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TWO, 130 x 180 cm, Acrylic, oil pastel, color pencil on canvas, 2022  [사진 갤러리 조은]
둘 TWO, 130 x 180 cm, Acrylic, oil pastel, color pencil on canvas, 2022 [사진 갤러리 조은]

 

갤러리조은은 일본작가 마이코 코바야시의 개인전 〈Portrait of My Thoughts 내 사유의 초상화〉를 11월 22일부터 12월 17일까지 개최한다.

마이코 코바야시는 토끼, 개 혹은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생명체들의 초상화를 특유의 조형 언어로 표현한다. 이 하이브리드 생명체들이 마치 사람과 같은 모습과 표정,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작가가 표현하는 생명체들은 귀여우면서 어딘지 서글프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 감정들이 은밀하면서 조심스럽게 드러난다. 명확히 규정짓기 힘든 이 표정은 여러 뉘앙스의 복잡하고 내밀한 우리네 인간의 표정과 같다.

이 생명체들은 작가의 자유로운 창조성을 담아내는 공간이자 우리네 인간의 감정을 담는 그릇과 같다.

“나는 드로잉을 그릴 때 기쁨, 갈등, 슬픔, 분노 등 내가 느낀 모든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들 감정에 압도되어 내 안에서 흘러 내려가는 것을 연필, 색연필, 오일파스텔, 아크릴 등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를 사용해서 종이에 그린다. 혹은 신중하게 섬세한 선을 그린다. 때로는 희고 때로는 칼러플한 이 생물은 작가가 느낀 모든 감정을 모양과 표정에 응축하여 종이 위에서 생명을 얻는다.”(마이코 코바야시)

Dripping My Life, 116.7 x 91cm, Acrylic, oil pastel, color pencil, Japanese Washi paper on canvas, 2022 [사진 갤러리 조은]
Dripping My Life, 116.7 x 91cm, Acrylic, oil pastel, color pencil, Japanese Washi paper on canvas, 2022 [사진 갤러리 조은]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서서히 작품의 감정에 압도되고 마는데 기쁨보다는 슬픔과 고통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 감정들은 오롯이 작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작품의 가장자리는 일부러 해져 있고, 찢겨진 드로잉 페이퍼들이 반창고 종이처럼 서로 겹쳐 있다. 마치 상처를 덮는 것처럼. 이렇게 작가에게 창조의 행위는 곧 연민의 행위가 된다.

작가는 이름도, 나이도, 성도 존재하지 않는 이 생명체들을 통해 문화, 인종, 언어를 초월하여 모든 인간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표현하려 노력한다.

이 감정들은 오롯이 작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일본 사가현에서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와시和紙 페이퍼(일본 전통 닥종이)를 캔버스 혹 우드 판넬에 덧붙인 뒤 아크릴, 오일 파스텔, 컬러 펜슬을 사용해 생명체를 표현한다. 2015년부터 작가는 모든 그림에 와시 페이퍼를 사용하는데, 얇지만 강하고 질긴 와시 페이퍼의 재료적 질감이 부서질 듯 연약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가진 인간의 본질과 닮아 있다. 작가는 세상에서 오는 무력감과 절망감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본질적 생명력”이 예술과 삶에 대한 동력이라 고백한다.

"내가 만들어내는 생명체들은 내 안에서 이는 강렬한 감정과 셀 수 없는 말들로 이루어진 생각들 너머로 태어난다. 그들은 내가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같고,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변화하는 시대와 사람들 속에서 기뻐하고, 애쓰며, 슬퍼한다.
세상을 알면 알수록 무력감을 느낀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생명력을 잃지 않을 때 내 마음은 용기와 희망으로 가득 찬다.
이런 모순적 감각들이 만들어내는 <마찰>이 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기다."(작가 노트 2021)

Where's Mine?, 91 x 72.7 cm, Acrylic, oil pastel, color pencil on canvas, 2022 [사진 갤러리 조은]
Where's Mine?, 91 x 72.7 cm, Acrylic, oil pastel, color pencil on canvas, 2022 [사진 갤러리 조은]

 

 

마이코 코바야시는 일본 무사시노 미대 Musashino Art University 학사, 영국 노섬브리아 미대Northumbria University 석사 졸업 후 유럽과 아시아, 미국을 오가며 20년 동안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 홍콩 소더비 첫 경매에서 4호 소품이 홍콩달러HKD 126,000으로 거래되며 미술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급부상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개인전을 통해 120호 대형 캔버스 작품부터, 드로잉, 판화 소품까지 22점의 다채로운 신작을 갤러리조은(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55가길 3)에서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