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노웨이투데이" 공연 무대  [사진 장혁]
연극 "노웨이투데이" 공연 무대 [사진 장혁]

극단 청춘오월당은 동시대 독일어권 연극을 대표하는 작품을 각색한 〈노웨이투데이〉(각색/연출 장혁)를 11월 3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공연했다. 이미 장혁 연출은 〈노웨이투데이〉를 현대극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공연과 이론》(66호)에 ‘연출노트’를 게재한 바 있다.

스케치북이 제작한 연극 〈노웨이투데이〉는 스위스 작가 겸 영화감독 이고르 바우에르지마(Igor Bauersima)의 〈노르웨이.투데이〉를 각색한 것이다. 2000년 11월 뒤셀도르프 샤우슈필하우스에서 초연된 〈노르웨이.투데이〉는 다음해에 100회 이상 공연되면서 동시대 독일어권 연극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웨이투데이>는 원작에서처럼 극 중간중간 영상과의 결합하여 공연이 무대에서 영상으로 펼쳐지는 독특한 형식을 지닌다. 그렇게 하여 연출은 ‘지금’ 즉, 극이 주는 현재성과 ‘가상’이라는 영상매체를 결합하여 이야기를 완성한다. 영상매체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이러한 연극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을까? 

이번에 새롭게 각색하여 무대에 올린 장혁 연출은 연출의도와 콘셉트를 이렇게 밝혔다.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이 ‘여기 지금’ 이라는 ‘현존’과 ‘실재’라면, 매체는 ‘부재’와 ‘가상’이다. 연극이 수용하는 매체에 대한 이질감이나 생소함은 연극과 매체의 본질적인 차이에 있다. 모든 예술형식의 경계가 무너지고 혼합장르가 생겨나고 영화, 컴퓨터, 모바일 등 각종 디지털 매체가 일상화된 이 시대에 연극이 새로운 매체를 수용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noway-today'는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동반자살을 하려는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무대화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이러한 이야기를 무대와 스크린에서 서로 충돌시키고, 비디오와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사건에 대한 상이한 관점과 인지수단의 선택을 관객에게 열어 놓고자 한다.
작업방식은 가능하면 실재와의 근접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무대에서의 사실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연극 "노웨이투데이"는 극 중간중간 영상과의 결합하여 공연이 무대에서 영상으로 펼쳐지는 독특한 형식을 지닌다.  [사진 장혁]
연극 "노웨이투데이"는 극 중간중간 영상과의 결합하여 공연이 무대에서 영상으로 펼쳐지는 독특한 형식을 지닌다.  [사진 장혁]

장혁 연출은 <노웨이투데이>를 만남, 여행, 변화라는 단계로 분석했다.

만남 : 죽음은 떠나고자 함, 즉 일상적 삶에서의 도피

줄리는 인터넷 대화방을 통해 자살을 선포하며, 그녀와 기꺼이 동반 자살할 사람을 찾고 있다. 대화방에서, 젊은 남자 어거스트는 그녀의 선포에 응답하며 대화방에 참여한다. 하지만 정작 그 둘은 정말 죽고 싶어 할 이유가 없기때문에 현실과 비현실에 관해 이야기하며 각자가 지닌 삶에 대한 신념에 관한 주장을 하게 된다. 서로 닮은 둘은 서로 흥미를 느끼며 마치 일상적인 여행을 떠나듯 흥분과 즐거움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된다.

여행 : 죽음으로 가는 흥분, 그것은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이다

텐트, 핸드폰 카메라와 몇 가지 음식을 갖추고 그들은 눈 덮인 노르웨이 절벽, 해발 600m 여행에 착수, 젊은 두 남녀는 노르웨이로 떠난다. 그 길은 둘을 알 수 없는 긴장감을 갖게 한다. 불편하게 하며 서로를 의심하게 하지만, 일상과 다른 묘한 편안함을 준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대면: 죽음 앞에서의 두려움, 그리고 변화

죽음 앞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먼저 행동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많은 말과 많은 행동만을 할 뿐이다. 그러는 사이 아름다운 오로라가 밤하늘을 가로질러 깜박인다. 예기치 않은 자연의 매력에 두 사람은 감정이 혼란스러워진다.

