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지난 74년간 청와대에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 국정 최고 리더로서 고뇌하고 결단을 내렸던 열두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청와대 세종실 입구에 전시되었던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 현재 세종실과 인왕실에서는 오는 8월 28일까지 청와대에 머문 12명의 역대대통령의 상징소품을 전시한 특별전시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가 열린다. 사진 강나리 기자.
과거 청와대 세종실 입구에 전시되었던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 현재 세종실과 인왕실에서는 오는 8월 28일까지 청와대에 머문 12명의 역대대통령의 상징소품을 전시한 특별전시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가 열린다. 사진 강나리 기자.

6.25 한국전쟁과 한미동맹, 산업화, 민주화, IMF 외환위기, 코로나 세계적 대유행 등 국가적 위기와 좌절, 성취와 승리의 기록들과 함께한 대통령들의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특별 전시가 청와대에서 진행 중이다.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청와대 본관 세종실과 인왕실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그들이 청와대에서 보낸 주요 순간들과 라이프 스타일을 압축한 상징 소품이 전시되었다. 지난 6월 1일부터 오는 8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들을 되짚을 수 있다.

제1대~3대 대통령 이승만(재임 1948~1960)

이승만 대통령의 상징 소품 영문타자기. 사진 강나리 기자.
이승만 대통령의 상징 소품 영문타자기. 사진 강나리 기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영문 타자기’이다. 그는 청년 시절 독립운동을 할 때부터 가방에 영문 타자기를 항상 휴대하며 기록했으며, 78세에도 직접 타자기를 두들기며 문서를 작성했다.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 이외에는 그 누구도 타이핑을 대신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축하식에 입은 이승만 대통령의 개화 두루마기. 사진 강나리 기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축하식에 입은 이승만 대통령의 개화 두루마기. 사진 강나리 기자.
국내 최초 항공기 '부활' 모형과 청년 시절 사용한 여권(집조). 사진 강나리 기자.
국내 최초 항공기 '부활' 모형과 청년 시절 사용한 여권(집조).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전시공간에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식을 비롯해 평소 즐겨 입은 개화 두루마기(고름 대신 단추로 여밈), 1953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항공기 ‘부활’모형, 청년 이승만이 대한제국 광무 8년(1904) 미국으로 가기 위해 발급받은 집조(여권) 등이 있다.

제4대 대통령 윤보선(재임 1960~1962)

윤보선 대통령의 상징 소품 구 본관 청기와. 사진 강나리 기자.
윤보선 대통령의 상징 소품 구 본관 청기와. 사진 강나리 기자.

윤보선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비취빛 ‘청와대 청기와’로, 구 본관에 올린 청기와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다. 그는 4‧19혁명으로 의원내각제인 제2공화국을 출범하면서 대통령의 공간을 경무대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을 지닌 푸른 기와집, 청와대로 이름을 바꾸어 국가 새 출발의 의지를 표현했다. “일제 때 총독 관저였고 자유당 때 독재체제를 강화한 곳이라는 오명의 잔영을 씻어버리고 싶었다”는 윤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 약수터 부근 바위에 친필로 ‘靑瓦臺(청와대)’라 새겼다.

상해 임시정부에서 활약하던 시절부터 함께한 여행가방과 안경, 중절모. 사진 강나리 기자.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활약하던 시절부터 함께한 여행가방과 안경, 중절모.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전시공간에는 그가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활약하던 1921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으로 유학길을 비롯해 중국, 일본, 유럽 등 많은 곳에 동행한 여행 가방과 ‘영국 신사’로 불렸던 그의 안경과 중절모가 있다. 또한, 재직 당시 농민들과 모내기하는 사진과 미국 소설가 펄벅 여사와 만난 순간을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었다.

제5대~ 9대 대통령 박정희 (재임 1963~1979)

박정희 대통령이 그린 반려견 '방울이' 연필 스케치. 사진 강나리 기자.
박정희 대통령이 그린 반려견 '방울이' 연필 스케치. 사진 강나리 기자.

가장 오랜기간 청와대에 머문 박정희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독특하게 직접 연필로 스케치한 반려견 ‘방울이’이다. 군인이 되기 전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늘 드로잉 수첩을 갖고 다녔고 경부고속도로 계획안 등을 정밀하게 스케치하며 국정을 입체적으로 파악했다.

(위) 국가의 가난극복에 기여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헬멧과 청진기. (아래) 박정희 대통령이 쓰던 각궁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시를 새긴 전통. 사진 강나리 기자.
(위) 국가의 가난극복에 기여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헬멧과 청진기. (아래) 박정희 대통령이 쓰던 각궁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시를 새긴 전통.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공간에는 한국 전자공학발전을 위해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김완희 박사에게 쓴 간곡한 귀국요청 손편지, 국가 가난 극복의 상징인 파독 광부의 헬멧과 간호사의 청진기, 대통령이 아끼던 각궁과 화살을 담은 전통, 애용하던 카메라 등이 전시되었다.

