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시간
시인 조재도
종재기 들기름 불이 자울자울 조을던 때가 있었다
온종일 걸려 시오리 장길을 오가던 때가 있었다
삽상한 문창호지
아버진 식전 내 낫을 갈고
한 철 내 보리를 베셨다
솔가지 불에 미꾸라지 구워 먹느라 한나절이 가고
맷방석을 짜고 도구통을 깎느라 한 달을 넘었다
그리 더디 가도
암소의 마음으로 느릿느릿 청처짐히 가도
볏짚같이 가늘은 사람들
생은 이어졌다 이즈러짐 없었다
바로 얼마 전,
허나 벌써
오래된 시간.
출처 : 조재도 시집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작은숲,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