자신들의 마지막 고별인사를 하는 비디오 녹화는 결국 사소한 불평, 불만과 소소한 감정적인 말들로 번지게 되고 그들은 죽음 앞에서 죽음의 이유를 잃어버린다.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가 죽을까요?”

이 연극을 각색하며 장혁 연출은 대본을 총 다섯 단락으로 나누었다.

1. 줄리와 어거스트의 채팅방에서의 대화. 2. 노르웨이 피요르드에서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3. 절벽에서 서로 다투며 자살이 아닌 타살이 될 뻔한 해프닝. 4. 오로라라는 대자연 현상. 5. 자살 전 유언을 위한 인터뷰.

장혁 연출은 이렇게 크게 구분하고 등장 인물들의 감정 변화로써 각 단락을 나누었다고 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장혁 연출은 "자살하려던 두 인물이 죽지 않기 위해서는 장면마다 감정적 변화를 심하게 겪어야만 한다. 모든 감정을 털어놓고 쏟아부어야만, 원래 가지고 있던 악한 감정을 토해내고, 다른 무언인가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감정적 변화로 다시 나누어 정리했다.

1. 서로에 대한 호감 혹은 호기심.

2. 돌이킬 수 없는 실망과 불만으로 인한 감정적, 신체적 혼돈.

3. 극한적 상황에 대한 분노 폭발로 인한 감정변화

4. 형용할 수 없는 대자연 현상인 오로라로 인한 치유.

5. 유언을 통해 자신의 ‘진짜’ 얘기를 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런 극심한 감정 변화를 신체 언어로 표현하려면 연기에도 다른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장혁 연출은 ‘연기’에는 다음과 같은 주문을 했다고 한다.

"대상을 인식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사실적인 연기양식과 비사실적인 방법의 혼용에 의한 절충주의적 양식 연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연기자는 정확하고 절제되어 있는 심리적 연기방식과 표현력이 강한 신체언어를 탐구하여 작품을 표현한다."

그렇다면 형식은 어떤가? 장혁 연출은 "이 대본의 가장 큰 매력은 극을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지금’ 즉, 극이 주는 현재성과 ‘가상’이라는 영상매체를 결합하여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다. 그리하여 배우와 관객들에게, 영상 속의 ‘나’와 무대 위의 ‘나’와 그것을 보는 ‘나’ 중에서 진짜는 무엇인가? 세상을 살고 있는 나는 진짜인가? 사람들은 나의 진짜 모습을 알까? 나는 나의 진짜 모습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는 "매체와의 결합으로 극은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며, 사실적 연기와 형식적 연기를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결국 ‘지금’, 즉 극이 주는 현재성과 ‘가상’이라는 영상매체를 결합하여 이야기를 완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극 "노웨이투데이"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조명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조명이 특히 중요했다. [사진 장혁]
연극 "노웨이투데이"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조명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조명이 특히 중요했다. [사진 장혁]

작은 무대이지만, 세심하게 구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전체적인 무대는 극도로 단순하게 구성하여 소극장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조금은 비어 보이는 화이트 느낌의 무대는 현재 우리 사회의 정서적 빈곤과 소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동일한 구조물을 다양하게 변형하고 각각의 오브제를 세심하게 사용하여 각 인물과의 의미를 형성하게 함으로써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대는 공연 중 배우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여지기도 하며 여러 영상이 맺힐 수 있는 도화지의 효과를 지닌다.
극중 줄리는 죽음으로 떠난 자신의 모습과 어거스트의 모습을 찍으며, 이 모습이 무대 위에 그대로 나타날 수 있도록 장치한다."

장혁 연출은 무대를 이렇게 계획했다.

아울러 연극 <노웨이투데이>에서는 특히 조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간의 흐름을 조명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장혁 연출은 이 연극에서의 ‘조명’에 관해 "조명은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되 시간의 경과를 잘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특수하게 꼭 필요한 느낌은 다큐적인 느낌, 현재(진짜)와 환상(가짜)의 구분, 오로라의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2001년 100회 넘게 공연되면서 동시대 독일어권 연극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연극을 각색하여 국내 무대에 올린 <노웨이투데이>에서 유럽과 같은 호흡을 하려는 국내 연극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