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욱 사진집  "꿈속의 고향" 표지. [사진 마동욱]
마동욱 사진집 "꿈속의 고향" 표지. [사진 마동욱]

 전남 장흥 탐진댐 건설로 가장 먼저 사라진 마을이었던 장흥군 부산면 지천리 지동마을이 아름다운 사진집으로 되살아났다.

마동욱 사진작가는 댐 건설 전부터 댐 건설 현장이 될 지동마을 수시로 드나들며 마을의 풍경, 마을의 주택과 골목골목, 마을 사람들, 마을의 문화를 비롯하여 마을이 파괴되어가는 모습이며 댐 건설 현장 등을 20,000여 장의 사진으로 담아왔다. 그 사진 중 1,200여 장을 추려 사진집 《꿈속의 고향》(에코미디어, 2022)을 펴냈다. 댐 건설로 흔적 없이 철저히 파괴되어버려 꿈속에서나마 볼 수 있었던 지동마을이 사진집 《꿈속의 고향》에 재현된 것이다.

1990년대 초 전라남도는 장흥에 탐진댐 건설을 추진했다. 그 가운데 댐을 건설할 지역 주민을 설득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대대로 살아온 마을이 없어지는 일이니까, 설득이 쉽지 않았다.

사진가 마동욱은 거의 매일 지동마을을 드나들며 그 모습 하나하나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카메라에 담았고, 늘 마을주민과 소통했다. 마을주민들은 처음엔 ‘댐 건설’이란 말은 믿기지 않은 지나가는 이야기로만 들렸다고 했다. 하지만 ‘댐 건설’은 어느 날 현실로 눈앞에 다가왔다. 지동마을 사람들은 어느 지역보다 가장 먼저 마을을 비워 주어야 했다. 마을이 변하기 시작했고 주민들의 삶이 점점 흐트러져 가고 있었다. 마동욱 작가는 이전 과정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지난 시간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들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사진만으로는 주민들의 지나온 삶을 모두 남길 수 없었기에 동영상을 촬영하여 방송에 소개하기도 했다.

장흥군 부산면 지천리 지동마을 사진집 《꿈속의 고향》은 그의 열여섯 번째 사진집이다. 그의 유치 수몰 마을 사진집으로는 《아! 물에 잠길 내 고향》(1997), 《아! 물에 잠긴 내 고향》(2020)에 이어 세 번째이다. 마을별 사진집으로는 2020년 장흥읍 월평마을에 이어 두 번째이다.

마동욱 작가의 사진집  "꿈속의 고향"은 그의 열여섯 번째 사진집이자 유치 수몰 마을 사진집으로는 세 번째이다. [사진 마동욱]
마동욱 작가의 사진집 "꿈속의 고향"은 그의 열여섯 번째 사진집이자 유치 수몰 마을 사진집으로는 세 번째이다. [사진 마동욱]

장흥댐 건설 추진 때부터 최근까지 거의 30여년 간 줄기차게 유치수몰 지역에 관한 사진 작업을 해 온 마동욱 작가의 또 하나의 결실이 《꿈속의 고향》이다. 이 사진집은 마을 집과 골목, 마을 산소 이장, 마을 사람들, 마을 사람들의 이주와 철거, 댐 준공과 망향제 등 주제별로 구분하여 사진들을 편집했다.

또 ‘지동마을의 역사와 마을 이야기’(김선욱), ‘지동마을 사진들에 대한 감상‧평’(백수인), ‘마을사람의 마을 추억담’(임용순). ‘시(詩)-고향생각 외’(임필순), ‘시(詩)-도깨비 잔치’(백수인) ‘갓골마을-망향제’(문충선), ‘한국동란 때 총탄 맞은 정자나무 이야기’(문충선) 등의 글도 함께 실었다.

마동욱 작가는 “이번 지동마을 사진집은 사진 작품집이라기보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이 사라져 버린 지동마을을 기억할 수 있는 한 권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25년 전 지동마을에서 일어났던 마을 공동체의 부서져 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을이 수몰되는 것을 지켜본 그에게 그것은 ‘부서져 가는 과정’이었다.

시인 백수인 조선대 명예교수는 “이 사진집은 단순히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다.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에서부터 댐 건설이 고시되면서 출렁이기 시작한 민심, 댐 문제점에 대한 공청회, 주민들의 댐 반대운동, 조상의 묘 이장, 문화재 발굴조사, 주민들의 이거, 마을 철거, 마을이 사라진 뒤 망향비 아래서의 망향제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담고 있다”며 “이 사진들에는 마을 주민들과 그 풍경이 가지는 서정에서부터 그 과정이 지니는 서사가 어우러진 역사성을 담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한 백 교수는 “이 사진집은 따뜻하고 정겨운 서정에서 시작하여 결국 정둔 집과 마을을 떠나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양한 서사로 표현해 내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 사진집에는 마동욱 작가의 고향 사랑에 대한 정신과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라고 상찬했다.

마동욱 작가 사진집 "꿈속의 고향" 출판기념회 겸 사진 전시회가 는 7월 21일(목) 오후 3시 장흥군민회관에서 열린다. [이미지 마동욱]
마동욱 작가 사진집 "꿈속의 고향" 출판기념회 겸 사진 전시회가 는 7월 21일(목) 오후 3시 장흥군민회관에서 열린다. [이미지 마동욱]

 열여섯 번째 사진집을 내며 마동욱 작가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동안 고향 ‘장흥’에 관련된 여러 권의 사진집을 출간하면서 항상 겪은 일은 매번 사진집을 출간하지만 사진집 판매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사용하지 않고 묻혀둘 수는 없기에 늘 반복하여 사진집을 출간한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몇 곳의 마을 사진집을 이미 출간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계획된 마을 사진집 편찬을 진행하지 못했다. 사진으로 만나는 따뜻한 고향 마을.

내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면 마을 사진집은 계속 출간될 것이다.”

한편, 마동욱 작가는 7월 21일(목) 오후 3시 장흥군민회관에서 《꿈속의 고향》 출판기념회 및 사진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는 25일(월)까지 5일 동안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