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M갤러리가 6월 27일 개막한 유진 샤드코Eugene Shadko 작가의 한국 첫 개인전 《연약한 갑옷Fragile Armour》에서는 작가의 최근 회화 작업 10여 점을 볼 수 있다.
유진 샤드코는 사진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해체하고, 색채와 붓질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기다림, 시련, 희망과 같은 복잡한 정서를 담아내며 인간 정체성의 유동성을 탐구한다. 시선을 피하거나 정서적으로 떨어져 있는 인물들은 고립과 연결 사이의 긴장을 불러일으키며 억눌림과 회복력, 침묵과 생동감이 충돌하는 장면을 만든다.

그의 작업은 직접 촬영한 사진과 그 외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우연히 접한 이미지에서 시작된다. 주로 맥락 없이 잘리거나 가려진 얼굴, 신체의 일부와 같이 변화의 가능성이 느껴지는 모호한 이미지를 수집하며 이미지들은 특정 인물이 아닌 감정의 기호로 재구성한다. 익명성은 작가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여지를 주고, 관람자에게도 각자의 마음을 투영할 수 있는 틈을 남긴다.

화면 위에 겹친 거친 붓질은 사실주의적 묘사와 강하게 대비된다.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회화의 물성은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화면을 바꿔간다. 작업 과정도 감정의 작용과 닮아 있다. 작가는 서사나 구조보다 감각의 흐름에 따라 즉흥적으로 형상을 만들어 간다. 물감은 덧입혀지고, 밀려나고, 다시 드러내며 반복되는 유기적인 궤적을 남긴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이 붓질은 그의 회화가 하나의 ‘초상’이기보다 한 존재의 내면을 지나간 흔적으로 보이도록 한다. 그리고 관람자가 각자 방식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도록 이끈다.

유진 샤드코는 부서지기 쉬우면서도 쉬이 무너지지 않는 보호막 ‘Fragile Armour’를 통해 인간이 지닌 연약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본질을 표현한다. 유진 샤드코의 회화는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회복력, 그리고 정체성의 유동성을 드러낸다. 얼굴을 지우고, 형태를 분해하고, 감정을 겹겹이 쌓으 며, 고정된 초상 너머의 감각적이고 복합적인 내면의 초상을 그린다.

1987년 벨라루스에서 태어난 유진 샤드코는 현재 폴란드 바르샤바에 거주하며 비엔나, 바젤, 앤트워프 등 유럽에서 활동한다.
유진 샤드코Eugene Shadko 작가의 한국 첫 개인전 《연약한 갑옷Fragile Armour》은 EM 갤러리(서울시 송파구 송파대로 48길 14)에서 8월 10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