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소녀 시절 김유경(40) 국학원장은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도무지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세상을 등지겠다' 마음먹고 날짜를 잡아두었다.

 그 해 12월, 삶의 마지막 날도 정했겠다 편한 마음으로 TV를 보고 있는데 장애우들이 나왔다. '나에게는 어떤 의미도 없는 이 팔과 다리를 저들은 저리도 간절히 원하다니…' 충격이었다. 그리고 섬광처럼 한 가지 생각이 번쩍 들었다. '아,  내 인생도, 나도 가치가 있다. 저들을 도와야겠다.'

 그 길로 소녀는 그들을 찾아 나섰다. 장애우, 길거리 노숙인들이 소녀의 친구였고 또, 동료였다. 열여섯에 시작된 인연은 이후로 십수 년간 그녀를 사회사업가로 살게 했다. 혼신의 힘을 다 했다. 그들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기를 바라며 정말 즐겁게 일했고 그들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그들은 말했다.

 "넌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넌 팔도, 다리도, 집도, 가족도 다 있잖아."

 온 청춘을 바쳤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난 안 돼.”  진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진짜 인생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그걸 알려줄 수 있을지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유학을 선택했다. 사회복지에 대해 더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독일에 공부할 학교도 정해둔 그녀에게 6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찰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법을 알아가면 좋을 것 같아 명상교육기관 단월드를 찾았다. 그 첫날, 특별 강연회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단월드 설립자이자 현대 국학운동의 창시자인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의 강연회였다. 그 자리에서 이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깨달음은 선택입니다. 내 몸과 마음은 내가 아니라 내 것입니다."

 이 단 두 마디에 그녀는 인생길을 급선회했다. 그녀는 그 순간 깨달았고 또 선택했다.

▲ 김유경 경기북부 국학원장

지난 4월 8일, 사랑방 같은 경기북부 국학원에서 파주시와 고양시의 국학운동을 책임지고 있는 김유경 국학원장을 만났다. 열여섯 살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이 업(業)이 되어 사회사업가로 세상과 소통했던 그녀, 이제는 국학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 주름이 졌다가 펴지기를 반복하는 미간. 바쁘다 바빠.
 "제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아, 아직 아무 말씀도 안 하셨는데요." 
 "(웃음)그럼 이제 해볼까요?"

 
 뇌교육 세미나 준비에 여념이 없는 활동가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유쾌한 그녀와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 삼일절 행사, 경기북부 국학원의 존재를 지역사회에 알린 큰 기회

▶ 경기북부 국학원이 올해 삼일절 행사를 지역치고는 크게 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더 크게 한 곳도 많을 텐데, 우리 지역에서 이렇게 크게 한 것은 처음이었다. 장소부터 무대설비, 행사 진행 등 비용이 1,500만 원 가량 드는 행사였는데, 비용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 솔깃하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했나.

 스폰서를 많이 받았다. 처음에 행사를 준비할 때는 스폰서를 유치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국학 활동가들이 뜨거운 심정으로 움직였고 행사 프로그램을 정말 잘 기획했다. 그랬더니 행사가 가까워지면서 여러 군데 병의원이나 협회, 지역 기업 등에서 많은 후원을 해줬다. 장소와 음향은 일산 라페스타에서 무료로 제공해줬고.

▶ 이번 삼일절 행사 때 ‘민족대표 33인’처럼 ‘고양시 대표 33인’을 선정했다. 행사를 얼마나 고민하고 준비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경기북부 국학원이 활동하고 있는 파주시와 고양시는 특징이 가족중심이라는 점에 착안, ‘홍익가정 100만 클럽’을 창설했다. 클럽을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려니 지역에서 폭넓게 활동하는 행정가나 정치인, 단체장 등과 연결이 필요했다. 그런데 올해 초만 하더라도 연결된 지역 사회지도층이 있다면…나 정도? (웃음)

 삼일절을 준비하면서 우리 존재를 알리고 어필하기 위해서 지역 인사들과 국학원이 연결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활동가 모두 한마음으로 고민했다. 축사만 하고 사라지는 3.1절 행사가 아니라, 그들이 주인공으로 끝까지 함께 하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가 바로 고양시 대표 33인을 뽑는 것이었다.

