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백수광부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올 8월에 초연하는 연극〈국어의 시간〉(작 오리 키요시, 번역 린다전, 연출 하동기)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언어 상실과 정체성 혼란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본 극작가 오리 키요시( 小里清)의 원작(國語の時間)을 배우이자 번역가 린다 전이 한국어로 번역하였다. 오리 키요시는 3년 넘게 심혈을 기울여 이 작품을 집필하였으며, 희곡 첫 머리에 문병란 시인의 시 '식민지의 국어 시간' 일부를 인용하였다.
“왜 나는 거기서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오~ 슬픈 국어시간이여”– 문병란 <식민지의 국어시간>(1983)
이 구절은 일본 극단 후킨고보(風琴工房)가 창단 20주년 기념공연 2탄으로 도쿄에서 <국어의 시간>을 공연할 때 홍보물에 다시 인용하였다.
〈국어의 시간〉은 요미우리 연극상 작품상을 받은 일본 현대 희곡의 대표작으로 애국과 매국, 교육과 억압, 언어와 정체성을 둘러싼 조선인의 복합적인 감정을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국어의시간>은 1940년 경성의 한 소학교를 배경으로, 조선인 교사들이 일본식 이름과 언어로 살아가며 겪는 내면의 갈등을 조명한다.
1940년 여름. 일본제국주의의 통치 하에 있는 경성. 무대는 청계천 인근에 있는 한 소학교 교실. 교원의 대부분은 일본인이지만, 일본식으로 이름을 바꾸고 일본어로 수업하는 조선인들도 있다. 여름방학을 맞은 이들은 가정방문을 다녀와야 한다. 학생들의 부모나 조부모 들에게 창씨개명 신청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그러던 중 조선총독부 학무국 관리가 학교를 찾아온다. 교내에서 발생한 낙서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칠판이나 벽에 한글로 적힌 낙서 내용은 일제의 식민지배를 규탄하고 조선의 독립을 요구한다…….

연극 <국어의 시간>은 <마터>로 이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연출가 하동기의 손을 거쳐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전막 일본어로 진행되며, 한국어 자막이 동시에 상영된다. 극단 백수광부는 창단 30주년을 앞두고, 단원들이 일본어를 직접 습득하고 훈련하며 이 작품에 몰입해 왔다.
극단 백수광부는 연극 <국어의 시간>을 8월 8일부터 17일까지 CKL스테이지(서울 중구 청계천로 40 지하 1층)에서 선보인다. 이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았다. 출연 권다솔, 김두은, 린다전, 박제훈, 서별, 송유준, 심재완, 이산호, 이하늘, 최줄리, 홍상용.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작가 오리 키요시가 내한하여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할 예정이다. 8월 8일(금) 첫 공연은 야간공연관람권 사업에 선정되어 1만원에 관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