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바닷속에서 잠자고 있다가 15년 전 수중 발굴로 세상에 나온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가 우리나라 보물이 되었다.

[사진=문화재청]
수중 발굴로 세상에 나온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 2점 보물로 지정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달 26일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를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지정된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는 모두 2점으로, 보물로 인정받게 된 이유를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해학적이고 독특한 조형미 등 가치 높은 유물이다.

향을 태우는 도구인 향로는 향을 담는 몸체와 위에 뚜껑을 올린 형태로 구성되어 몸체에 향을 피우면 뚜껑 내부 구멍을 통해 향이 빠져나간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와 도교 등의 종교 행사와 국가행사, 개인 일상생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사진=문화재청]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는 해학적인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주어 독특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문화재청]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는 다리 형태의 몸체에 사자의 형태를 띤 뚜껑을 올려 제작되었다. 몸에 비해 큰 편인 사자의 얼굴, 세우고 있는 앞다리 및 각진 뒷다리의 모습은 투박하나 벌린 잎 사이로 보이는 송곳니와 다리에 보이는 근육, 소용돌이 형태로 세긴 털은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다. 사자는 다소 파격적지만, 해학적인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주어 독특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둘째, 제작 시기(12세기)와 출토지가 명확하다

특히, 이 향로는 태안선에서 발굴되었다. 2007년에서 2008년 충남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수중 발굴을 통해 처음 알려진 태안선은 고려 시대 청자 운반선으로, 배 안에서는 25,000여 점의 다양한 청자, 도기, 목간 등도 출수 되었다.

또한, 목간에는 탐진(耽津, 현재 전라남도 강진)에서 제작한 도자기를 개경(開京)에 있는 최대경(崔大卿), 종9품 무반 대정 인수(隊正仁守) 등에 보낸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통해 배의 수신자, 출발지, 목적지는 물론 출수 된 도자기가 12세기 전반 제작되었다는 점도 명확히 알 수 있다.

셋째, 실제 문헌에서 확인되는 유물이다.

1123년 고려를 방문한 북송(北宋)의 서긍이 한 달간 고려에 머물면서 보고 들은 것 기록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의 대목 중 “산예출향(狻猊出香; 사자 모양 향로)도 비색이다. 위에는 짐승이 웅크리고 있고 아래에는 봉오리가 벌어진 연꽃이 짐승을 받치고 있다. 여러 그릇 가운데 오직 이 물건만이 가장 정교하고 빼어나다. (중략)” 의 대목을 통해 이번 보물로 지정된 향로가 기록에 나오는 사자 모양 향로임을 보여준다.

넷째, 고려 시대 청자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드러낸다.

문헌 속 등장하는 12세기 다양한 상형청자 [사진=문화재청]
사자 모양 청자 향로 외에도 12세기 다양한 상형청자 제작 [사진=문화재청]

고려 시대 청자 향로를 보면 당시 사람들이 누린 향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고려 시대 관료이자 문인이었던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 책에 ‘향을 피우는 가운데 돌솥에 차를 달여 마시며 귤을 먹는’ 등 다양한 상황을 글로 묘사했다. 오리, 원앙, 기린 등 다양한 동물과 식물, 인물 모습으로도 상형 청자 향로가 제작되었으며, 12세기 고려청자 제작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엿볼 수 있다. 그중 사자 모양 향로는 고려청자 중 매우 드물게 표현된 형태로, 불교에서 사자는 문수보살이 타고다니는 동물로 나온다.

수중에서 발굴한 유물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2012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청자 사자형 뚜껑 향로는 목포해양유물전시관(상설전시실)과 태안해양유물전시관(기획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누리집과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유튜브에서 영상과 카드 뉴스로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