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필현 작가에게 작업이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과정이다. 작가는 타인과 주고받은 대화를 함축적이면서도 자유롭게 시각화하며 유머러스하게 전면화한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부터 뉴스에 나오는 대형 사건,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가지를 친 다양한 생각과 예전의 추억에 거슬러 올라가기까지 풍부하고 다채로운 주제들을 작품에 담아낸다. 작품을 준비하며 영향을 받았던 시간 속 이야기들의 찰나를, 기억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순간을 캔버스에 그림으로써 꼼짝달싹 못하게 가두어 과거가 되어버린 그 순간들을 현재, 미래로까지 존속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 하나하나의 사건들은 영속적이 된다. 작품은 각각의 사건들의 파편을 엮은 옴니버스식 이야기들이고, 작가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하여 들려주며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스토리텔러’이다.

윤필현 작가가 구사하는 화술의 특징은 유치한 비유나 유머를 섞어 상황이나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다. 작품 속 화면의 구성요소로 활용하는 문자는 작품에 따라 한 단어일 때도 있고 장문의 텍스트로 발현되기도 한다. 이는 소통의 도구를 추가함으로써 화폭에 그린 이미지와 상호작용을 이루어 작품의 내용 유추를 이끌어내도록 도와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이해를 돕는다.

"나는 특별한 재료를 사용한다.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지역 신문이다. 이전에는 캔버스 위에 콜라주 하는 종이로 이것들을 사용했으며 현재에는 이것들을 자투리 천으로 연결시켜 만든 특별한 화지 위에 작업한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먼저, 특수 처리된 종이는 기존의 종이와는 다른 형태로 구겨진다. 그것은 마치 플라스틱 섬유나 에나멜 천과 비슷하게 구겨지고 그러한 구겨짐과 종이들을 연결하기 위해 사용된 자투리 천은 작품 위로 은은한 그리드를 형성하며 화지 자체만으로도 신선함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다음은 작품 뒷면에 그 이유가 있다. 작품 뒷면에는 지역 신문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이것에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시간들과 사건들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작품 속 이야기의 탄생과 동시에 발생된 것이며 이것이 작품의 사회적인 맥락에 대한 일종의 키치를 담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작업은 강한 자극과 가벼움을 동시에 지닌 인스턴트 같다. 그리고 그것은 해방감과 유치함으로 정리된다. "(윤필현 '작가 노트' 일부)

윤필현 작가의 작업을 볼 수 있는 전시《Frameless》가 금산갤러리에서 8월 6일부터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일상에서 나눈 대화와 뉴스에 나오는 토픽들을 옴니버스형식으로 위트 있으면서도 키치하게 그려냈으며 생동감 넘치는 최신작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에서는 작가가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들과 함께 최신작들을 제일 먼저 선보인다.

윤필현 작가는 한세대학교 디자인대학 실내건축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회화과 석사 재학중이다. 여러 전시에 참여하며 작품을 출품하는데, 2023 Kiaf에서는 메디힐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다.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기억을 영속시키는 윤필현 작가의 개인전 《Frameless》는 금산갤러리(서울시 중구 소공로 46, B-103)에서 8월 6일(화)부터 8월 23일(금)까지 열린다. 관람시간 오전 10시~ 오후 6시 3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