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물연구 제38호. 이미지 국립민속박물관.
생활문물연구 제38호. 이미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이 조상들의 생활 문화와 삶의 이야기를 담은 보고서를 잇따라 발간해 눈길을 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물질문화 관련 학술지인 《생활문물연구》 제38호를 최근 발간했다.  또 유물보존총서Ⅹ 《수령의 선정을 기리는 선물 : 만인산》을 발간했다. 이에 앞서 근현대 민속 조사사업의 결과로 전통 향신료와 농민문화 조사보고서를 지난달 발간했다.  

각양각색, 수장고 속 물질문화 연구

국립민속박물관은 물질문화 관련 학술지인 《생활문물연구》 제38호를 발간했다. 

《생활문물연구》는 물질문화와 관련된 연구논문, 조사 보고, 자료 소개, 서평 등을 소개하는 학술지로서 국립민속박물관 직원들의 연구 역량을 보여준다. 보존과학 관련 1편, 서지학 관련 1편, 자료소개 3편의 논문을 게재하면서, 중요 소장품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망하고 있다.

‘앙엽기(盎葉記)’는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저작으로, 자신이 보고 들은 지식을 엮어 낸 정보서다. 언어, 풍속, 문물, 역사 등 당대 다양한 지식을 담고 있으며, 단순히 떠도는 이야기를 적어둔 것이 아니라 논증과정을 거친 지식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앙엽기’는 8권 4책의 필사본으로 저자의 호 ‘청장관(靑莊館)’이 새겨진 원고지와 ‘이덕무인(李德懋印)’ 인장이 함께 찍혀 이덕무의 친필 원고일 가능성이 높다. 

이 논문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앙엽기’의 원본성을 검토해 이덕무 연구 및 조선 후기 사회연구에 1차 사료로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예로부터 지류는 습기나 충해 같은 물리적인 손상과 산화와 같은 화학적 손상에 취약해 보존, 전승돼 내려오기가 쉽지 않았다. 이를 위해 조선 시대에는 랍을 활용해 숙지(熟紙)를 제작했는데, 랍은 일반적으로 꿀벌과 곤충 중화밀봉(中華蜜蜂) 등의 일벌이 분비하는 물질인 밀랍을 의미한다. 이 연구는 종이에 사용되는 랍에 대해 문헌을 통해 분류하고 사용 사례를 정리하여, 랍이 기름과 유사하게 종이에 코팅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확인한다.

신선도(神仙圖)는 도교의 도상(圖像)으로 불로장생의 의미를 담아 조선 말기까지 지속해서 제작됐다. 이 중 삼성(三星)은 수성(壽星)과 복성(福星), 녹성(祿星)의 세 신선을 말한다. 삼성도는 장수(長壽)를 기원하고 인간의 행복과 삶, 물질적인 풍요도 함께 기원하려는 의도에서 제작됐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삼성도는 정재(淨齋) 홍장중(洪章仲, 연대 미상)의 작품으로 장식용이나 선물용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이 삼성도는 홍장중이 남긴 작품 중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대폭의 인물화로, 이를 통해 홍장중이라는 인물을 조사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생활문물연구》는  2000년 1호 발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8호를 발간했다. 모든 논문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 <발간자료 원문검색>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만인산(萬人傘)에 수놓인 잊혀진 이름들, 보존·복원으로 되새기다

만인산. 이미지 국립민속박물관.
만인산. 이미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은 유물보존총서Ⅹ 《수령의 선정을 기리는 선물 : 만인산》을 발간했다. 《수령의 선정을 기리는 선물 : 만인산》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만인산 4점과 천인산(千人傘) 1점에 대한 보존과학 및 민속학 분야 연구 성과물로 향후 만인산 연구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령의 선정을 기리는 선물 : 만인산》은 조선 후기에 수령의 선정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일산(日傘)의 일종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수놓여 있다. 참여한 사람들의 수나 고을의 규모에 따라 천인산 또는 만인산이라 하는데, 만인산이라는 이름이 일반적이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만인산 5점은 지난 1873년에서 1887년 사이에 만든 것들로, 구성과 재료, 제작 기법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직물, 목재, 금속 등의 복합 재질로 구성돼 각 재질의 손상 상태와 특성에 따라 보존처리 방향과 방법에 차이가 있다. 

특히 직물의 손상이 심해서 보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게는 1년, 길게는 수 년이 걸린다. 지난 2006년에 시작한 보존처리는 2024년이 돼 비로소 5점 모두 완료됐다. 

유물보존총서Ⅹ 《수령의 선정을 기리는 선물 : 만인산》에는 각 만인산의 도판과 실측 도면, 구성, 재질별 보존처리 내용, 조형적 특징에 대해 수록했다. 특히 직물 보존처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수 바느질 기법 영상을 최초로 공개하는데, 이는 책에 담긴 큐알(QR) 코드와 연결된다. 논고에서는 만인산 5점의 송덕 내용과 특징, 만인산에 담긴 문양과 자수에 대해 분석했다. 부록으로 실은 원문 자료는 송덕 내용과 역사 속에 사라진 당시 사람들의 이름을 제공해 학술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령의 선정을 기리는 선물 : 만인산》은 관련 분야의 연구자 및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만인산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리는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하고 있으며 원문 자료도 내려받을 수 있다.

전통 향신료 3대장, 고추·마늘·생강 전통 지식과 농민의 이야기를 담다

전통 향신료 보고서. 이미지 국립민속박물관.
전통 향신료 보고서. 이미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은 근현대 민속 조사사업의 결과로 전통 향신료와 농민문화 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문헌조사와 현지조사를 병행한 이 조사보고서는 한국의 대표 향신료 고추‧마늘‧생강을 중심으로 관련 전통지식과 농민생활을 담았다.

과거 고추‧마늘‧생강은 식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였다. 고추는 사내아이 출산 후 대문에 거는 금줄과 굿판의 제물로 쓰였다. 마늘은 과거치병의례에도 사용됐는데, 주로 문 앞에 걸어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을 막는 데 쓰였다. 생강은 귀한 선물로 사용됐다. 

이와 같이 고추‧마늘‧생강의 다양한 쓰임을 확인했고, 과거 전통 향신료가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적지 않았음을 밝혔다.

이 조사보고서는 향신료 관련 전통지식과 함께 향신료 재배 관련 사회상도 다양하게 담았다. 노부부의 고추장 만들기, 고추장 체험농가의 코로나-19 극복 사례, 산골 주민들의 시절식 고추죽, 마늘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개발과 지역 시장 활성화 사례, 생강 재배에 나선 귀농인들의 모습, 농산물 개방에 맞선 농민들의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 보고서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 발간자료 원문검색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