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 환란의 세대 The Generation of Tribulation  [사진 공간연줄]
이랑, 환란의 세대 The Generation of Tribulation [사진 공간연줄]

“10.29 이태원 참사 추모 展 : Green Fuse(푸른 도화선)”가 12월 4일 공간연줄(서울 용산구 우사단로10길 95 지하 1층)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2022년 10월 29일 무고하게 희생된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 전시로 청춘에 관해 많은 작품을 남긴 영국 시인 딜런 토마스의 시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다.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푸른 내 나이 몰아간다; 나무들의 뿌리를 시들게 하는 힘이
나의 파괴자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구부러진 장미에게 말할 수 없다
내 청춘도 똑같은 겨울 열병으로 굽어졌음을.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딜런 토마스

총괄 기획 김혜진 독립큐레이터는  “전시의 메인 주제는 ‘치유와 극복’으로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집단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 ‘작가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에 대한 고민과 작가의 실천적 행위에 대하여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참여작가는 김상현, 김인혜, 남수르, 노경화, 마리아, 백수혜, 서완호, 서효은, 오경훈, 오윤석, 이랑, 임개화, 조성훈, 주혜인, 최세경, 황혜성 총 16명.

작가들은 작품과 함께 애도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상을 이끌어 갈 빛나는 별들이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되어
남은 이들을 비추어 주겠군요.

어떤 말과 글로도 이 황망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 붓을 들었습니다.

아픔과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고 아름다운 나날들을 보내시고
평안하세요.

큰 슬픔을 함께하며 깊이 애도합니다." -황혜성

황혜성, To You-2, 53x40.9cm, acrylic on canvas, 2022  [사진 공간연줄]
황혜성, To You-2, 53x40.9cm, acrylic on canvas, 2022 [사진 공간연줄]

”일획으로 찍은 붓 터치는 사람이며, 또 눈물이다. 눈물이 떨어져 바닥에 스민다. 하나의 눈물도 아픈데 수많은 눈물의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고 슬픈 울림으로 다가온다. 공감과 치유의 울림을 전하는 작업이다.“- 최세경

최세경, Flow, 37.5x26cm,  Ink on paper, 2022 [사진 공간연줄]
최세경, Flow, 37.5x26cm, Ink on paper, 2022 [사진 공간연줄]

”젊은 날 소중했던 추억이 있던 곳이 슬픈 역사의 한 장소로 바뀌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그들을 마주칠 용기가 안 난다. 살다 보니 시간으로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더라. 영원히 기억되는 슬픔이 있다. 부디 용서하지 말고 기억하기를.“-주혜인

주혜인, 블루의 허그 2-5,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사진 공간연줄]
주혜인, 블루의 허그 2-5,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사진 공간연줄]

”I'll leave this empty for you. (당신을 위해 비워둘게요.)“ -조성훈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른 곳을 향하는 폭포수처럼 정체된 삶이 아닌 진취적인 삶을 추구하고 자 물 흐르듯 대자연과 교감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구상한다.
산수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폭포는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명상의 대상으로 보다 높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물이라는 존재로 형성된 폭포를 단조음과 장조음의 운율로 자연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자연의 소리에 담긴 생명리듬이 우리들 몸의 진동수를 조절하여 뇌의 알파파를 활성화 시켜주며, 엔도르핀의 분비로 머리가 맑아지고 쾌적해져 심신이 매우 편안해진다. 제 작품으로 마음의 안정과 이완으로 이번 이태원 사고의 희생자들과 희생자 가족 그리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치유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임개화

임개화, 자연 율(律, Rhythm of nature), 32.0×32.0cm, Gouache on canvas, 2021 [사진 공간연줄]
임개화, 자연 율(律, Rhythm of nature), 32.0×32.0cm, Gouache on canvas, 2021 [사진 공간연줄]

”평안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오윤석

"같은 시간을 여행했던 작은 별들이 먼저 또 다른 여정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는 꼭 행복한 여행을 했으면 합니다." -오경훈

