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따뜻한 봄날 아침, 최전일 충남 국학원장을 만나기 위해 충남 천안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다. 최전일 국학원장은 국학기공 분야에서 소문난 명(名)트레이너이다. 5년 전 전국 20개 도시에서 열린 'HSP 정충호흡법' 무료 국민건강 강연회에는 최소 몇백 명에서 최고 1만 명이 넘게 참석했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침착하게 정충호흡에 대해 설명하던 그였다. 또한, 각종 국학 관련 강의에서 몸소 시범을 보이며 많은 사람을 정충호흡과 국학기공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했다. 소문난 트레이너답게 TV 방송 출연과 신문 지면에 많이 노출되어 왠지 화려한 언변과 말솜씨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최 원장은 한 대의 작은 카메라 앞에서도 어색해하고 인터뷰 내내 쑥스러워했다.

최전일 국학원장은 5년 전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었던 천안에 와, 충남국학교육원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들었다. 국학기공 강사 역량의 업그레이드에 중점을 두고, 전문강사 양성에 집중한 결과, 학교, 공원, 양로원, 복지회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국학을 알렸다. 이제 어느덧 62개의 국학기공 외부수련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최 원장은 지난해 『제11회 천안시장기 생활체육 한마음 축제 및 어르신ㆍ 어머니 대회』에서 생활체육 저변확대와 체육지도자 양성에 관한 공로를 인정받아 성무용 천안시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천안시민 10%에게 국학을 전하겠다는 꿈을 펼치고 있는 최 원장을 만나 충남 국학원의 활동상황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5년전 허허벌판만 같았던 충남국학원은 어느덧 62개 외부수련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사진=충남국학원 최전일 원장)

▶ 국학기공 수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어렸을 때부터 단전호흡, 기(氣), 도(道)에 관심이 많았는데, 94년 단학선원(현 단월드)의 수련을 접하고 공원에 나가 국학기공 강사 활동을 했다. 우리 집안의 신조는 남한테 폐는 끼치지 말자였다. 그전까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거나, 나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나 혼자 살기 바빴다. (웃음)

공원에서 국학기공을 알리며 몸에 마비 증상이 있는 분이 와서 건강해지는 모습도 지켜보고, 할머니들이 슬쩍 우유도 갖다 놓으시는 것을 보면서 행복했다. 내가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구나. 누군가가 행복해 질 수 있구나. 아침마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구나. 그때 당시에는 홍익철학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뭔가 가치가 있는 일이 있구나!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  충남 국학원의 활동 방향에 대해 묻고 싶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공업도시인 천안은 토박이는 25%에 불과하다. 특히 30~5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들이 천안에 와서 가장 어려워하는 점이 교육 문제이다. 비평준화 지역이라 초등학교 때부터 과열 경쟁 구도 속에서 부모, 자녀 모두 힘들어 한다. 교육의 궁극적인 주체는 부모라고 생각한다. 현재 충남 국학원에서는 '뇌교육 부모교육' 기본, 심화 과정을 하고 있는데, 이를 전문가 과정으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공부를 잘할 수 있고, 기본적인 인성교육, 홍익가정을 만들 수 있는 종합적인 문화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국학평생교육원으로 주말에 가족단위로 쉽게 방문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사교육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대안이 없다. 홍익인간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국학과 뇌교육을 통해서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정말 부모들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교육을 하지 않고도 정말 자신 있게 자식을 키울 수 있도록 주말에는 다 같이 와서 함께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충남국학원은 젊은 부부, 예비 부모에게 바른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자 한다. 인간성이라는 것은 영유아 때 생기지 않으면 습관 바꾸기가 너무 어렵다. 우리에게 코리안 스피릿, 홍익철학이라는 훌륭한 콘텐츠가 있고, 그것을 대중화시키고 싶은 것이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본다.

▶  충남 국학원의 비전, 꿈은 무엇인가?

