 ㅣ <힐링 소사이어티를 위한 12가지 통찰> 깨달음, 생활이 되다
"내가 희망이다. 나 한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이야기 일곱 ㅣ 물질문명 속 균형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나는 건강한 세포인가, 아니면 균형을 잃은 암세포인가

이야기 여덟 ㅣ 균형을 찾기 위한 평화의 원리와 방법
당신이 사는 세상, 평화롭습니까?

이야기 아홉 ㅣ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속에서 죽음을 맞을 것인가
"Take Back Your Brain! 당신의 뇌를 되찾아라!"

이야기 ㅣ '지구 멸망'이 아닌 '인류 멸종', 새로운 시대가 필요하다
"뇌가 있는 나와 당신, 우리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