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문화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지역 초기 신석기문화 재조명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유라시아문화학회(학회장 정경희)는 강원국학원(국학원장 임선홍)과 공동으로 11월 19일(토) 춘천 베어스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유라시아 고대의 우주관과 강원지역의 신석기문화〉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강원도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의 일환이자 (재)롯데장학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강원국학원은 한민족의 역사, 문화, 철학이 담겨 있는 '인간사랑, 나라사랑, 지구사랑'의 홍익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2005년 개원 이래 학술행사를 개최해왔다. 이번에는 2022 강원도비영리민간단체지원사업으로 강원국학원은 제5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유라시아문화학회(학회장 정경희)는 강원국학원(국학원장 임선홍)과 함께 11월 19일(토) 춘천 베어스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유라시아 고대의 우주관과 강원지역의 신석기문화"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유라시아문화학회]
유라시아문화학회(학회장 정경희)는 강원국학원(국학원장 임선홍)과 함께 11월 19일(토) 춘천 베어스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유라시아 고대의 우주관과 강원지역의 신석기문화"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유라시아문화학회]

 이번 학술대회는 ‘유라시아’라는 시각에서 강원지역 신선기문화를 검토했다. 우리나라 중동부에 위치한 동해안지역은 신석기시대부터 한반도 북부와 남부지역을 연결하는 문명 교류의 중간지대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근대 고고학이 시작된 이래 동해안지역에서는 많은 신석기 유적이 지속적으로 발굴되어 민족문화의 시작과 전개에 관한 중요한 시사점들을 던져주었다.

한민족문화가 본격적으로 발아하는 신석기시대 동해안지역의 많은 문화 요소 가운데 ‘오산리식 토기문화’로 널리 알려진 ‘평저토기문화’가 있다. 이는 1980년대초 양양 오산리유적의 발굴, 1990년대말 고성 문암리유적의 발굴로 대체적인 문화 형태가 드러났고 이어 양양, 강릉, 동해, 춘천 등지에서 다수의 유적이 조사되었다. 동해안지역의 평저토기문화는 남해안지역으로도 확산, 한반도 신석기 개시기의 대표적인 토기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는 특히 토기뿐 아니라 옥기와 석기, 적석총, 암각화 등의 많은 문화 요소들을 함께 공반하고 있기에 한반도지역에서 개시된 초기 신석기문화의 계통성과 성격을 가늠해보기에 적격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동해안지역 평저토기문화의 원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다. 대체로 흑룡강 하류와 오소리강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극동지역의 신석기문화와 같은 계통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더하여 극동지역과 한반도지역의 문화가 같은 계통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환동해문화’라는 개념이 도출되기도 하였다.

환동해문화라는 시각은 한반도문화를 동북아문화의 일환으로 바라보게 하는 거시적 안목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연구 성과에 기반하면서도 환동해문화라는 시각을 한 단계 더 확장, 유라시아문화라는 거시적 시각으로 동해안지역 신석기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였다.

특히 핵심 논제로서 환동해문화의 평저토기에 널리 나타나는 마름모문이나 십자문 등의 문양을 대상으로 환동해문화가 유라시아문화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해보았다.

유라시아문화학회와 강원국학원이 11월 19일(토) 춘천 베어스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유라시아 고대의 우주관과 강원지역의 신석기문화'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 참석자들이 발표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 강원국학원]
유라시아문화학회와 강원국학원이 11월 19일(토) 춘천 베어스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유라시아 고대의 우주관과 강원지역의 신석기문화'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 참석자들이 발표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 강원국학원]

 

임재해 안동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학술대회 제1부에서 한국암각화연구의 개척자인 이하우 한국암각화학회 회장은 "유라시아 마름모꼴 문양의 상징과 의미-천전리각석의 관점에서"라는 논문에서 유라시아의 마름모 상징과 천전리 암각화에 나타난 마름모 상징과의 연계성을 논하면서 이 상징이 의미하는 바는 여성의 생리 기능, 곧 생명 탄생과 재생의 기능을 상징하였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박영희 한국선사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은 "유럽의 후기 구석기 문화에 나타난 《생성에의 표현 양식 변천》에 대한 일고찰 - 그라베띠앙(Le Gravettien)기(期) 뷔너스 형태의 변천을 중심으로"에서 유럽 후기구석기문화, 특히 그라베띠앙기 비너스 형태에 나타난바 생명 탄생의 표현 방식이 변천해가는 과정을 살피면서 천전리 마름모 상징과의 관련성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는 유라시아 후기구석기 이래의 상징 문양을 현생인류의 생명에 대한 성찰을 담은 생명(기에너지) 표상이라는 시각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러한 시각 하에서 후기구석기 유럽지역과 시베리아지역의 각종 신성문양들을 분류하고, 이러한 전통이 신석기시대를 맞아 동북아-동해안으로 계승·확장되어갔다고 보았다.

장장식 길문화연구소 소장은 유라시아 신성 표상 전통의 주요 축을 이루고 있는 몽골 하스문(卐·卍 이하 각종 십자문) 전통에서 보이는 각종 다양한 형태, 시대적 변천 과정, 상징적 의미, 구체적인 용례 등에 대한 세세하고도 광범한 논의를 통해 이 표상이 불과 하늘을 상징하는 신성 표상이자 씨족기호로도 널리 사용되었음을 밝혔다.

이번의 다양한 주제발표와 논의를 통해 유라시아 후기구석기 이래 인류가 추구해온 세계관과 삶의 철학이 동북아 신석기문화로 계승되고 다시 한반도 동해안지역으로 면면히 이어지는 문화 전통의 흐름을 도출해낼 수 있었던 것은 큰 성과였다.

종합토론 후 좌장을 맡은 임재해 교수는 “향후 한민족문화 연구가 한반도의 좁은 틀을 벗어나 동북아, 더 나아가 유라시아라는 넓은 공간, 또 긴 시간 속에서 새롭게 그 위치와 의미를 재확인해가는 연구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