제10대 대통령 최귀하 (재임 1979~1980)

최규하 대통령이 광부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사용한 연탄보일러. 사진 강나리 기자.
최규하 대통령이 광부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사용한 연탄보일러. 사진 강나리 기자.

최규하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연탄보일러이다. 국무총리 시절 강원도 장성 탄광 막장에서 광부들에게 힘들여 캔 탄을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때겠다고 약속했고, 대통령 재임 중은 물론 퇴임 후 서교동 가옥에서도 약속을 지켰다.

(왼쪽부터) 검소함이 몸에 밴 최규하 대통령의 사저에 걸려있던 문패, 외무부 장관시절 받은 공로패, 원유 확보를 위해 방문한 쿠웨이트의 국왕이 선물한 은제 모형 돛단배. 사진 강나리 기자.
(왼쪽부터) 검소함이 몸에 밴 최규하 대통령의 사저에 걸려있던 문패, 외무부 장관시절 받은 공로패, 원유 확보를 위해 방문한 쿠웨이트의 국왕이 선물한 은제 모형 돛단배.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공간에 전시된 쿠웨이트 국왕의 선물, 은제 모형 돛단배는 원유 확보를 위해 처음으로 중동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를 방문해 정상외교를 펼친 흔적이다.

제11대 12대 대통령 전두환 (재임 1980~1988)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축구공. 사진 강나리 기자.
전두환 대통령의 상징소품 축구공. 사진 강나리 기자.

전두환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자신이 직접 서명한 축구공이다. 대구공고 시절 축구부 골키퍼였던 그의 스포츠 사랑은 각별했다. 그의 재임 시절 우리나라의 프로야구와 프로 축구 리그가 출범했으며, 첫 시구와 첫 시축을 했다. 

1982년 1월 36년 만에 야간통행금지 해제되기 전 야간운행증, 봉황장식이 새겨진 대통령의 방한모. 사진 강나리 기자.
1982년 1월 36년 만에 야간통행금지 해제되기 전 야간운행증, 봉황장식이 새겨진 대통령의 방한모.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공간에는 1981년 세계권투평의회(WBC) 서울총회 개최를 기념해 선물 받은 황금빛 기념패를 비롯해 1982년 36년 만에 야간통행 금지 해제 조치를 했을 때 관련 문서와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야간 운행증 등이 전시되었다.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재임 1988~1993)

노태우 대통령이 어린 시절 여읜 부친이 남긴 유품인 퉁소를 비롯한 전통 관악기. 사진 강나리 기자.
노태우 대통령이 어린 시절 여읜 부친이 남긴 유품인 퉁소를 비롯한 전통 관악기. 사진 강나리 기자.

노태우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퉁소 등 관악기이다. 퉁소는 노 대통령이 7살 때 여읜 부친의 유품으로, 수준급의 연주실력을 갖췄다.

88올림픽 개회식에서 소년이 굴린 굴렁쇠. 사진 강나리 기자.
88올림픽 개회식에서 소년이 굴린 굴렁쇠.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공간에는 1988년 9월 17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우리나라 첫 올림픽 개회식에서 푸른 잔디광장에 소년이 굴린 굴렁쇠가 있다. 이어령 선생의 상상력이 만든 퍼포먼스는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전 모스크바, LA 올림픽이 미‧소 냉전으로 인해 반쪽 올림픽이었던 것과 달리 전 세계가 어우러진 대회였다. 또한, 실용의 북방외교에 힘쓴 그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중절모도 볼 수 있다.

제14대 대통령 김영삼 (재임 1993~1998)

김영삼 대통령의 조깅화. 사진 강나리 기자.
김영삼 대통령의 조깅화. 사진 강나리 기자.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방한 당시 함께 조깅하는 모습과 매일 새벽 청와대 녹지원을 조깅하던 모습. 사진 강나리 기자.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방한 당시 함께 조깅하는 모습과 매일 새벽 청와대 녹지원을 조깅하던 모습. 사진 강나리 기자.

김영삼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매일 새벽 청와대 녹지원을 뛰며 금융실명제 발표 등 국가 주요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고뇌의 순간 함께한 낡은 조깅화이다. 김 대통령에게 새벽 조깅은 몰입의 순간이고 결단의 의식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상춘재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써서 선물한 '대도무문' 붓글씨 작품. 사진 강나리 기자.
김영삼 대통령이 상춘재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써서 선물한 '대도무문' 붓글씨 작품.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공간에는 1993년 방한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상춘재에서 직접 써서 선물한 ‘대도무문(大道武門)’ 붓글씨가 있다. 대도무문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正道)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이다.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재임 1998~2003)

김대중 대통령의 상징 소품 원예가위. 독서와 꽃 가꾸기가 인고의 세월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김대중 대통령의 상징 소품 원예가위. 독서와 꽃 가꾸기가 인고의 세월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김대중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원예 가위이다. 재야 정치인으로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그는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체포되어 독서와 함께 꽃 가꾸기로 감옥생활을 견뎠다. 꽃들에게 말을 걸며 겨울을 이겨내 마침내 꽃을 피운 인동초와 같은 삶을 살아온 김 대통령을 상징한다.