"문 하나 열면 너와 나는 언제나 만나지. 우린 언제나 만날 수 있지." -서효은

"유례가 없는 엄청난 참사에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유가족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없겠지만,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합니다. 희생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서완호

"이제 사라진 당신이지만 한 부분은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 남아있다. 친구들 편히 쉬기를 바란다." -백수혜

임개화, 자연 율(律, Rhythm of nature), 32.0×32.0cm, Gouache on canvas, 2021 [사진 공간연줄]
임개화, 자연 율(律, Rhythm of nature), 32.0×32.0cm, Gouache on canvas, 2021 [사진 공간연줄]

"'Black night' - 작가로서 10월 29일 그날 밤의 무고하게 희생된 참사 희생자들의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어둠과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내일의 희망을 남기고 싶었다. 금빛 패턴의 움직임과 역동성은 밝은 빛이자 삶의 희망, 집으로 가는 길 자체로 표현하였다.

'Green' - 10월 29일 밤은 희생자들과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남겼다. 이 비극을 극복하고 치유하려면 평화와 희망을 찾아야 한다. 이 작품으로 치유와 극복을 위한 삶 자체의 색, 조화와 균형을 전하고 싶다." -마리아

마리아, The Mountain(Green), 40.9x33.3cm,  oil and gold on canvas, 2022 [사진 공간연줄]
마리아, The Mountain(Green), 40.9x33.3cm, oil and gold on canvas, 2022 [사진 공간연줄]

"밤이 왔다
머금으면 왈칵 쏟아지는 이름
넘실거리던 이름들은 별이 되어 떠오른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생존하신 분들의 회복을 위해 기도합니다." -노경화

노경화, 세상이 우리를 관통하더라도, 53cm x 45.5cm, oil on canvas, 2022 [사진 공간연줄]
노경화, 세상이 우리를 관통하더라도, 53cm x 45.5cm, oil on canvas, 2022 [사진 공간연줄]

"법과 국가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자들은 언제나 존재하고, 슬픔을 감내한 눈빛을 가진 채 사람들 속에 섞여있다. 일렁이는 눈을 가진 채." -남수르

"위로가 필요한 모두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합니다." -김인혜

김인혜, 손난로hand warmer,  oil on canvas, 45.5x53cm, 2022      [사진 공간연줄]
김인혜, 손난로hand warmer, oil on canvas, 45.5x53cm, 2022 [사진 공간연줄]

”10.29 이태원 추모 展: Green Fuse(푸른 도화선)“은 12월 18일(일)까지 휴관 없이 열리며, 관람시간은 오후 1시~7시.

전시와 더불어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을 비롯한 집단 트라우마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와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정한 전시해설가 토크가 공간연줄에서 12월 10일(토) 오후 1시 오프라인 전시 투어로 전행된다. 12월 11일(일) 오후 1시에는 인스타그램으로 온라인 아트 토크를 진행한다.

이태원 참사 추모 온·오프라인 토크 ”이태원 참사 이후,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만나다“가 12월 12일(월) 오후 1시 우사단소셜클럽(서울 용산구 우사단로10길 95 지하 1층)에서 열린다. 온라인으로는 인스타그램에서 진행된다.

이유진 작가(미술관옆집 제주 대표, 기획자)가 진행하며 패널로는 작가 김미라 공간연줄 대표, 서완호 작가, 임지은 미술치료연구자, 조슈아 홀(Joshua Hall, 미국) 사업가, 최성용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부설 냉전평화연구센터 연구원이 참가한다.

김신식 감정사회학 연구자 ‘이태원 참사 추모’ 온·오프라인 토크는 ”감정 병목: 좋은 감정을 느끼려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괴로움“을 내용으로 12월 17일(토) 오후 3시 우사단소셜클럽에서 열린다.

"16명의 작가와 전문가들이 한 마음 한뜻을 모아 개최된 이번 전시를 통해 이태원에서 자유를 꿈꿨던 희생자들의 ‘푸른 청춘’을 기억하고, 치유와 위로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김혜진 독립큐레이터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