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도미니크 모리소의 연극 <스켈레톤 크루>가 국내에 공연된다. 극단 적이 신작 <스켈레톤 크루>(이 곤 연출, 마정화 역)를 경기문화재단의 기초예술창작지원 초연 부문 지원을 받아 고양시 '터 씨어터'에서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공연한다.

<스켈레톤 크루>는 세계적 경제 침체의 시기인 2008년이 배경이다. 구조조정에 직면한 노동자가 자신의 생존과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제조업의 철폐는 생존에 관한 문제이자 전체 경제의 침체라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만들어내는 심각한 이슈다.

연극 '스켈레톤 크루' 포스터. 이미지 극단 적
연극 '스켈레톤 크루' 포스터. 이미지 극단 적

드라마와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력이 검증된 강애심 배우가 페이 역으로,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에서 여러 역할 소화로 극찬받은 안병찬 배우가 데즈 역으로 출연한다. 정지은 배우는 샤니타 역 오현우 배우는 레지 역을 연기한다.

극단 적은 지난 6월 폐막된 제44회 서울연극제에서 <4분 12초>로 작품우수상, 연출상, 연기상, 무대예술상, 관객리뷰단 인기상까지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작가 도미니크 모리소는 남편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다 거리에서 생소한 풍경을 보았다. 한 아주머니가 살림살이로 안을 가득 채운 승용차 한쪽에 겨우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그 승용차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알고 보니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아 갈 곳이 없어진 노동자였다. 자동차를 만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동차 안에서 사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는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도미니크 모리소가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도미니크 모리소는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그 희곡이 <스켈레톤 크루>이다. 이 연극은 2016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2021년 브로드웨이에서 재공연되어 토니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스켈레톤 크루 Skeleton Crew>는 전작 <디트로이트 67 Detroit 67> <파라다이스 블루 Paradise Blue>로 구성된 [디트로이트 프로젝트Detroit Project]의 마지막 작품이다.

강애심 배우(페이 역). 이미지 극단 적
강애심 배우(페이 역). 이미지 극단 적

‘노동자들의 도시’라는 자긍심이 넘쳐났던 도시 디트로이트!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결국 파산을 선언한다. 자동차 도시의 파산 그것은 미국 가치의 몰락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마지막까지 노동 현장을 지키던 노동자들이 있었다. 디트로이트에 남은 마지막 자동차 스탬핑 공장 노동자 페이, 데즈, 샤니타, 레지는 상황을 낙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장이 문을 닫더라도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계획한다.

노조 대표 페이는 29년을 일했고, 1년만 더 채우면 원하는 만큼의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암을 앓고 있는 그는 이후 삶을 위해 연금을 제대로 받고 은퇴하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샤니타는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노동자로서의 자긍심이 크다. 자긍심의 기반이었던 공장이 문을 무너지면 임신 중인데 어떻게 생존할지 막막하다.

안병찬 배우(데즈 역) 사진 극단 적
안병찬 배우(데즈 역) 사진 극단 적

데즈는 노동조합에 불만이 많은, 자신의 능력을 믿는 젊은 노동자. 빨리 돈을 벌어 자신의 꿈인 자동차정비소를 열고자 한다.

레지는 현장 노동자 출신 말단 관리자. 회사의 방침을 따르라는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생산직 노동자들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애쓰고 있다.

노동은 노동자의 삶을 지탱해주는 물질적인 기반일 뿐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를 잃었을 때 노동자는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를 뚫고 나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지은 배우(샤니타 역). 사진 극단 적
정지은 배우(샤니타 역). 사진 극단 적

<스켈레톤 크루>의 작가 도미니크 모리소는 ‘노동자의 연대’가 그 길임을 보여준다. ‘스켈레톤 크루Skeleton Crew’는 보통 ‘작업을 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을 일컫는 말이지만, 또한 살이 다 떨어져나가고 죽어가는 공장에서 ‘뼈대처럼 남아있는 마지막 노동자들’을 연상시키는 제목이기도 하다.

오현우 배우(레지 역). 사진 극단 적
오현우 배우(레지 역). 사진 극단 적

도미니크 모리소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이다. 계급과 인종, 젠더 등의 주제를 역동적으로 엮어 새로운 입장에서 미국을 이야기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흑인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면서 단순한 소재적 접근을 넘어서는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있다. 오비 상을 두 번 수상했고 그밖에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2018년 천재에게 주는 상으로 알려진 맥아더 기금을 받는 맥아더펠로가 되었다. 3부작 [디트로이트 프로젝트] 외에 <파이프라인Pipeline>, <선셋 베이비Sunset Baby>등의 작품이 있으며, 최근 신작 뮤지컬 <엔 투 프라우드Ain't Too Proud>로 토니 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