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티스트 정승 작가는 2016년부터 생명체의 생육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디지털 프로그램을 통해 인공지능 패턴이 적용된 시각, 청각, 퍼포먼스 형태의 작품으로 변환하는 디지털 매체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인간, 공학적 이론과 기술을 접목해 생명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이런 작업을 보여주는 정승 개인전 《Immortel》이 11월 5일 space xx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 《Immortel)》에서 작가는 인간 뇌의 생물학적 기저에서 추출한 인간 영혼의 정보를 코드화하여 디지털 인공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디지털 불멸 기술을 지향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모르텔(Immortel)’은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로, 전시 타이틀이자 새로운 프로젝트명인 동시에 메인 작품의 제목이다. 대표작 <이모르텔>(2022)은 블랙의 PC 패널을 사용한 인공지능 로보틱 조각 작품이다. 사운드와 키네틱, LED DMX로 구성되어 있고, 헥사곤 형태의 모듈이 모여 하나의 큰 헥사곤을 이루며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정승 개인전 "Immortel" 포스터, ⓒ정승  [포스터 space xx]
정승 개인전 "Immortel" 포스터, ⓒ정승 [포스터 space xx]

또 다른 신작 <종의 소멸>(2022) 시리즈는 작가가 생명의 본질에 관해 새로운 정의를 시도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세포의 분열과 사멸이 반복되는 것에서 착안했다. 작품의 주재료인 거울과 조명은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재료이다. 거울에 반사되는 불빛은 마치 무한 증식하는 세포처럼 수많은 레이어를 만들며 화려함을 과시하지만 결국 전원이 꺼지면 그와 동시에 이 모든 화려함도 함께 소멸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밖에도 관람자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쌍둥이 거울>(2022)과 전작과의 연결고리가 되는 <데이터의 굴절>(2022)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다.

작가는 예술과 기술이 밀접한 관계에 있는 동시대의 흐름 안에서 예술가적 태도를 유지하며 디지털 영생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실험한다. 또한, 인간과 로봇 그리고 인공지능 사이에서 본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번 전시 《Immortel》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의 실마리가 되어 ‘영생’이라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을 디지털 생명체를 통해 발전, 퇴보, 소멸, 그리고 부활하는 과정을 실험하며 구체적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승 작가는 2006년 프랑스 파리세르지국립미술학교(ENSAPC)에서 학업(학사 및 석사)을 마치고 귀국하여 서울을 중심으로 설치, 미디어조각 및 인터랙티브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하고 있다. 개인전 《프로메테우스의 정원》(AKI Gallery, 타이페이, 2017), 《싸데빵/Ça dépend》(아마도예술공간, 서울), 《데이터의 굴절-La Refraction des Donnés》 (파리한국문화위원, 파리, 2020), 《데이터의 굴절-디지털 오케스트라》(대안공간루프, 서울, 2021) 등을 개최하며 3D 프린팅을 이용한 뉴미디어 신작들을 통해서 생명과 정보 그리고 물질의 디지털화와 관련된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정승 작가의 개인전 《Immortel)》은 11월 27일까지 space xx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 128가길 1, B1)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화-일요일 12:00 –18:00(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퍼포먼스: 11월 20일(일) 16:00 퍼포먼스, 11월 27일(일) 15:00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