충남은 교육 문화 환경이 수도권, 광역시와 비교하면 열악한 편이다. 충남국학원이 충남주민들에게 문화적으로 충족시켜 주고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천안에는 충남국학원 뿐만 아니라 민족 국혼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사단법인 국학원이 있다. 이곳을 코리안 스피릿이 살아 있는 국혼 중심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 여기가 아니면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천안 시민이 코리안 스피릿이 살아 있는 국혼 중심인 지역에 살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스피릿(Spirit)의 중심은 천안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와 교사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어렵고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충남의 국학기공 강사들이 어느 정도 활동할 수 있는 기본을 함께 만들었다. 국학기공 강사들이 부모교육 전문가, 국학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시스템화할 예정이다. 충남은 예로부터 애국충절의 고장이라 불렸고, 많은 애국열사들이 탄생한 곳이다. 제2의 애국열사들이 다시 탄생할 수 있는 붐을 일으키고 싶다. 뇌교육과 국학으로 무장한 애국열사가 나오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 국학기공의 소문난 트레이너이기도 한 최전일 원장이 '지구기공 12수'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지난 17년 동안 국학을 알리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NGO에서 일하다 보니 운영에 대해 고민하고 부담감을 많이 가졌다. 매월 임대료 낼 걱정에, 손실이 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가장 기쁜 일은 나와 같은 홍익인간이 나오는 것이었다. 홍익인간이 홍익인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홍익리더이다. 스트레스, 힘든 순간들이 그걸로 모든 게 상쇄되며, 그것 이상 기쁨이 없는 것 같다.

천안을 비롯한 충남 지역은 국학기공을 원하는 곳이 많은데 강사가 부족하다. 그래서 작년(2010년) 충남 국학기공에서는 외부수련장 전문 지도자 과정을 만들어 10명 정도 국학기공 강사를 양성했다. 그들은 순수하게 새벽 공원이나 마을회관 등에서 국학기공을 만나 국학기공 강사가 되길 희망했다. 나도 그랬지만, 사람들은 자기와 같이 세상을 향해 홍익철학을 펼칠 수 있는 홍익인간이 많이 나오길 원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60, 70대는 노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이들을 위한 사회 기반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충남 국학원은 이들이 퇴직 후에도 사회를 위해 홍익할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다.


▶  일을 진행하면 누구나 장애에 부딪히고, 환경을 탓하게 된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처하는가?

막상 일이 생기면 편해진다.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에너지를 끌어내고, 뇌를 쓴다. 죽든 살든 둘 중의 하나라는 마음으로 사람을 찾고, 자금을 모은다. 환경은 힘들지만, 목표를 가지고 무언가에 몰두할 때는 편하다. 하지만, 성격이 급해 빨리 진행해야 하는데 진도가 안 나간다는 것이 느껴지면 힘들어진다. 기다려야 하는, 뭘 할 수 없는 단계가 나에겐 가장 힘든 순간이다.

내가 주인이 되면, 내가 무언가를 책임져야 하면 그때 몸은 힘들지만,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편하게 하세요.'가 정말 좋은 것이 아니다. 내 일이라고 할 때, 진정 주인이 될 때 적당히 하는 것보다 고생해서 목표를 이루었을 때 그게 더 기쁘지 않은가?


충남을 국학 도시로 만들기 위해 초석을 다진 최전일 국학원장에게 천안은 어느덧 제2의 고향이 돼버렸다. 충남국학원 최재호 사무처장은 "원장님은 2006년 충남 국학원이 제대로 된 형태를 잡기 전에 오셨다. 충청도 사람 특유의 내색 않는 내성적 성향으로 힘드셨을 법도 한데, 뭔가를 하면 꾸준히 끝까지 해내는 장점을 끄집어내셨다.”고 한다.
최 원장은 단점을 고치려고 하기 보다는, 장점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충남 국학기공 강사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존중해 주었다. 그의 부단한 노력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초석을 다지고, 내실화에 중점을 둔 충청도 스타일의 국학이 자리 잡았음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