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통한 실천적 사회활동 참여를 지향하는 창작집단 로맨틱 용광로(대표 박현지)가 올해 여름, 60대 예술인들의 꿈을 실현하는 프로젝트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을 준비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대표작인 <고도를 기다리며>(작 사뮈엘 베케트, 연출 김기하)를 2023년 여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무대에 올려 8월 18일부터 공연한다. 

로맨틱 용광로 박현지 대표는 “사뮈엘 베케트의 고전을 오늘날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이유는 이 작품에 함께 사는 공존/공생/상생(symbiosis)의 마음이 녹아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가슴에 희망을 품은 인물들이 있다. 어수룩한 두 부랑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다. 그 둘은 서로를 지긋지긋해하고 늘 이제 그만 헤어지자, 목매달아 죽자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정작 서로를 떠나지 않고 오지도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달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라며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또 하루 살만해진다. 이 은밀한 비밀, 새싹같은 희망을 현재 우리 관객에게 전하고 싶어 2023년 뜨거운 여름,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을 올린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1년간의 긴 준비 기간을 거쳐 올리는 공연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와는 사뭇 결이 다른, 좀 더 원작에 천착하는 작품으로 관객을 맞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포스터. 이미지 창작집단 로맨틱 용광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포스터. 이미지 창작집단 로맨틱 용광로

 

<고도를 기다리며>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한적한 시골길.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두 방랑자는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고도가 정확히 누구인지도 모르면서도 오랫동안 계속해서 고도를 기다린다. 이 지루한 일상을 깨기 위해서 다양한 놀이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포조와 럭키를 만나는데 주인 포조는 짐꾼 럭키를 목줄을 매고 개처럼 끌고 다니면서 회초리로 위협하고 온갖 심부름을 시킨다. 네 사람은 함께 어울려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다가 헤어진다. 잠시 후, 소년이 나타나 “고도 씨는 오늘 밤에 못 오지만 내일은 올 것이다"라고 말을 전하고 떠난다.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파리 바빌론 극장에서 1953년 1월 5일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사실 공연 이전에는 너무 전위적이라는 이유로 많은 연출가로부터 외면받았다. 그러나 초연이 대성공을 거두고 이후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고도’의 이야기는 현대 부조리극의 고전으로 자리잡아 세계 각국에서 줄곧 공연된다.

이미지 창작집단 로맨틱 용광로
이미지 창작집단 로맨틱 용광로

<고도를 기다리며>는 베케트가 2차 세계대전(1939~1945) 당시 겪은 피신 생활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다. 그가 남프랑스의 보클루즈에서 숨어 살면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자신의 상황을 인간의 삶에 내재된 보편적인 기다림으로 작품화하였다. 베케트는 이 희곡으로 196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수상식에 불참하고 인터뷰를 일절 거부했다고 전한다.

이번 로맨틱 용광로의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배우 주진모, 이현우, 안병식, 황건, 유대준, 박성호가 출연한다.

국립극단 출신으로 이제는 연극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더 낯익은 중견배우 주진모가 에스트라공 역으로 <렛미인> 이후 7년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블라디미르 역을 맡은 이현우 순천향대 교수는 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도 맡고 있으며 <겨울나그네>, <라 쁘띠뜨 위뜨>, <이런 동창들> 등에 출연했다. 또한 원로배우 이순재가 출연했던 <리어왕> 연출을 맡는 등 왕성하게 연극 활동을 하고 있다.

포조 역할은 <목란언니> <그게 다예요>, <XXL 레오타드안나수이손거울>, <탈주자>,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등에 출연하며 대학로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 중 하나로 꼽히는 안병식과 연극 <쁘띠삼촌>, <이광수의 꿈, 그리고 꽃>, 뮤지컬 <모비딕>, 영화 <더 펜션> 등 다방면에서 폭넓은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황건이 더블 캐스트되었다.

럭키 역은 대학극 이후 45년 만에 연극무대에 다시 오르는 유대준이 맡아 그동안 응축했던 연기 열정을 분출한다. 소년 역에는 영화 <생일> <엑시트> 등에 출연했던 아역 배우 박성호 군이 출연한다.

<고도를 기다리며> 8월 18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하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