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절한 소망을 적어 내건 깃발이 바람과 햇볕에 닳고 닳아 해져도 끝내 휘날리는 모습은 처연하다. ‘오방색의 추상화가’ 김수경 작가가 히말라야 허허벌판에서 누군가 소망의 기억을 담아 펄럭이던 타르초의 처연함을 닥 섬유로 표현한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14일, 여름임에도 초록빛으로 둘러싸여 고즈넉한 부암동(서울 종로구) 무계원 인근 갤러리 B.O.S에서는 김수경 작가의 초대 개인전 ‘기원(WISH)’전이 진행 중이었다.

작가가 타르초 깃발과 우리 고유의 오방색으로 염원을 담은 ‘기원’과 새롭게 선보인 ‘희망’ 연작들은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타르초 깃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에서 처연하지만, 결코 바래지 않은 간절함이 느껴진다면 노랑과 빨강, 파랑과 검정, 흰색 오방색이 뿜어내는 선명한 느낌의 작품은 순수한 동심과 뜨거운 열정을 끌어낸다.

오직 밝은 노란색으로만 표현한 ‘희망’, 오방색 중 검은색이 조금 양보하고 노랑과 흰색을 바탕으로 파랑과 빨강이 돋보인 ‘우주선’에서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인왕산 산책로를 따라 오르던 중인지 인솔자와 함께 작은 배낭을 멘 아이들이 들어와 작품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타르초 깃발과 오방색은 공통점이 있다. 타르초는 히말라야를 중심으로 한 티벳 불교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빨강, 노랑, 초록, 파랑, 흰색의 다섯 가지 색을 사용한다. 이 색들은 오방불을 상징하고 각기 다른 요소와 방향을 나타내어 우주의 조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우리 고유의 오방색은 초록 대신 검은색이며 각기 중앙(노랑)과 동(파랑), 서(백색), 남(빨강), 북(검정) 방위와 흙, 나무, 쇠, 불, 물을 비롯한 계절과 생명의 변동 등 다양 요소를 상징한다. 오방색이 함께 어우러져 오행을 갖추어 건강하고 오래 살라는 뜻으로 아이에게 색동저고리를 입혔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