(시계방향으로) 2000년 수상한 노벨평화상 메달과 기념주화, 2002 월드컵 때 대통령도 붉은 악마였다, 아내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옥중 서한. 사진 강나리 기자.
(시계방향으로) 2000년 수상한 노벨평화상 메달과 기념주화, 2002 월드컵 때 대통령도 붉은 악마였다, 아내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옥중 서한.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공간에는 감옥에서 아내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정중하고 다정한 편지, 2002 월드컵 응원을 하며 김 대통령이 썼던 붉은악마 모자, 2000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 메달과 기념주화가 전시되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선물한 삼성 휴대전화. 사진 강나리 기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선물한 삼성 휴대전화. 사진 강나리 기자.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으로부터 선물받아 싸인이 새겨진 삼성 휴대전화이다. 김 대통령은 IMF 상황극복을 위해 1998년 6월 빌 게이츠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에게 조언을 구했고 답변은 같았다. ‘초고속 인터넷!’ 이때 IT강국 대한민국의 기초가 놓였다.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재임 2003~2008)

노무현 대통령이 개발해 특허를 취득한 개량독서대. 사진 강나리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개발해 특허를 취득한 개량독서대. 사진 강나리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상징 소품을 본인이 직접 개발해 특허를 받은 개량독서대이다. 대한민국 대통령 중 유일한 특허 대통령인 노 대통령은 문제를 우회하지 않고 정면 돌파해 파격적인 해법과 개선방식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전시공간. 사진 강나리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전시공간.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공간에는 2003년 영해의 수호자 문무대왕함 진수식에 썼던 기념도끼, 이라크 파병군을 깜짝 방문해 선물한 시계, 한미FTA관련 서류 등과 함께 소탈했던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있다.

제17대 대통령 이명박 (재임 2008~2013)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소품 자전거 헬멧. 사진 강나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소품 자전거 헬멧. 사진 강나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4대강 길 따라 1,800km 국토종주 자전거길 개통의 상징, 자전거 헬멧이다. 기업인 시절 신속한 현장 확인을 위해 자전거로 달려갔던 그는 대통령 시절에도 자전거로 가끔씩 출근하기도 했다.

(왼쪽)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부상한 석해균 선장에게 수여한 표창장. (오른쪽) 이명박 대통령 전시공간. 사진 강나리 기자.
(왼쪽)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부상한 석해균 선장에게 수여한 표창장. (오른쪽) 이명박 대통령 전시공간.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공간에는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 때 중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에게 수여한 훈장, 대통령이 쓰던 테니스 라켓 등이 있다.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재임 2013~2017)

박근혜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저도의 추억'. 사진 강나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저도의 추억'. 사진 강나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저도의 추억’들이다. 취임 후 첫 여름 휴가지로 택한 거제 앞 작은 섬 저도 해변에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시 제목 ‘저도의 추억’이라 나뭇가지로 쓴 사진과 시집, 〈나의 어머니 육영수〉 저서가 전시되었다.

(왼쪽)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복사본 (오른쪽) 정부 세종청사 완공식 기념식수 삽. 사진 강나리 기자.
(왼쪽)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복사본 (오른쪽) 정부 세종청사 완공식 기념식수 삽.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공간에는 늘 가지고 다니던 수첩 복사본과 정부 세종청사 완공식 기념식수를 하며 썼던 삽 등이 전시되었다.

제19대 대통령 문재인 (재임 2017~2022)

문재인 대통령의 상징 소품, 등산스틱. 사진 강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상징 소품, 등산스틱. 사진 강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상징 소품은 취임 3주년을 기념해 만든 등산 스틱이다. 네 번의 히말라야 등반을 할 정도로 등산 마니아였던 문 대통령은 “산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 멀리 떨어져서 깊이 생각하는 성찰의 시간이다”라고 했다. 재임 중에 시민들과 아차산에서 신년 해맞이 등산을 했고, 북한에 갔을 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을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앤디 워홀의 판화작품 '시베리아의 호랑이'. 사진 강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앤디 워홀의 판화작품 '시베리아의 호랑이'.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공간에는 2018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물한 앤디 워홀의 판화작품 ‘시베리아 호랑이’가 전시되어 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발행한 기념 은행권, 마스코트 수호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