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익숙해서 눈에 들어오지 않던 풍광도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뜻밖의 특별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조선 건국 초부터 600년이 넘는 동안 수도 역할을 해온 서울의 숨은 명소와 보물,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추적추적 비가 와도 개인 후 부는 바람결에 봄기운을 숨길 수 없는 때이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한옥 기와지붕의 사색 공간, 청운문학도서관을 찾았다.

일제 강점기 안타까운 식민지 조국의 현실을 고뇌하며 짧은 생애를 살다간 시인을 기리는 윤동주문학관, 시인의 언덕을 지나 왼편으로 내려가면 고즈넉한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어 산자락에 폭 안긴 듯 깃든 편안한 공간이 나온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하여 나무계단에서 내려다본 순간부터 감탄이 나온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종로구 최초 한옥 공공도서관으로 2014년 개관했다. 지상 1층은 한옥, 지하 1층은 양옥 도서관인데 절묘해서 이질감이 전혀 없다. 한옥 지붕은 전통방식으로 제작된 수제 기와를 사용했고, 1층 사랑채와 정자를 감싼 담 위에 얹은 기와는 돈의문 뉴타운지역에서 철거된 한옥 기와 3천 장을 가져와 썼다고 한다.

세미나실과 창작실이 있는 사랑채 옆에는 작은 정자와 연못, 그리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작은 폭포가 있다. 정자의 기둥 중 일부는 연못에 발을 담그고 있어 강릉 선교장에서 느꼈던 옛 정취가 느껴진다.


정자에 올라 연못 쪽 창틀에 기대어 앉으면 초록빛 가득한 연못에 햇살이 반짝 어른거리고, ‘쏴아~’하고 쏟아지는 폭포 물소리는 머릿속에서 시끄럽던 생각들, 고민들마저 휩쓸어 내리듯 뇌 속을 고요하게 한다.

폭포 왼편, 겨울 추위를 막느라 짚으로 칭칭 동여맨 작은 키의 나뭇가지는 곧 봄을 맞아 옷을 벗겠구나. 봄꽃이 피어 가지를 뻗으면 더 없는 봄 정취에 빠지겠다.

청운문학도서관을 감싼 부암동의 산세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한 번쯤 보았을 산수화 그대로다. 걸어서 15분 내외에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 전시공간 무계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