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44X84cm.  이미지 박숙현
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44X84cm. 이미지 박숙현

“저희 J Cube Art Museum은 한지에 채색화 작업을 해온 박숙현 작가를 초대하여 초여름 영월 동강의 고요한 풍경과 어우러지는 전시로 7월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제이큐브 아트미술관 장우순 관장의 글은 ‘초대장’이 아니었다. ‘추천글’이다.

제이큐브 아트미술관에서 6월 29일 개막한 박숙현 초대 개인전에서는 ‘쉼’이라는 주제로 작품들을 선보인다. ‘쉼’은 작가에게 치유이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 치유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40X40cm. 이미지 박숙현
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40X40cm. 이미지 박숙현

“나에게 ‘쉼’이란?
‘쉼’이라는 주제는 아마도 2008년, 내가 한국을 떠나면서 시작된 것 같다.
서울에서의 삶을 접고 도망치듯 도착한 독일에서의 시간은 단지 지친 마음을 쉬게 하는 것, 이상이었다. 그곳의 광활한 자연 속에서 나는 비로소 숨 쉴 수 있었고, 그렇게 진정한 쉼을 경험했다.

그 시간은 곧 나를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치유하다’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병을 고쳐 낫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내게 치유란,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색으로 풀어내며 한지 위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작업이었다. 색 점들이 모여 하나의 색을 이루는 이 작업은, 나에게 새벽의 조용한 색 같다. 겹겹이 덧입혀지는 색의 과정은 노동집약적인 동시에 무 목적적인 점들의 반복이다. 이 무목적성은 곧 명상과도 같다. 반복되는 붓질은 모든 상념을 잊게 하고, 비워내고 다시 쌓아가는 그 행위는 오직 나를 위한 깊은 명상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무의식적으로 손끝과 호흡을 따라가며 색을 쌓아가는 그 순간들이 내게는 가장 깊은 쉼이다.

완성된 작업 앞에 서면, 마치 다시 그 숲속에 들어선 듯한 고요함이 밀려온다. 내 작업이 누군가에게도 그런 잠시의 쉼, 조용한 산책처럼 다가가기를 바란다.”(박숙현 ‘작가노트’)

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40X40cm. 이미지 박숙현
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40X40cm. 이미지 박숙현

작가는 20년전에는 자화상과 덩굴식물 그리고 그림자를 주로 상징물로 그렸다. 초현실적 인물 작업을 주로 하면서 시작된 작품 세계는 꿈에 대한 기억, 꿈에 대한 갈망, 영혼과의 교감 그리고 최근에는 명상적 삶이 투영된 ‘쉼’이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것 같다고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박숙현 작가는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색으로 풀어내며 한지 위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작업을 선보인다.

“살면서 우여곡절이 없는 꽃길만 걷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 각자 삶의 힘듦은 타인은 절대 이해할 수 없어요. 자신에게 다정한 법을 개발하는 일에는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의 작품 주제는 ‘쉼’인데요 그저 쉬는 휴식의 의미가 아닙니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지요. 우리 모두 자신에게 다정한 시간을 선물해 보면 어때요?” 박숙현 작가가 건네는 위로다.

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75X54cm. 이미지 박숙현
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75X54cm. 이미지 박숙현

제이큐브 아트미술관 장우순 관장은 “작가의 말처럼 자신을 버티게 하는 진정한 힘은 ‘쉼’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그녀의 작품은 전통 한지 위에 차곡차곡 쌓여지는 ‘쉼’의 흔적들을 채색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는 곧 우리 삶의 내면을 비추는 흔적이자 치유를 향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라면서 “전시를 관람하는 모든 분이 박숙현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마음 깊이 스며드는 고요한 ‘쉼’을 느끼시고,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다시 마주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박숙현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도 각자 자신에게 ‘쉼’을 선물하기를 추천한다.

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44X84cm. 이미지 박숙현
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44X84cm. 이미지 박숙현

박숙현 작가는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동양화과와 홍익대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200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0회 개인전을 열고 초대전 및 아트페어(독일, 일본, 미국)에 다수 참가하였다.

2008년부터 외국 생활을 10여년 동안 하며 하늘과 숲이 주는 치유 효과를 경험했다. 동양 미술과 서양 미술을 절묘하게 결합해 현대인들에게 ‘쉼’과 ‘치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관람객들이 좀 더 안락한 휴식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작가는 서양화용 안료에 동양화용 안료 제조 기법을 접목해 영롱하고 오묘한 색을 만들어냈다.

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75X54cm. 이미지 박숙현
쉼, 2023-2024, 한지, 피그먼트, 돌가루, 75X54cm. 이미지 박숙현

박숙현 초대 개인전 《쉼》은 제이큐브 아트미술관(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사지막길 56)에서 7월 26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