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이자 통합성장 이론의 창시자인 오데드 갤로어는 노벨경제학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경제학자로 《인류의 여정》(장경덕 옮김, 시공사, 2023)에서 거의 30만년을 거슬러 올라가 오늘날 인류가 달성한 ‘성장의 수수께끼’와 그 이면에 있는 ‘불평등의 수수께끼’를 밝혀낸다.  통합성장 이론은 인류사 전체에 걸친 개발, 번영 그리고 불평등의 원인을 밝히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오데드 갤로어 "인류의 여정"  사진 시공사
오데드 갤로어 "인류의 여정" 사진 시공사

오데드 갤로어는 인류는 19세기 들어 생활 수준이 놀랄 만큼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인류사에서 생활수준이 꾸준히 향상됐음을 상식으로 여겼는데, 이는 곡해라는 것이다. “그저 생존 유지에 그치던 인간의 생활은 몇천 년이 지나도 세계 어디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몇세기 동안 인류의 생존 양식은 급격히 변했다. 오데드 갤로어는 “역사를 통틀어 보면 하룻밤 새 삶의 질이 극적으로 향상되는 전례 없는 경험을 한 셈”이라고 했다. 이 성장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오데드는 3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 여정을 따라가는 여행의 1부는 성장의 수수께끼를 탐구한다. 인류사 대부분에 걸쳐 인류를 생존 유지형 삶에 가둔 덫의 구조를 밝히고, 일부 사회가 마침내 이 덫을 부수고 나와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을 실현한 힘에 초점을 맞췄다.

오데드는 먼저 인류의 뇌에 주목한다. 이 여정을 시작하도록 인류를 자극한 첫 번째 불꽃은 바로 뇌의 발전이었다는 것이다. 진화의 압력에 특유의 방식으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인류 뇌에 더 큰 능력이 생겨났다. 뇌는 정보를 저장·분석·전달하고, 언어를 통해 추론하고 소통하며, 복잡한 거래와 협력을 원활히 하도록 진화했다. 강력한 뇌를 지닌 인류는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해 더 효율적인 수렵· 채집을 할 수 있었다. 그 진보 덕분에 인류가 불어날 수 있었다. 그 기술을 더 잘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특성은 생존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렇게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인류, '호모테크놀로지쿠스Home technologicus'가 출현했다.

오데드는 인류사를 보면 비슷한 성격의 상승작용을 나타내는 되먹임의 고리가 계속해서 나타난 점에 주목한다. 즉 환경의 변화와 기술혁신은 인구를 증가시켰고, 달라진 거주지와 새로운 도구에 적응하도록 인류를 자극했다. 그렇게 인류는 환경을 다루고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능력을 더욱 키웠다. 오데드는 인류의 여정을 이해하고 성장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핵심이라며 이 주기를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사 대부분에 걸친 기술 진보와 인구 사이의 상호작용은 서로를 강화하는 순환 고리였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기술 진보 덕분에 인구가 늘어났고 혁신에 적합한 사회적 특성이 장려됐다. 인구 증가와 적응을 통해 발명가의 층이 두터워지고 혁신에 대한 수요가 확대됐다. 이러한 순환고리는 또 다른 신기술의 창출과 채택을 더욱 자극했다. 거대한 변화의 톱니바퀴는 참으로 오랜 시간 멈추지 않고 인류의 여정에 추진력을 더했다. 이러한 변화는 거의 모든 문명과 대륙, 모든 시대에 걸쳐 기술진보를 촉발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진보도 오랜기간 인류의 생활수준만은 높이지 못했다. 지구상의 다른 모든 종처럼 인류도 빈곤의 덫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오데드는 설명한다. 기술 진보를 통해 자원이 늘면 그를 바탕으로 항상 인구가 늘어서 생활수준은 겨우 생존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18~19세기 유럽의 산업혁명으로 인류의 출산율이 낮아졌고 이로써 출산율 증가와 경제 성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끈질긴 관계가 종료됐다. 그 결과 인류는 엄청난 번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200년의 시간은 인류사에서 혁명적인 시기였다.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전례 없는 약진이 이뤄졌다.”

다만 이러한 혜택은 지구 모든 곳에 공유되지 못했고, 때로는 터무니없을 만큼 불균등하게 분배됐다.

여정의 2부에서는 지난 200년간 사회마다 발전 경로가 달랐던 이유와 국가별 생활수준에서 격차가 대폭 확대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이러한 불평등의 밑바탕에 있는 뿌리 깊은 요인을 밝혀내기 위해 3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인류의 제도와 문화, 지리, 사회 측면의 요인을 두루 살핀다. 아프리카에서의 탈출로 인한 인종과 문화의 분화, 먹고사는 문제와 제도의 다양화, 산업혁명 발생에 시간차가 발생한 이유와 그 차이가 끼친 영향 등을 지리와 문화의 요소를 더해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의 부에서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불평등의 궁극적 원인을 찾고, 이를 누구러뜨리기 위해 호모사피엔스 출연 이후의 사회 진화 양상을 과학에 기반을 두고 여러 학문 분야에 걸쳐 설명한다.

이렇게 인류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저자는 인류의 빈곤과 부정의를 줄이고,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인류 모두의 역량을 키우도록 독려한다.

그렇다면 오데드는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할까?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이 여정 끝에서 나온 인류의 미래에 대해 기본적으로 희망적이라고 미리 말한다.

“지구의 모든 사회를 아우르는 궤도를 봐도 그러하며, 이런 관점은 기술 발전을 진보로 보는 문화적 전통과도 일치한다. 앞으로 명백히 밝히겠지만, 인류의 여정 밑바탕에 있는 거대한 힘이 계속 가차 없이 작동하는 가운데 교육과 관용,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성평등이야말로 인류를 향후 몇십 년 또는 몇 세기 동안 번창토록 할 열쇠이다.”

오데드는 “제도와 문화, 지리 그리고 다양성 측면에서 지역적 격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 “시간을 두고 다양성 관련 정책에 더해 문화와 기술의 확산을 통해 지역적 격차를 최대한 좁히고 뿌리 깊은 요인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맬서스가 걱정스레 밝힌 힘이 인류의 집단적 기억에서 사라지고 인류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고 인류의 미래를 낙관하는 근거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