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숙  '서도민요'  '서도산타령' 음반. 사진 국립국악원
유지숙 '서도민요' '서도산타령' 음반. 사진 국립국악원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의 민요나 잡가를 일컫는 ‘서도소리’의 유지숙(국가무형유산 서도소리 전승교육사, 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명창이 서도민요와 서도 산타령 음반을 발매했다.

2024년 서도소리의 정수를 담은 대표 악곡인 ‘관산융마’와 ‘수심가’의 음반을 발매한 후 서도소리의 전통 악곡들을 망라한 이번 음반은, 현전하는 서도소리의 충실한 기록을 담아냄과 동시에 유지숙 명창의 가장 완숙한 성음으로 현재의 서도소리 전승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했다.

서도소리는 남도소리, 경기민요와 다른 음계를 사용하고 음을 떨면서 내는 가창 기법 또한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이에 서도소리를 내려면 ‘대동강 물을 먹어보고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부르기 어려운 소리로 꼽힌다.

이번 ‘긴아리’, ‘자진아리’, ‘산염불’, ‘배치기’ 등 총 9곡을 담은 ‘서도민요’ 음반에서는 유지숙 명창이 스승인 故 오복녀(1913~2001) 명창의 가르침이 담긴 여러 기록을 살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랫말들을 발굴해 현전하는 가사와 함께 수록했다. 또한 선율 진행에 따른 잔가락을 다듬고 다양한 시김새(꾸밈음)를 구사하는 등 유지숙 명창 특유의 음악적 구성과 표현으로 서도민요의 멋을 풍부하게 살려 복원했다.

특히 ‘양산도’, ‘몽금포타령’, ‘배치기’ 등의 곡에서는 본절(本節)의 가창을 유지숙 명창이 이끌고, 유 명창의 오랜 제자인 오현승, 김지원, 장효선, 이나라, 김유리가 스승의 소리를 받아 서로 호흡하며 서도민요의 흥겨운 흥취를 돋운다.

'서도소리'하는  유지숙 명창. 사진 국립국악원
'서도소리'하는 유지숙 명창. 사진 국립국악원

또한 ‘배치기’에서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원완철 지도단원의 신명나는 장구와 징, 꽹과리 연주와 함께 서울시 무형유산 삼현육각 보유자 최경만 명인의 깊고도 구성진 태평소 가락이 어우러지며 흥겨움 가득한 노래와 함께 탁월한 합을 들려준다.

‘산타령’은 본래 유랑하던 사당패들의 노래를 전문 소리꾼들이 불러 산타령패를 결성해 부른 데서 비롯됐다. 서도소리의 오복녀 명창은 서도 산타령을 “태산이 으쓱으쓱하도록 뽑아내는 신명의 소리”라 칭하며, 유지숙 명창에게 섬세한 시김새보다는 꿋꿋하고 씩씩한 그리고 시원한 감흥을 주는 노래로 전했다.

이에 따라 유지숙 명창은 스승의 가르침대로 시원하고 기백 넘치는 산타령의 본모습을 담고자 이번 음반을 제작했다. 수록 곡 중 ‘초목이’,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경발림’ 다섯 곡에서는 뒤로 갈수록 점점 흥을 더하며 신명을 불러내는데, 유지숙 명창의 선창에 이은 후학들의 절창으로 답하는 화합의 소리가 씩씩하고 유쾌한 흥겨움을 더 한다.

이번 음반은 ‘황해도 산타령’과 ‘의주 산타령’을 수록하였는데, 민요와 흡사하지만 산타령이라는 제목으로 전해져왔기에 함께 담았다. 토속민요에 가까운 규칙적인 장단의 ‘황해도 산타령’과 혼합박자로 구성된 ‘의주 산타령’을 비교해 듣는 재미도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지숙 명창은 기세 좋은 발성,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맑은 음색, 애잔한 감성의 뛰어난 표현력까지 갖춰 서도소리의 정석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 시대의 최고의 명창으로 꼽힌다.

20세에 서도소리의 대가 오복녀 명창의 제자가 되었고, 1995년 국가무형유산 서도소리 전승교육사로 지정되었다. 1990년 국립국악원 주최의 국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1998년에는 KBS 국악대상을 수상했다.

'서도민요' '서도산타령' 하는 유지숙 명창. 사진 국립국악원
'서도민요' '서도산타령' 하는 유지숙 명창. 사진 국립국악원

잊혀져가는 황해도와 평안도를 비롯한 북한지역의 무속음악 노동요를 재발견하는 작업을 20여년에 걸쳐 꾸준히 해왔으며, 6장의 음반에 수록하기도 했다. 유지숙 명창이 복원한 북한의 전통연희 ‘향두계놀이’는 2011년 평안도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되었고, 2013년 제5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는 대통령상과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북한의 토속민요와 서도소리 등을 묶은 음반 <CHANTS TRADITIONNELS / North Korea, 북한의 전통민요>을 라디오 프랑스에서 출시했다. 프랑스 상상축제를 비롯해 영국의 바비칸센터, 뉴욕의 링컨센터 앨리스털리홀 등 수 십여 개 국가에서 공연했으며, 해마다 북한지역의 민요를 다채롭게 해석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양대학교, 단국대학교에 출강하면서 후학들을 지도하였다. 현재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ᅠ유지숙 명창은 이번 음반 제작을 위해 사재를 털어 3년여 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하였다. 지난해 서도소리의 대표 악곡인 ‘관산융마’와 ‘수심가’의 음반 발매를 시작으로 이번 ‘서도민요’와 ‘서도 산타령’ 음반 제작으로 평생 걸어온 ‘서도소리 길’의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셈이다.

유 명창은 “이번 음반을 통해 현재 전승되는 이 시대 서도소리의 전통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올곧은 서도소리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남은 소리 인생의 발걸음을 더욱 넓고 힘차게 내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유지숙 명창의 ‘서도민요’, ‘서도 산타령’ 음반은 알라딘과 Yes24에서 CD와 USB 음반으로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