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컷 원앙은 가을부터 ‘혼인 깃’이라고도 불리는 번식깃을 준비한다. 번식기 조류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깃털이 화려한 색상이나 문양으로 바뀐 것을 번식깃이라 하는데 고려 상형 청자에는 1년 중 잠깐 볼 수 있는 번식깃을 구현한 작품이 있다.

또한, 대나무 죽순을 모티브로 한 주자(물을 담고 따르는 병)의 뚜껑은 죽순의 잎에 해당하는 소편 모양을 하고 있다. 고려인들이 자연을 관찰하는 꼼꼼함과 이를 구현해내려 한 섬세함을 알아차리면 청자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온다.


전시관 한 켠, 연꽃 위에 앉아있는 귀룡(거북의 몸, 용의 머리를 한 상상의 동물)모양의 주자 두 작품이 마주하고 있다. 두 청자가 흡사해 보이나 한 마리는 고개를 들고 입을 벌려 포효하는 듯하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새 부리와 같은 주둥이를 내밀고 있다. 눈과 손잡이에는 철 안료로 점을 찍어 생동감을 더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관2에서 진행 중인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전에서 고려의 장인들이 같은 소재, 같은 형태여도 조금씩 다르게 자신만의 표현방식을 담아 생명력을 담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 공간 초입 영상에서 전시기획자와 청년 도예가, 조류 박사 등 여러 사람이 각자 자신만의 원픽(최고)을 소개한다. 주의 깊게 살펴보고 나면 수많은 청자 작품 중에서 자신만의 최고를 찾아낼 수도, 상형 청자를 빚은 고려 장인이 애써 구현하려던 마음과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