▲ 경기북부 국학원이 주최한 삼일절 행사, 고양시 대표 33인이 참석하여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33인 한 사람, 한 사람 콘셉트를 잡았다. 정치인, 행정가, 기업인, 봉사자, 젊은이, 문화인 등. 리스트를 작성해서 연락했다. 행사 당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최성 고양시장은 민족의 구심, 정신을 지키는 국학원이 고양시에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고, 고양시의회 김필례 의장은 유관순 연극 보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기대 이상의 수확이 많았다. 앞으로도 매달 국학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홍익'이라는 씨앗을 틔우고자 한다.

= 경기북부 국학원의 힘, 합심대도(合心大道) 경기북부 국학활동가

▶ 앞서 경기북부에서는 이번 삼일절 행사처럼 큰 행사는 처음이었다고 했는데, 정말 준비를 많이 한 행사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활동가들의 움직임이 손발이 착착 맞아떨어지듯, 전략적으로 준비한 것 같다.

 행사 준비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했다. 올해 국학 활동 전반에 대해 기획을 하면서 이번 삼일절 행사도 준비했다. 특히, 삼일절은 한 해 국학 활동의 출발점이니만큼 시작을 잘 하기 위해 많이들 집중했다.

 행사하면 한 번에 80~90명의 활동가가 움직인다. 그 중 핵심이 40~50명.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움직인다. 고양시와 파주시의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움직이시는 정말 훌륭한 분들이다.

▶ 활동가들은 자신의 생업을 갖고 국학 운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기복이 있기 마련인데, 활동가들에게서 한결같은 마음을 이끌어내는 비법이 있나.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실은 내가 일만하는 걸 싫어한다. (좌중 폭소)
무엇을 하든 적절한 긴장과 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웃음) 그래서 행사 끝나고 좀 놀자고 하면, 우리 활동가들이 "국학원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럴 때 바짝 더 일해야죠" 하면서 나를 나무란다. (웃음)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었던 힘은 '성공정보'다. '홍익'이라는 큰 뜻을 품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사람은 지친다. 우리 일이 그렇다. 당장 결과가 눈에 안 보일 수도 있다. 그게 지속되면 마음이 죽는다. 그런데 정말 미친 듯이 해서 성공하면 고생한 것은 다 잊게 된다. '내가, 우리가 해냈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잘 해냈다'는 정보만 뇌에 남게 된다. 그러면 마음이 더 크게 살아난다. 그게 포인트다.

 어느 정도 열심히 한 후, 결과가 안 나와 지쳐 떨어지는 게 아니다. 정말 미친듯이 해서 성공적으로 해내면 힘들었던 기억은 잊고 우리가 멋지게 해냈다는 더 큰 가치를 얻게 된다. 첫 아이를 낳으면서 죽을 것 같았는데, 둘째 아이를 또 낳듯이. (웃음)

▲ 경기북부 김유경 국학원장(좌)과 최성 고양시장(우)이 삼일절 행사를 함께 지켜보고 있다.

▶ 사람들이 지쳐서 마음이 죽지 않게, 미친 듯이 해서 살아나게끔 하려면 리더, 국학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도록 해주는 것이다. 우선은 정서적으로 통하는 게 중요하다. 마음이 통해야 머릿속 정보도 서로 통하게 된다. 국학에 대한 사명감은 모두 갖고 있다. 나는 그 사명감의 온도를 뜨겁게 높여,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으러 가고, 놀러도 같이 가고 하면서 계속 통하고자 했다.

 둘째는 코리안스피릿(홍익철학)이 뿌리내린 경기북부를 만들겠다는 목적지를 향해가는 활동가들에게 살짝살짝 방향을 제시해주면 된다. 서로 통해서 마음이 하나가 되면 그 지도는 활동가들이 알아서 만든다. 그리고 국학활동에 대한 온도가 높아지면 절로 절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나는 옆 길로 잘 못 가고 있을 때, 조금 더 쉬운 길이 있을 때 약간의 방향 선회만 도와줄 뿐이다. 이렇게 해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횟수가 늘어나면 자신감도 생기고 확신도 생기게 된다.

