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김종훈.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슈페리어갤러리에서 3월 29일부터 열리는 8인전 《8 1/2》은 현대 도예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비전을 살펴볼 수 있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교류를 즐길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 제목 8과 2분의 1에서 ‘팔로(八路)’는 각자의 길에서 ‘예술(藝)을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개의 길’이라는 뜻을 담은 8명의 작가를 의미한다. 처음에 ‘팔로(八路)’는 ‘팔로향예(八路向藝)’로 시작되었다. 연결의 의미에 반의 인연이 더해져, 8명의 작가가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이다. 참여작가는 김종훈, 박성극, 박종민, 신현민, 은성민, 이태호, 조장현, 홍우경.

박성극.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박성극.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김종훈 작가는 도자기의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속에서 전통의 본질을 재해석하고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중시한다.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새로운 전통을 창조한다. 
김종훈 작가는 자신의 작업과 이번 전시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의 찻사발. 나는 오랜 시간을 거쳐 이미 수많은 찰나의 사유를 포함하고 있는 정호찻사발을 만든다. 나는 먼저 만든 이와 쓰는 이, 작가와 다인(茶人)의 사유를 통한 공감대를 느껴보려 했다. 이 과정과 결과를 담지 않으면 정호라는 찻사발의 장르는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저 옛 찻그릇의 복제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옛 도공과 다인의 생활을 이해하고 나의 것으로 체화하기 위해 일본의 많은 조선 정호찻사발 전시회를 찾아갔다. 그것을 바탕 삼아 흙을 찾고 만들며 얻어진 질문들을 가지고 다시 전시장에서 답을 얻는 과정을 거쳤다. 동시에 찻사발을 주로 사용했던 일본 다도를 공부하며 그곳에서 옛 다인들의 사유를 찾아보려 했다. 물론 항상 올바른 사유만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거듭해야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나의 생각과 작업 간의 일체성을 찾아갔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지금까지의 찻사발 감상과 만들기를 통해 얻어진 풍부한 물질의 이해와 과거 많은 다인들의 찻사발을 통한 생각들을 그려보려 했다. 나에게 각각의 경험으로 나눠져 있던 흙, 물레질, 유약, 불, 다도, 시간, 좌절, 희열들을 하나의 찻그릇에 오롯이 담아내고자 했다. 이 그릇을 쓰는 이들의 다양한 정감이 내가 담아낸 생각들 위에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켜켜이 쌓여가기를 염원해본다.”(김종훈 ‘작가노트’ 일부)

박종민.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박종민.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박성극 작가는 ‘한지 시리즈’ 등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작품 세계를 확장하며, 백자를 매개로 자연스러움과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추구한다.
박성극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한다.

“본래 인간은 비어있는 존재로, ‘무(無)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욕망 때문에 고뇌한다. 욕망 때문에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낙원은 없던 곳일까? 모든 욕망을 채워주는 곳일까?

나는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공간이 진정한 낙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공간은 우리 안에 거한 빈 공간 그 자체이다. 나는 형태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물레를 차는 행위와 그 결과물을 통해 그 빈 공간을 가시화한다.”(박성극 작가 ’작업노트‘ 일부)

신현민.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신현민.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박종민 작가는 차와 도자기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를 형성하며, 도자기의 색감과 형태, 다구 크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바탕으로 깊은 사유와 감성을 표현한다.

신현민 작가는 자연스러운 흐름과 시간을 중시하고, 안개비에 옷 젖듯 스며드는 작업을 통해 도자기를 일상의 철학으로 자리 잡게 하며, 가족 전통을 이어오면서 대중이 도자기를 편하게 사용하는 문화를 꿈꾼다.

은성민.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은성민.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은성민 작가는 15~16세기 조선의 분청을 모티브로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담아내어 감정과 본성을 표현하며,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진정한 힙함을 추구한다.

이태호 작가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해학과 웃음을 담아 대중과 소통하는 도예 작품을 만든다.
이태호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한다.

“우연한 사건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고 마음이 그 사건의 영향력 속에서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되어버리는데, 우연히 일어나는 한 가지 일의 득실에 영향을 받고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음이 바로 사적인 자아의 역사가 빚어놓은 기계성이다. 특정한 사건이 촉발한 감정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고 그 사건에 의해 주조되는 마음...

이 인과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이다. 어쩌면 인생은 농담처럼 미처 방향을 알아채지 못하는 숱한 사건들이 이뤄내는 겹겹이 쌓인 퇴적층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농담처럼 툭 던져 놓은 말들이 자라나 부지불식간에 사건들을 만들어 놓게 되고 나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려서야, 이를 알아차리면 다행이나 모른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태호.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이태호.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이번 농담이라는 주제의 전시에는 잠시나마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에피소드들인 ‘나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붙인다고 붙여지나’, ‘무술 좀 합니다’, ‘수상한 동물원’, ‘생활의 발견’, ‘고전의 발견’, ‘요 모양 요 꼴’, ‘좀, 누워 있겠습니다’, ‘댄스 댄스’ 등을 엮어 ‘쓸 用’ 자에 합당하는 기물들과 無用 한 것들에 유머러스한 감정을 차곡차곡 담아보았다.

이것들이 누군가의 어떤 인상 한 켠에 남아 새롭고 유쾌한 감정을 촉발하길 바라면서...”(이태호 작가 ‘작업노트’ 일부)

조장현.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조장현.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조장현 작가는 거칠고 부드러운 요소의 공존을 통해 삶의 이질적이고 엇갈린 요소들이 깊은 의미와 깨달음을 가져온다고 믿으며, 작품에서 부수적인 요소들까지 활용해 삶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홍우경.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홍우경. 이미지 슈페리어갤러리

홍우경 작가는 한국적 정서를 “관계와 여백”으로 정의하며, 공동체 의식과 감정적 유대에서 비롯된 ‘정情’을 통해 개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관계를 형성하며,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여백의 문화를 강조한다.

슈페리어갤러리 김아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연륜을 갖춘 중견 작가와 신선한 열정을 지닌 젊은 작가 8명이 연대한 도예기획전이다. 1/2의 여운을 통해 일상으로 이어진 생활 속 작품과 공예를 연결한다. 전시에서 오브제가 주는 외형 감각의 묘미를 발견함과 동시에 오감으로 얻는 심적 안정감 그리고 전달되는 생동감을 느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8인전 《8 1/2》 展은 4월 6일까지 슈페리어갤러리(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528 (대치동 945-5) 슈페리어타워 B1)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