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첫 번째 회고전 <그러면, 거기>가 오는 10월 1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전시1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장 줄리앙 스튜디오와 허재영 디렉터가 기획하고 ㈜지엔씨미디어가 주최ㆍ주관하고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이 후원한다.

‘회고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전시에는 장 줄리앙이 어린 시절부터 작업하여 보관해온 스케치북 100권, 일러스트와 회화, 조각과 오브제, 미디어아트 등 약 1천 점을 선보인다. 여러 분야에 걸친 방대한 작품은 작가의 왕성하고 치열한 작품 활동을 느끼게 할 것이다.

그는 “창의적인 삶이란 항상 새로운 마음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속에 있는 열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작품으로 표현되어 왔는지 그 과정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전시 소감을 전했다.

장 줄리앙은 항상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며 인상적인 순간을 즉흥적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이번에 공개된 100권의 스케치북은 그중 일부로 세상에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끈다.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두고 9월 30일 DDP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 줄리앙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볼 수 있다. 내가 흥미를 갖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싶었다. 스케치북을 전시할 예정인데 18년간 작업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명 ‘그러면, 거기’에 대해 "지금까지 오게 된 작업 과정을 표현했다. 작가로서 시작한 그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여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러면, 거기'라고 정했다"고 설명했다.

장 줄리앙은 친근하고 장난스러운 시선으로 일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디지털에 중독된 세태를 풍자한 일러스트나 월요병을 상징하는 일러스트, 정크푸드(JUNK FOOD)에 중독된 신체 일러스트는 그의 예술적 접근 방식을 대변하는 작품들이다.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지만 단순하고 자유롭게 표현한다. 그래서 관객도 친근하게 다가가게 된다.

전시장은 <100권의 스케치북>, <드로잉>, <모형에서 영상으로>, <가족>, <소셜 미디어> 등 작가의 마음속 열정의 변화에 따라 작품이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총 12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전시장 초입에는 작가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록한 거대한 스케치북이 관람객을 맞는다.

첫 번째 소개되는 테마 <100권의 스케치북>은 작가가 연필을 잡는 방법을 익힌 순간부터 틈나는 대로 드로잉한 100권의 스케치북으로 구성됐다. 그림으로 그린 일상을 통해 작가의 관심사와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다. 다음 테마인 <드로잉>은 장 줄리앙의 습작들로 가득 찬 공간이다. 이 공간은 “드로잉은 언어와 같다”는 작가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작가는 글로 적는 것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한 것 같다.

<모형에서 영상으로>는 장 줄리앙의 수많은 실험적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나의 기술적 능력은 한계가 있을지 몰라도 나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작가의 말을 실감나게 한다. 분야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소셜 미디어>은 작가가 사람들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매체로 활용하는 SNS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셜 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같은 사람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작품에서 요즘 우리의 일상을 볼 수 있다.

장 줄리앙이 일상 속 아름다움을 들여다볼 줄 아는 작가가 된 데에는 부모, 형제자매와의 끈끈한 유대감이 큰 몫을 차지한다. <가족> 테마는 작품의 밑거름이 되어준 가족과 함께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만든 공간이다.

 전시 설치 기간에 장 줄리앙이 직접 내한해 전시장을 비롯해 야외 전시까지 약 2주간 드로잉으로 현장을 채우며 전시장 조성 과정에 참여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은 전시 안내 문구부터 벽면 가로 공간을 빼곡히 채워 넣은 대형 벽화까지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작업물들이 가득하다. 작가가 직접 채워 넣은 드로잉 작업물은 전시된 작품들과 어우러져 하나의 큰 작품처럼 보인다. 전시장 내부에 시트지처럼 연출된 작가의 핸드드로잉 작업물을 찾아보는 것도 전시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주 전시장인 전시 1관 외에도 DDP 야외 공간인 잔디 언덕에 두 점의 작품이 설치됐다. 서울디자인재단과 협업으로 기획된 것으로 작가가 최초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오또(Otto)’ 작품과 15년 이상 지기 대학 친구인 허재영 디렉터와 협업을 상징하는 ‘퓨전(Fusion)’ 작품이다. 이 작품들 또한 작가가 현장 드로잉으로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그가 새롭게 탐구해온 최신 작품들까지 장 줄리앙 작품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조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장 줄리앙 : 그러면, 거기>전은 2023년 1월 8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