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인터넷판에 2021년 11월 10일 게재된 “세 학문의 교차 연구는 트랜스유라시아어족의 농경에 의한 확산을 지지한다(Triangulation supports agricultural spread of the Transeurasian languages)”라는 논문은 언어학ㆍ고고학ㆍ유전학 세 학문의 교차연구 결과, 트랜스유라시 아어족은 서요하 지역 기장 농부들의 언어에서 시작되어 인접 지역으로 인구가 확산되면서 농경과 함께 언어도 유전자도 전파되어 갔다는 새로운 학설을 주장하며, 그 언어와 문화 전파 경로에 의한 트랜스유라시아 언어ㆍ문화벨트를 상정하고 있다. 유라시아시대가 열리고 있는 이때에 상고시대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트랜스유라시아 문화벨트를 상정하였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언어⋅문화벨트를 통해 중국 측에는 중국의 시원문명은 황하문명이며, 자기네 시원문명으로 정한 요하문명과 황하문명은 언어학적⋅고고학적⋅유전학적으로 하등의 관계가 없는 두 개의 독자적이고 이질적인 문명임을 확인하였고, 한국 측에는 요하문명이 우리의 언어⋅혈통⋅문화의 뿌리로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이 논문에서도 서유라시아에 비해 동유라시아, 특히 내몽고, 황하⋅요하⋅아무르강 유역, 러시아 극동지역,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아우르는 광대한 지역인 동북아에 관한 연구가 아직 많이 부족함을 지적하였듯이, 이 논문이 이룬 큰 업적들에도 불구하고 논문에 2000년대 이후 소남산문화를 비롯한 아무르강 유역- 특히 길흑지구(길림성과 흑룡강성)에서의 수많은 고고학적 발굴 결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 이곳은 상고 이래 고구려⋅발해시기까지 한국사의 무대였던 만큼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내 생각에 네이처의 이 논문에서 트랜스유라시아 언어와 문화의 시원을 서요하로 본 이유가 트랜스유라시아 문화의 내용을 ‘농경’을 중심으로 파악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트랜스유라시아 문화의 성격과 시원에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시원을 ‘아무르(흑룡)강’으로 바라보는 연구들도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상고시대 동북아에 널리 퍼져있는 옥기문화를 중심으로 트랜스유라시아 문화의 내용을 파악한 연구이다. 그 연구에서는 옥기문화의 시원을 삼강평원 일대 오소리 강변의 소남산문화(흑룡강⋅송화강⋅오소리(우수리)강 세 강이 모여 만든 광활한 삼강평원 동남쪽 오소리 강변 요하현 일대에서 발굴된 서기전 7200∼6600년경의 신석기시대 문화)로 보고, 그 문화의 뿌리를 구석기 후기 동시베리아 바이칼까지 소급한다. 사실 ‘소남산문화’의 옥기가 중국이 ‘홍산문화’의 원류로 여기고 있는 ‘흥륭와문화’의 옥기를 1천여 년 앞서는 것으로 판명되어 중국도 동북공정으로 만들어 놓은 역사를 다시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반면 이 논문에 나오는 ‘아무르 유역’은 다만 서요하 지역에서 시작된 기장 농사가 5000년 전에 아무르를 거쳐 연해주로 전해지면서 원시 트랜스유라시아어에서 갈라져 나온 원시 퉁구스어가 농경문화와 함께 인구의 이동을 따라 아무르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만 나와 있다. 그러니까 ‘서요하⇒아무르’라는 이동 방향만 언급되어 아무르는 일방적으로 문화를 전해 받은 지역으로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논문의 유전학 부분에서 아무르 혈통을 트랜스유라시아 언어의 시원으로 보고 있는 점에 주목하였다. 트랜스유라시아어의 기원이 초기 아무르 유전자 pool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하였고, 아무르 혈통이 후기 구석기시대 바이칼, 아무르, 연해주, 동남부 스텝과 서요하의 수렵채취인들의 오리지널 토종 게놈을 대표한다고 하였다. 또 트랜스유라시아의 언어와 농경문화의 시원이 신석기시대 서요하 기장 경작자들이라고 하면서도, 이 초 기 농부들 또한 아무르 혈통 비율이 상당히 높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황하 게놈으로 옮겨간다고 하였고, 이 아무르 혈통이 한국어와 일본어 사용자들에게까지 추적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트랜스유라시아 언어 사용자 모두에게 아무르 혈통은 ‘공통된 시원의 유전적 요소’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이 논문의 연구는 지금부터 ‘9000년 전’에서 시작되고 있지만, 9000년 전 기장 농사 이전에도 유라시아 대륙에서 인류는 살고 있었고 나름의 수준 높은 정신문화를 이루고 살았음을 발굴된 유적ㆍ유물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무르 혈통이 후기 구석기시대 바이칼, 아무르, 연해주, 동남부 스텝과 서요하의 수렵채취인들의 오리지널 토종 게놈을 대표한다고 하였으니, 아무르는 9000년 전보다 더 이전의 시간에 유라시아에 널리 퍼져있던 게놈이며 서요하의 시원일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유전학의 연구 결과는 ‘서요하⇒아무르’로의 언어와 문화의 이동이 있기 전에 먼저 ‘아무르⇒서요하’로 유전자 이동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논문에 의하면 인구의 이동은 언어와 문화의 이동이며 동시에 유전자의 이동이기도 하다. 아무르에 관해 미진한 부분은 이 논문으로 인해 촉발될 많은 연구가 해결해주리라 생각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는 새로운 고고학적 발굴들, 그리고 연계된 학문들의 발달과 학제 간 협력을 통한 공동연구로 앞으로 더 많은 것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논문을 계기로 지금의 국경 안에 갇혀 상고사를 논하는 연구 경향에서 과감히 탈피, 국경이나 학문 간 경계를 넘어 모든 자료에 열린 마음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희망한다.(끝)

*각주를 포함한 자료 원문은 《유라시아문화》 제6권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