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국제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현대미술가 양혜규가 덴마크 국립미술관(SMK)에서 3월 5일부터 《양혜규: 이중 영혼》을 열고 있다고 국제갤러리가 밝혔다.

작가의 덴마크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그간 작업의 기반이 되어온 초기작과 대표작 그리고 신작에 이르기까지 1994년부터 2022년까지 제작된 총 50점 넘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설치, 조각, 텍스트 및 소리 등 공감각적 매체를 아우르는 《양혜규: 이중 영혼》 전시는 빛, 향기, 움직임 등 다중감각을 일깨우며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에 양혜규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양혜규: 이중  영혼'  전시전경, 덴마크  국립미술관, 코펜하겐, 덴마크, 2022 사진: Jan Søndergaard, [이미지  =국제갤러리 제공]
'양혜규: 이중 영혼' 전시전경, 덴마크 국립미술관, 코펜하겐, 덴마크, 2022 사진: Jan Søndergaard, [이미지 =국제갤러리 제공]

양혜규의 강렬한 작품을 선보인 덴마크 국립미술관의 선임연구자이자 이번 전시의 기획자인 마리안느 토프( Marianne Torpe)는 “양혜규는 이번 전시를 위해 덴마크의 선구적 미술가들을 참조한 두 점의 신작을 제작함은 물론 전시의 전 과정에 깊이 참여했다”고 전하며 “이번 《양혜규: 이중 영혼》 전시를 방문하는 관람객 또한 이러한 작가의 헌신을 감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2020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한국 관람객에게도 친숙한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2017)도 포함되었다. 이 작품은 덴마크 국립미술관 구관과 신관 사이의 공간을 유리 지붕으로 연결한 ‘조각거리Sculpture Street’라는 이름의 거대한 전시 공간에 설치되어 관람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관람객은 높이 16미터에 달하는 이중의 원통형 겹으로 이루어진 블라인드 작품의 내부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수직으로 뻗은 두 겹의 블라인드 형상인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은 고정된 검은색 블라인드 외피와 소리 없이 회전하는 코발트블루의 속심이 겹쳐져 물결무늬 효과(무아레 현상)가 나타났다 사라짐을 반복하면서 고유한 역동적 공간을 구성한다.

전시 제목인 《양혜규: 이중 영혼》은 이중의 가치들을 배가하고 짝짓는 행위[雙對性]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에서 기인한다. 양혜규는 전통과 현대문화, 대량생산과 수공예, 사실과 허구, 일상과 비일상 등 상이한 가치[陰陽性] 간의 접점에 집착적으로 탐구해왔다. 이러한 이원성二元性은 대한민국과 독일의 대학에서 수학한 후 현재까지도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생활하는 양혜규의 삶에서도 발견된다. 양혜규는 작품 속에서 이원성, 다중성, 비소속 및 고립과 공동체 등의 주제어를 다루며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자신만의 경험을 작품에 반영한다.

“내가 ‘이중성’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전체와 관련을 가지면서도 어떠한 기원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모든 나머지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중’이라는 단어 뒤에는 너무나 다양한 많은 겹이 숨어 있다. ‘이중’은 2개로 한정되기보다는 다수로 증폭되는 미지의 숫자를 가리킨다. 즉 남겨진 모든 것과 겹쳐진 모든 것이 그 한 단어에 내포된다. 그 이중의 쌍은 또한 우리가 되고자 열망하지만 끝내 그림자 속에 남겨져 있는 것이기도 하다.”(양혜규 작가)

양혜규 작가는 올해 이 밖에도 미국과 유럽 등지의 다양한 전시에 참여한다.

4월 9일부터 9월 5일까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단체전 《종잡을 수 없는 침묵》(Shifting the Silence)에 참가한다. 수필가이자 시인, 예술가인 에텔 아드난 Etel Adnan (1925-2021, 레바논 출생)의 2020년 저서에서 제목을 차용한 《종잡을 수 없는 침묵》전은 큐레이터 주은지의 기획으로, 다수의 작가가 포함된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올해 주요 현대미술 전시이다.

9월에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 3인전 '슐레머에게 동하다 - 100년 만의 삼부작 발레'에 참가한다.

양혜규 작가가 지난해 새롭게 작업한 한지 콜라주 작업 〈황홀망恍惚網〉 역시 올해 종횡으로 확장된 행보를 펼쳐 보인다. 봄과 가을에 각각 베를린의 바바라 빈 갤러리(4월 29일 - 7월 30일)와 파리의 샹탈 크루젤 갤러리(10월 중순) 개인전을 통해 〈황홀망恍惚網〉이 본격적으로 유럽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여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소규모의 쇼케이스에 이어 올봄에 문 여는 새로운 한옥 공간에서도 한층 선별된 〈황홀망恍惚網〉 작업이 관객을 만난다.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양혜규는 동시대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양혜규는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 작가이다. 다양한 작품과 왕성한 전시로 동시대 작가들 중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여온 그는 1994년 독일로 이주하여 프랑크푸르트 국립미술학교 슈테델슐레 Städelschule 에서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8년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독일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볼프강 한 미술상 Wolfgang Hahn Prize’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 미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