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비밀기지(연출 신진호)의 청소년극 신작 〈쾅〉, 〈연어〉, 〈용서의 신〉이 9월 8일(금)부터 9월 17일(일)까지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 신작은 2023년 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DAC Artist)이자 비밀기지의 대표 신진호가 연출을 맡았으며 2015년 벽산 희곡상과 2017년 동아연극상 희곡상, 차범석 희곡상 등을 수상한 고연옥 작가와 차세대 극작가 나수민, 장지혜 작가가 함께 작품을 올린다.

요즘 젊은xx들 공연 '쾅' 포스터. 이미지 비밀기지
요즘 젊은xx들 공연 '쾅' 포스터. 이미지 비밀기지

비밀기지의 ‘요즘 젊은 XX들’ 프로젝트 2023년 신작 청소년극 <쾅>, <연어>, <용서의 신>은 흥미로운 소재로 엮인 짧은 이야기들이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다양한 결말과 시작을 만들어 내며 일과에 쫓기는 십대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환기해줄 단편의 묘미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신진호 연출은 “세 작가가 다루어 놓은 세계를 통해 청소년 사회 시스템과 각 세대의 정체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시선을 같이 들여다보고자 한다”며 “청소년의 일상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그들 삶의 단면을 3편의 단편 연극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서고자 한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연극 <쾅>(작 나수민, 연출 신진호)에는 오진민, 김혜령, 최이레, 정단비, 이호, 염진혁, 양지영가 출연한다.

중학교 2학년 교실. 강현호가 교실 뒷문을 세게 닫는다. 때마침 따라 들어오던 박수광이 문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교실에 있던 최현승, 이지경, 주연희, 김산은 그 장면을 목격하고, 쾅 소리와 함께 교실의 시간이 잠시 멈춘다. 이 짧은 순간이 여섯 명의 인물 사이에서 되풀이되거나 변형되고, 현재와 미래가 뒤섞이기 시작한다.

<쾅>의 기획의도는 이렇다.

“어떤 순간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다. 나이 들어가는 나와 함께 그 순간도 내 삶을 함께한다. 결국 ‘나’라는 사람은 그런 순간들이 모여 구성되는 건 아닐까? 하는 질문으로 인물들을 그렸다. 그러니까, 그 순간들의 시간 순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들 자체가 중요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열다섯 살부터 마흔한 살까지,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면서 재배치되는 이야기 속에서 ‘나’와 ‘나’가 다시금 만나는 이야기를 그려보고자 한다.”

이 극을 쓴 나수민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혔다.

“내게 일어난 일이 완전히 매듭지어질 때까지는 내 생각보다 엄청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마찬가지로 엄청 오랜 시간을 들여 나는 알게 되었다. 10살 때 내게 생긴 일이 64살이 돼서야 매듭지어질 수도 있는 것처럼. 심지어 그 매듭이 수학 공식처럼 일목요연하거나 칼로 네모반듯하게 자른 것처럼 딱 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그냥 어떤 일은 그런 식으로 끝이 난다.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서툴게 묶인 매듭처럼. 그게 예전엔 슬프고 힘들었는데, 사실 요즘도(!) 여전히 슬프고 힘들다. 하지만 조금, 아주 조금 재미있다. 그 아주 조금의 재미를 모두와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요즘 젊은xx들 '연어' 공연 포스터. 이미지 비밀기지
요즘 젊은xx들 '연어' 공연 포스터. 이미지 비밀기지

<연어>(작 장지혜, 연출 신진호)에는 김의태 서지우가 출연한다.

여름방학을 앞둔 7월의 여름날, 장마가 시작된다. 천장에서, 하수구에서 역류하는 물은 어느새 반지하를 삼키려 한다. 이곳에 이사 온 탁은 이삿짐을 정리함과 동시에 물을 비워내려 안간힘을 쓴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전 세입자였던 같은 반이자 짝꿍 주현이 매일같이 찾아와 자신이 놓고 간 물건을 찾는다. 그런 주현이 불편한 탁. 오지 말라고 말해도 주현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둘의 불편한 만남이 계속된다. 학교에서 마주한 둘. 주현의 때아닌 참견에 탁은 발끈하고 결국 주현이 반지하에 살았던 사실이 공개된다. 주현은 탁의 집에 찾아간다. 씩씩거리는 주현, 아랑곳하지 않는 탁. 탁은 이전에 주현이 말했었던 방주에 대해 언급하고 주현은 탁에게 제안한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라, 산란기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산란을 마친 연어는 곧 죽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연어가 태어납니다. 어찌 보면 연어의 긴 여정이 죽기 위해 돌아가는 것 같지만 한편으론 다시 태어나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죽음과 태어남보다 그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 순간의 연어에 주목하게 됩니다. 다가올 어떤 미래를 위해 사는 게 아닌, 지금을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매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모습을요. 오늘을 산다는 것, 살아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 또 다른 산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서 불현듯 열여덟 살 탁과 주현이 떠올랐습니다. ‘나’만 보이던 공간에서 오늘의 ‘너’를 인식하고 증인이 되기까지. 이 두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연어를 이야기해봅니다.”(‘기획의도’)

요즘 젊은xx들 '용서의 신' 공연 포스터. 이미지 비밀기지
요즘 젊은xx들 '용서의 신' 공연 포스터. 이미지 비밀기지

<용서의 신>(작 고연옥, 연출 신진호)에는 성여진, 최호영, 김신이가 출연한다.

이 연극의 기획 의도는 이렇다. “용서는 복수나 응징보다 훨씬 나은 미덕으로 여겨진다. 때론 가해자가 정당한 벌을 받거나 진심으로 참회하기도 전에 용서할 것을 요구받는다. 수많은 용서의 신들로 둘러싸인 이 세계는 과연 자비로운 곳일까? 과거의 죄를 용서받고자 하는 A, 용서 대신 미움을 선택한 B, 두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으로 초대받은 C. 교회 옆 작은 카페를 배경으로 세 사람의 만남과 엇갈림 속에 용서의 시대에 점점 소거되는 존재와 목소리를 발견하여 우리 시대 진정한 용서의 신을 찾고자 한다.”

고연옥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을 움직이는 건 약자들인 것 같아요. 당신이 약자라고 느낀다면 세상을 바꿀 자격이 있습니다. 존재만으로 분투하는 삶이 있지요. 중요한 건 약자였던 시절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거 같아서....라고 말했던 내 소중한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고 밝혔다.

요즘 젊은xx들 공연 흑백 포스터. 이미지 비밀기지
요즘 젊은xx들 공연 흑백 포스터. 이미지 비밀기지

 

한편 비밀기지의 ‘요즘 젊은 XX들’프로젝트는 청소년극을 창작하는 단체 내외부 작가, 연출가, 창작자가 만나는 청소년 창작 협업 프로젝트로, 청소년극의 소재를 발굴하고 청소년들이 함께 창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창작시스템을 실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