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불기 시작한 맨발걷기 열풍은 올해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법으로 인식되면서 전국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그 지역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특색있는 황톳길, 흙길 등으로 맨발걷기 명소를 만들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안산 황톳길도 그중 하나. 안산자락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위쪽 연북중학교 후문에서 시작해 산복도로를 따라 550m 길이 2m폭으로 황톳길이 조성되었다. 길 끝은 몇 권의 책을 두어 야외 벤치에서 독서를 할 수 있는 산책도서관이다.

황톳길 시작점에 서니 화단을 경계로 오른쪽부터 반려견 산책로와 도보길이 있고, 왼쪽에 러닝을 할 수 있는 도로와 황톳길까지 4가지 길이 나란히 놓여있고 양쪽 길가에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초록빛 터널을 이루었다.
안산 황톳길은 시작점에서 3/5지점 정도까지 비닐 지붕이 있어 비나 눈이 와도 맨발걷기가 가능하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황톳길에 들어서니 촉촉하고 부드러운 황토가 발을 감싸고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온다.

길 왼쪽은 황토가 젖어 촉촉하고 다소 미끄럽고 오른쪽 황토는 단단했다. 야간에도 걸을 수 있도록 설치한 경관등에 안개 분사 시설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황토가 많이 젖어 있으면 어르신의 경우 미끌어질 수도 있어 원하는 상태에 맞게 왼쪽 또는 오른쪽을 걸으면 된다고 한다.
서대문구청 푸른도시과에서 운영하는 안산 황톳길 관리실에서는 많은 사람이 걸으면서 황토가 지나치게 단단해지지 않도록 황토를 뒤집어주는 작업과 물을 뿌리는 작업을 매일 진행한다.

주말 황톳길 정비에 참여한 김병효 씨는 “요즘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데 자연 속에서 걸으면서 우울증도 해소되고 어르신들끼리 모임도 성립되고 공론의 장도 열려 지역 자치공동체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 어르신들이 맨발 걷기를 하며 요양원이나 병원을 가지 않고도 건강하면 행복하고 국가재정도 아끼게 되는 게 아니겠냐”며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여기에 관심이 많다. 우리도 황톳길 관리에 마음을 담는다”고 했다.

경사가 완만해 걷기에 편한 황톳길을 오르다 보면 곳곳에 세족장과 신발 보관대가 나타나고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중간지점에는 굵은 황토볼이 가득 들어 지압을 즐길 수 있는 황토 족탕과 촉촉한 황토 속에 깊이 발을 담그거나 걷는 황토족탕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 황톳길을 찾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인근 주민인 안수화(72세) 씨는 “작년 가을 처음 황톳길이 처음 생겼을 때 와보고 봄이 되어 다시 찾게 되었다”며 “피부에도 좋고 무엇보다 잠이 잘 온다. 이곳을 걸은 날은 중간에 깨지 않고 6~7시간 내리 잔다”고 체험을 전했다.
안 씨는 “혈당수치가 120내외로 당뇨 경계선에 있는데 최근 갑상샘 저하와 항진을 오가며 기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살이 찌고 혈당조절이 잘 되지않아 ‘이젠 당뇨병에 걸리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맨발 걷기를 하고 나니 93까지 떨어지더라. 그래서 황톳길 마니아가 되었다. 시설도 좋고 주변에 화단도 잘 가꾸고 신경을 많이 써준 것 같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황톳길을 찾은 김성일 씨는 “여기가 좋다고 해서 상도동에서 왔다. 건강에 좋다고 해서 어머니, 누나와 운동 삼아 왔는데 시설이 참 잘 되어 있다”며 “집 인근에도 보라매공원에 맨발걷기 코스가 생겨 자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