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New Seven Wonders of Nature)에 도전하고 있다.

 최소 1억 명 이상이 투표해야 순위에 들 수 있다고 전망하는 가운데, 지난 5월 24일에 사단법인 국학원과 제주도범도민추진위원회는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했다. 이번 체결식의 숨은 주역은 제주 돌하르방처럼 푸근한 인상을 가진 고성보 제주국학원장. 그의 역할이 컸다.

 지난 5월 25일, 보슬비가 내리는 제주국학원에서 만난 고성보 원장.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정장차림의 고 원장은 누가 보더라도 반듯한 공무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 23년이 넘도록 공무원 생활을 했으니 그도 그럴 법한데, 그가 털어놓은 과거는 현재와 전혀 달랐다.    

▲ 고성보 제주국학원장
  

죽음 앞에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5살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나갔는데, 상여가 보였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저건 뭡니까?' 라고 물으니, '춘난이 아버지 죽어서 묻으러 간다.'라는 겁니다. 다시 할아버지에게 '죽는 건 뭐고, 묻는 건 뭐에요?'라고 물었고 그 질문 한 달간 했던 것 같아요"

 당시, "죽는구나! 누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커가면서 힘들었다. 한 달간 질문해서 답을 확실히 들었지만, 믿어지지 않아 다시 한 달간 질문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할아버지가 '시끄럽다'라고 곁에 오지도 못하게 할 정도였다고 말하였다.

 제주도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어서 누구보다 승진이 빨랐지만, 기쁘지 않았다는 고 원장.
 “축하술 마시러 갔다가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국장, 과장이 무슨 의미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고 원장은 그동안 불교 참선, 서양의 마인드 콘트롤, 요가, 수지침, 최면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고 밝힐 만큼 깨달음의 열망이 강했다.

깨달음의 갈망, ‘국학’을 만나 해소되다!

 고 원장은 어느 날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 파견가게 되었는데, “당시 과장님이 '고 사무관 여기 혼자 살려면 심심할 텐데, 나랑 단학수련을 해보러 가지?" 라고 물어봤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 원장은 오히려 과장에게 “거기 가서 수련할 거라면 제게 수련받으십시오. 제가 거기보다 더 잘합니다.”라고 말하여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날 누군가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얼굴이 환한 거에요. 제가 보기에는 얼굴이 형광등인 겁니다. 그리고 '아~ 저 분 대단하다.' 라고 생각했고 '저 분 누구십니까?'라고 물었는데, 알고보니 건설교통부 파워브레인 동호회장이었다고(웃음).

 고 원장은 '저런 얼굴이 나올 정도면 수련할만하다' 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2004년 4월 28일부터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수련을 한달 열심히 하니깐, 내가 갑옷을 입고 있더라고요. 몸이 온통 다 막혀있어서 거북이 등처럼 굳어 있는 것이 느껴지는 겁니다. 이것을 풀려고 수련을 미친듯이 했어요. 미치 듯이 하다 보니깐 풀리더라고요.“

 이후로 2년 만에 공무원을 그만두었으니 고 원장이 원했던 깨달음과 국학 활동과 접합점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렇죠. 수련하면서 우리에 대한 역사와 홍익정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홍익정신의 삶이 곧 깨달은 자의 삶이다. 깨달은 정신을 전파한 것이 우리 조상들이 해왔던 일이었구나! 라고 알게 되니 이 활동이 보람있는 겁니다, 내가 살아가는 내 가치와 딱 맞아떨어졌으니깐요."

 국학 활동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자신이 풀지 못한 깨달음에 대해 정리해준 것만으로도 갚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고 말하는 고 원장. 그의 미소에 깨달음을 추구했던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비치는 듯 하다.    

▲ 제주역사문화공원을 소개하는 고성보 제주국학원장

제주만의 특별함, 여기가 국학의 모델이 될 것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지 제주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고 원장은 그 이유를 역사적으로 풀어냈다.

 “(제주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18,000명의 신이 전해집니다. 우리나라가 종교 백화점이라고 그러는데, 제주도는 더욱더 뛰어난 신들의 섬이고 굉장히 정신적인 것이 많은 섬입니다.”

 조선시대에 제주도에 대한 기록을 보면, ‘절 오백 당 오백’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현재 자연부락이 555개인 점을 감안해 본다면, 마을마다 절 하나 당 하나가 있었다는 뜻이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굉장히 단단한 공동체 사회에요. 제주가 삼무(三無)의 섬인데, 예전에는 실제로 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고, 이웃이 아무리 못살아도 부모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자녀가 결혼해도 다 치를 수 있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어요.”

 외부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고 녹아들기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지만, 남제주군 안덕면에서 감산리에서 나고 자란 ‘본토박이’이자 제주고씨 고성보 원장. 어느 임계점이 지나면 폭발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 자신하였다.

 “먼저 제주도의 43개 읍면동까지 국학을 조직화하고 저변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각 단위기능이 제 역할을 해서 커 나갈 수 있도록 만들 거에요.”

 특히 국학원 설립자인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학교)의 KCTV 초청 강연회에서 제안한 ‘힐링파크 매니저’는 행정기관에 제안하여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사꾼이라고 부르기보다 명상, 장생, 건강을 가미시킨 새로운 이름 ‘힐링파크매니저’ 교육을 한다면 자긍심도 살아나고 젊은 사람들이 다시 들어올 수 있는 농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국학원만의 비전에 대해 ‘너무 많다’라며 기자에게 계획서를 쥐어줄 정도였다. 고 원장이 특별하게 신경쓰는 부분으로 매주 백 명씩 찾는다는 국내외 명상여행단 맞이에 있다고 밝혔다.

 "국내외 명상여행단을 잘 맞이할 수 있기 위해 외부 3만 평 규모의 외부 산책로를 환경적으로 정비할 것입니다. 국학원 진입로에는 코스모스 꽃길을 조성하고, 국학원 영내에는 호박 1500그루를 심을 것입니다. 한 그루에 보통 서너 개 달린다고 보면 나중에 산책 오시면 5,000개 이상의 호박이 장관을 이루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가을에 다시 방문한다면, 제주국학원 산책길마다 노랗게 익은 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마지막으로 고성보 제주국학원장은 “국가에서 제주특별자치도를 지정한 것은 어떤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저는 여기서 뭔가 국학의 모델을 만들어서 전국으로 전파하고 싶습니다.”라며 국학의 발전을 위해 밑거름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