▶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일전에 이승헌 총장께서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특별한 사람이 무언가를 해내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복사해내지 못한다. 그런데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모여서 기적을 만들어 내면 사람들은 놀라워하면서도 '아, 나도 가능하다'고 여겨 카피를 해낼 것이다."

 경기북부 국학원이 '보통 사람들의 기적'을 만드는 곳이 되고자 한다. 우리 지역에 특출나게 뛰어난 인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하지만 국학운동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가진 우리가 모여서 지지고 볶고 마음을 하나로 만드니까 일이 되더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모여서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합심(合心)을 통해 기적을 만들고자 한다.

 

= 도통군자 양성은 우리가 국학 운동을 하는 이유다.

▶ 우선 전국 국학원에서 국학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도통군자(道通君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홍익을 실천하는 사람을 뜻하는 도통군자, 경기북부 국학원에서는 어떻게 양성하고 있나?

 경기북부가 잘 하는 '통합 운영 시스템'을 말씀드리고 싶다. 경기북부 국학원은 지역 내에서 국학 활동을 하는 여러 단체들이 '도통군자 양성'을 위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 각 단위가 성격도 다르고 하는 역할도 다르지만, 홍익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에 집중해서 각자 역할을 맡아 함께 움직인다.

▶ 지역 국학원장이 있지만, 함께 국학활동을 하는 단체들의 성격이 다양해 국학원장의 카리스마만으로 하나로 모으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통합 운영 시스템’이 가능했나.

 카리스마로 모을 수는 없다. 카리스마가 빠지면 모을 수 있다. 카리스마가 발휘되면, 한쪽으로 치우쳐서 ‘모두 함께’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각 단위의 성격을 배제하고 우리가 왜 이 자리에 모였는지, 왜 국학운동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경기북부 지역에서 함께 추구하는 목표, ‘홍익 대한민국’, ‘홍익 대통령’을 두고 모두의 뇌를 통합했다.

= 홍익대통령이 만들 평화통일 시대, 나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북한 동포에게 국학을 전하고 싶다

▲경기북부국학원은 14일 일산동구청에서 <Korean Spirit 그리고 대한민국>을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한다.
▶ 앞으로 경기북부 국학원의 계획이 있다면. 

 우선 5월 14일 오후 2시 일산동구청에서 <Korean Spirit 그리고 대한민국>을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한다. 강사는 '원암 장영주 국학원장 대행'께서 해주기로 하셨다. 지난 3월 ‘대한민국은 코리안 스피릿을 가진 홍익대통령을 필요로 합니다’라는 광고도 나오지 않았나. 장영주 원장(대행)님께서 직접 오셔서 “홍익대통령이란 이런 사람이다”하고 공언해주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이후로도 큰 행사로는 8.15 광복절, 10.3 개천절, 12월에 ‘홍익가정 100만 클럽’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머지않아 홍익대통령이 탄생하고 평화 통일이 이뤄지면 평양, 개성 등 북한에 가장 먼저 국학강사를 파견해야 할 곳이 바로 우리 경기북부 국학원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이정현 운영이사)은 개성, 저 분(이호연 뇌교육팀장)은 신의주, 그리고 나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국학기공 수련지도를 하는 모습을 항상 떠올린다. (좌중 폭소) 판문점, 임진각이 우리 지역에 있다 보니 활동가들 역시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사람을 보며 삶의 의미를 찾았던 열여섯 소녀는 지금,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홍익’의 씨앗을 심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내 안에 얼마나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피, 홍익 정신이 흐르고 있는지 알리고 또, 전하고 있다. 평화 통일이 이뤄지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국학기공 와공(臥功) 자세를 지도하며 “날래 머리 드시라우!”를 시원하게 외치며 홍익정신을 북한에서도 알리겠다는 그녀. 김유경 국학원장이 만들어갈 홍익 경기북부, 홍익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