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 영   박사

                                   

우리 뇌가 활동하지 않고 쉬고 있을 때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는 부위를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는 뇌의 기본값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는 뇌가 외부 자극에 집중하지 않을 때(멍 때릴 때,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상상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로 단순히 외부자극 없음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외부자극이 없을 때 자동으로 떠오르는 자기 관련적 사고(자기평가, 상상, 과거 회상 등)에 관여합니다. 즉 외부 입력이 사라지면 뇌는 “자동적으로 자기 이야기(ego)를 재생”하는 모드로 들어가고, 이것이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활성입니다. 그리고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걱정, 자기 집착, 분리된 자아감이 강해지고, 우울·불안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에고는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기본 활동 산물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명상은 외부 자극이 없지만, 의도적으로 호흡이나 감각에 집중하기 때문에,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자기 반추 루프 대신 주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됩니다.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관찰하고 흘려보내는 훈련을 하므로,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가 자동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과정이 차단됩니다. 그러므로 명상에서는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활동이 약해지고, 뇌의 다른 네트워크가 균형을 이루며 “자기 경계가 허물어진 느낌”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사람들은 “나와 세상이 하나”로 인식되는 “참나”를 체험합니다. 뇌과학적 관점에서는 참나는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가 잠잠해지고 의식이 확장될 때 드러나는 경험적 자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외부 자극이 없더라도 ‘주의의 방향’을 자기 관련적 사고에 두느냐, 아니면 알아차림에 두느냐에 따라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활동 양상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기본 작동 모드에서 ‘나’라는 스토리를 계속 만드는 뇌의 자동 기능이 에고이며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제한을 넘어서는 의식 상태로 순수한 알아차림이 참나입니다.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기본 작동 모드에서는 우리를 “에고”라는 이야기 속에 살게 하지만, 동시에 그 기능을 잠시 내려놓을 때 “참나”라는 더 깊은 차원의 자각이 드러납니다.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는 외부 자극이 없으면 자동으로 “내 이야기(ego)”가 틀어지는 자동 재생 버튼과 같습니다.

그리고 명상은 자동 재생 대신 수동조작으로 알아차림 채널을 틀어놓아서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가 잠잠해지고, 에고의 소음이 줄어들어 참나가 드러나는 수동 재생 버튼과 같습니다. 스마트폰이 외부 세계와 에고를 연결해 주는 도구라면, 브레인폰은 참나와 연결해 주는 채널입니다. 알아차림 채널이 켜지면 브레인폰이 켜집니다. 브레인폰을 켜는 것은 자동 반응하는 에고 습관에서 벗어나 참나가 주도하는 ‘깨어있는 뇌’ 상태로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여기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알아차림 채널을 켜고 브레인 폰을 켜는 것입니다. 괴로움은 과거와 미래를 붙잡는 에고의 작용에서 발생하므로 지금 여기 현재 순간에 집중하면 괴로움과 번뇌가 사라집니다. 지금 여기 현재 순간에 몰입하는 방법이 명상입니다.

우리 민족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에 “본심본태양 앙명(本心本太陽 昻明)”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본심본태양 앙명”은 사람의 본래 마음(참나)은 태양과 같이 밝아 높이 드러나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입니다. 참나(본래 마음)가 태양이고 태양의 작용이 빛이므로 참나의 작용은 알아차림입니다. 빛이 있어야 사물을 볼 수 있듯이 마찬가지로 알아차림이 있어야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알아차림이 빛이고 광명입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정신차리고 있는다는 것이고 알아차리고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정신차리고 있음, 깨어있음이 빛이고 광명이고 브레인폰이 켜진 상태입니다.

태양처럼 참나는 항상 작용하고 있기에 알아차림도 항상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깨어있으면 참나 작용으로 머리는 밝아지고 마음은 평온해집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속담은 깨어있으면 마음은 안정되고 지혜가 밝아져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깨어있음을 강조한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말입니다.

참나의 작용이 알아차림이듯이 에고의 작용은 탐진치(貪瞋痴: 탐욕·분노·무지)입니다. 깨어있지 못하면 에고가 자동으로 작동하여 탐진치가 일어나고 탐진치로 일처리를 하면 이기심으로 균형과 조화를 해치게 됩니다. 깨어있으면 참나가 작동해서 탐진치가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어 탐진치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깨어있으면 마음이 초연해지고 긍정적이고 충만해지고 따뜻해지고 유연해지고 맑아지므로 깨어서 일처리를 하면 양심과 공생에 부합하는 일 처리를 하게 됩니다.

에너지가 어둡거나 약하면 깨어있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수행으로 에너지를 밝고 강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에너지가 어두우면 부정적인 생각과 말과 행동이 늘어나고 에너지가 약하면 힘들다, 하기 싫다, 쉬고 싶다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늘어납니다.

그러므로 수행으로 에너지를 밝고 강하게 해서 깨어있음이 늘어나고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긍정적이 되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에너지를 밝고 강하게 하는 방법으로 우리 선조들은 선도수행을 했습니다. 지금은 브레인스포츠(뇌교육을 기반으로 한 뇌 활용법)로 에너지를 밝고 강하게 하여 브레인폰을 켜서 깨어있는 뇌로 바꾸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뇌가 되면 양심과 홍익의 마음이 깨어나서 성인(聖人)의 마음이 나옵니다.

오늘날 인류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생태 위기와 정신·의식의 위기(불안·우울·중독·경쟁·갈등 심화), 사회·문명 시스템 위기(불평등·양극화·전쟁·분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인류 위기를 극복하려면 모두가 완벽한 성인이 될 필요는 없지만, 집단적으로 “성인적 의식 수준”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다수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브레인 스포츠로 브레인폰을 켜는 “성인적 의식 수준”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출현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