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 영 

박 사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진보·보수 진영으로 나누어진 국민이 이제는 하나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역사를 보면 멸망한 나라들의 일반적인 공통점으로 극심한 내부 분열이 있었습니다. 약 2,200년을 존속하며 유럽 문명의 기반을 만들었던 강대했던 로마제국의 멸망도 내부 분열이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점령했던 몽골제국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칭기즈칸이 사라지자 후계자들의 권력다툼과 부족 간의 분열로 약 90년 만에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1975년 월남(남베트남)의 멸망도 내부 분열이 원인이었습니다. 1973년 베트남전쟁 휴전 직후 월남(남베트남)과 월맹(북베트남)의 각 분야의 격차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났습니다. 월남(남베트남)은 총인구의 90.5%를 지배했고, 5%는 낮에는 월남(남베트남), 밤에는 월맹(북베트남)이 지배하는 경합 지역이었고 월맹(북베트남)의 지배 지역은 4.5%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월맹(북베트남)은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모든 시설이 파괴되어 식량과 물자 부족에 허덕였습니다. 당시 군사력 또한 월남(남베트남)의 병력이 월맹(북베트남)보다 월등했습니다. 월남은 정규군 58만 명, 지방군 52만 명, 전투경찰 15만 명 등 125만 대군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군이 철수하면서 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각종 최신 무기를 월남에 양도해서 월남의 공군력은 세계 4위였고 미국과 확고한 방위조약까지 체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월남이 휴전 이후 불과 2년 만에 무너져 월맹에 합병되고 말았습니다. 월남의 멸망 원인으로 부정부패와 국가정보기관의 무력화로 국가기밀 누출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내부 분열이었습니다. 이념과 성향, 가치관이 다른 수백 개의 사회단체가 자기 이익만을 앞세워 매일같이 시위와 집회를 벌였습니다. 결국 극도의 국론분열은 사회를 혼란 속에 빠뜨렸고 월남은 멸망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극명하게 갈라진 진보와 보수의 갈등과 분열은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 장사꾼들에 의한 세대 간, 계층 간, 남녀 간, 지역 간, 빈부 간, 노사 간, 이념 간,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과 분열이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특히 진보와 보수 사이의 ‘정치적 이념 갈등’, 소위 ‘진영 간 갈등’이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3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3,95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무려 92.3%가 진보와 보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58.2%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나 결혼을 안 하겠다”라고 답했고, 33%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술도 같이 안 마신다”라고 밝혔습니다.

세계일보가 창간 36주년을 맞아 한국갤럽에 의뢰,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2025년 1월 31일 ~ 2월 1일까지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정치 양극화의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다수는 ‘정치권’을 지목했습니다. 28%는 민주당이라고 답했고, 대통령이라는 응답은 14%, 국민의힘은 13%로 조사됐습니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지목한 응답을 합치면 27%로 민주당과 비슷했습니다. 여당과 야당을 모두 합치면 55%로 정치권이 양극화 책임론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정치 양극화에는 언론의 책임도 많이 있습니다. 언론은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보도를 강화하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언론에서 양극화를 촉진하는 여론조사는 흘러넘치지만,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묻는 여론조사는 거의 없기에 여론조사가 갈등의 회로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은 이른바 ‘양극화 장사꾼’에게 너그러운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의 과격 발언이나 정략적 독설을 보도의 형식을 빌려 또 한 번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이렇게 보수·진보 성향의 매체가 극단적인 주장만을 내세우며 반대편을 공격하고, 유튜브 등 뉴미디어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대립을 조장함으로써 보수·진보 지지자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치 양극화에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을 과도하게 혐오하는 팬덤(fandom) 대중의 책임도 큽니다. 묻지마 지지를 하는 팬덤 대중이 많아지는 현상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전체주의적 이념에 의해 제한되거나 억압되는 전체주의적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게 됩니다.

팬덤 대중은 마치 강한 최면에 걸린 것과 같습니다. 최면이라는 것은 빠져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한테 빠져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면 그 사람한테 빠진 것입니다. 누군가한테 폭 빠져들었다면 최면에 걸린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책에 푹 빠져들거나 영화나 드라마에 푹 빠지면 최면에 걸린 것입니다. 어떤 사람과 대화하다 보니까 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화장품을 구매하거나 건강식품을 구매하면 최면에 걸린 것입니다. 이렇게 최면은 우리 일상과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최면에 걸립니다. 최면을 거는 존재에는 부모, 신념 체계, 교육, 정치, 종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부모, 신념 체계, 교육, 정치, 종교로부터 나오는 반복적인 암시로 최면에 걸리게 됩니다. 이처럼 이 세상이 나에게 주는 수많은 암시로 내 생각, 행동, 경험 등은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대부분 사람은 문화, 이념, 교육 그리고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통해 주어지는 수많은 암시와 스토리텔링에 최면이 걸린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지 약한 최면에 걸렸는지 강한 최면에 걸렸는지의 차이일 뿐이고 최면과 암시를 이용하는 사람과 최면과 암시에 이용당하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정치권과 언론은 최면과 암시를 이용하는 집단이고 국민은 최면과 암시에 이용당하는 집단입니다. 그리고 팬덤 대중은 강한 최면에 걸린 집단입니다. 정치 양극화의 책임에 최면과 암시를 이용하는 정치권과 언론의 책임이 있지만, 최면과 암시에 이용을 당하는 국민의 책임도 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최면과 암시를 이용하는 집단이므로 정치권과 언론이 정치 양극화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불량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자가 어리석어서 불량제품을 계속 구매한다면 기업은 불량제품을 계속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똑똑해서 불량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불량제품을 만들지 않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국민이 최면에서 깨어나서 정치권과 언론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정치권과 언론도 자신의 이익을 위한 최면과 암시를 이용하는 일이 사라지고 정치 양극화도 사라질 것입니다. 정치 양극화 현상은 국민이 최면과 암시에 걸려서 정파의 이익에 이용을 당하는 현상이므로 국민이 최면과 암시에서 깨어나면 정치 양극화 현상은 사라집니다.

국민이 최면으로부터 깨어나려면 우선 나 자신부터 최면에 걸린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리고 최면에 걸린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최면에 걸린 것을 알아차리고 인정해야 최면에서 깨어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최면에서 깨어나려면 나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내 생각이나 경험이 사실은 외부로부터 주입된 온갖 암시와 스토리텔링의 결과임을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치 양극화 집단최면에 걸린 것을 알아차리려면 먼저 자신이 정치 양극화 집단최면에 빠져 있는지 아래 항목을 점검해 보길 권합니다. 아래 항목 중에서 하나라도 해당이 되면 정치 양극화 집단최면에 빠져 있다고 보면 됩니다.

첫째,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 또는 반대를 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둘째,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겪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셋째,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정책이나 행동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특히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이나 정당을 보면 혐오와 증오의 감정이 일어나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는지 살펴봅니다.

넷째,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반대하는 정보를 거부하거나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특히 선택적 정의와 내로남불의 경향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최면에 빠진 것을 알아차렸으면 다음은 최면에서 깨어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최면에서 깨어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명상입니다. 명상을 하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바라보는 관찰자 의식이 깨어나게 됩니다. 관찰자 의식이 깨어나면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자동으로 흘러가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암시와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만약 절반 이상의 국민이 명상으로 관찰자 의식이 깨어나면 국민은 정치 양극화의 집단최면에서 깨어날 수 있습니다. 국민이 깨어나면 정치권과 언론의 최면과 암시에 이용당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더 쉽게 이루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국민 통합이 이루어지고 평화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어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