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Lee Bae, Issu du feu-bronze, 2021, Bronze, 59 x 45 x 59 cm. 이미지 조현화랑
이배Lee Bae, Issu du feu-bronze, 2021, Bronze, 59 x 45 x 59 cm. 이미지 조현화랑

조현화랑이 4월에 열리는 2024년 화랑미술제에서 이배, 김종학, 키시오 스가, 보스코 소디, 안지산의 작품을 소개하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을 비롯하여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올 4월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화랑미술제 부스 프로그램을 통해 조현화랑은 추상적 화면 구성 속 기운생동의 동양화를 녹여낸 김종학이 2023년 시작한 화이트 시리즈를 소개한다. 특정한 대상이나 조형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김종학 작가는 1980년대부터 자연의 아름다움을 작품의 주제로 삼아 설악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악산을 대상으로 계절마다 다른 색채를 연구해 왔다. 오랜 세월을 보낸 작가에게 계절의 색채를 연구하고 작품화한 시도는 어쩌면 당연하다. 계절마다 다른 색채를 연구해 온 작가가 80세 넘어 완숙 단계에서 그려내는 백색 배경의 화이트 시리즈는 붓과 신체를 활용한 과감한 터치를 우아하고 생생하게 담아낸다.

김종학Kim Chong Hak, Untitled, 2023, Acrylic on canvas, 100 × 80.3 cm. 이미지 조현화랑
김종학Kim Chong Hak, Untitled, 2023, Acrylic on canvas, 100 × 80.3 cm. 이미지 조현화랑

숯을 매체로 흑백의 서체적 추상을 국제무대에 선보이는 이배 작가는 브론즈 조각 작업 및 판화 작업을 선보인다. 검은 바탕에 하얀 선의 이배 판화는, 숯 조각을 캔버스에 붙이고 그 위에 흰색 선으로 드로잉한 화이트 라인의 마티에르 효과와 입체감을 평면화하여 그 필력을 더욱 섬세하게 나타내는 작품이다. 브론즈 조각은 이배의 평면 위의 붓질 작업을 2D에서 3D로 확장하여 공간감을 부여한다. 이배 작가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전에 참여하여 4월부터 11월까지 빌모트 재단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현화랑은 올 5월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보스코 소디Bosco Sodi, BS-P 40726, 2023, Mixed media on wood, 25.4 x 17.78 cm. 이미지 조현화랑
보스코 소디Bosco Sodi, BS-P 40726, 2023, Mixed media on wood, 25.4 x 17.78 cm. 이미지 조현화랑

질감과 색채 표현이 풍부한 대형 회화 작업으로 잘 알려진 멕시코 화가 보스코 소디의 신작 또한 소개한다. 평면 화면 위에 점토, 톱밥, 안료, 풀 등의 유기적인 소재를 섞어 안착시킨 그의 작품 위에는 몸의 ‘수행’ 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 동안 발생하는 우연들, 실수와 불완전함도 그대로 수용되어 남겨진다. 보스코 소디의 작품은 올해 3월 아라비아 반도의 고대 사막 지역인 알울라의 풍경을 배경으로 펼친 ‘Desert X AlUla 2024’에 소개된바 있다. 또한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 미술관의 야외 테라스에서 개막한 전시 “Origen”이 올 6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키시오 스가Kishio Suga, Spatial Transcendence, 2019, wood, acrylic, stone, 250.6 x 125.4 × 86.8 cm. 이미지 조현화랑
키시오 스가Kishio Suga, Spatial Transcendence, 2019, wood, acrylic, stone, 250.6 x 125.4 × 86.8 cm. 이미지 조현화랑

이와 더불어 일본 모노하 운동을 이끌어온 키시오 스가의 최근 작업을 선보인다. 키시오 스가는 물체를 재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개념에서 벗어나, 이미 존재하는 물체의 존재 방식 자체를 다룬다. 그의 작품은 물체와 물체, 전경과 후경, 존재와 무존재의 연속으로, 관계의 무한한 가능성이 만들어 내는 풍경을 빚어낸다. 키시오 스가는 2023년 겨울 조현화랑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어 부산 하천에서 수집한 몽돌 550개와 구리선 500개를 활용한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안지산Ahn Jisan, 비를 태워라(Burn The Rain) 005, 2024, Oil on canvas, 145.5 x 112.1 cm. 이미지 조현화랑
안지산Ahn Jisan, 비를 태워라(Burn The Rain) 005, 2024, Oil on canvas, 145.5 x 112.1 cm. 이미지 조현화랑

 

또한 삶과 죽음의 경계와 그로 인한 불안을 끝없이 연구하며 내러티브 콜라쥬 작업으로 표현하는 안지산 작가의 신작 회화 작품이 소개된다. 안지산 작가는 인간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자, 철학적 주제인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끝없이 연구한다. 그의 작업방식은 어떠한 대상, 현상들을 작가 스스로 재해석하고, 이를 작업실에서 ‘재현’, ‘연출’이라는 과정인 “네러티브 콜라쥬”를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해당 사건의 주인공 또는 목격자가 되어 다양한 시점에서 페인팅 작업을 한다. 작가에게 작업실은 회화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지이자 생산지이다. 이곳에서 작가는 심리, 기억, 경험, 트라우마의 세계 사이에서 회화라는 자신만의 무대의 연출가가 된다. 즉, 작가의 재해석을 통해 또 다른 내용과 시간을 덧입히고 극적인 상황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현장 속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하기도, 매우 먼 거리에서 바라본 현장의 모습을 마치 목격자 입장에서 묘사하기도 한다. 작가는 거친 표현을 위해 붓, 나이프뿐만 아니라, 손에 잡히는 것들-비닐, 장갑, 노끈, 손, 나뭇가지 따위-을 주저하지 않고 사용한다. 신작은 눈 폭풍 속의 사냥과 채집을 소재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도록 이끈 회화이다.

2014년 암스테르담의 리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젊은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버닝 브론저 프라이즈(Buning Brongers Prize)를 수상한 작가는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4년 화랑미술제는 4월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42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에는 올해 총 156개의 국내 갤러리가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