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산에서 바벨탑을 보다 박신용 개인전 "Accumulated Structure"
쓰레기산에서 바벨탑을 보다 박신용 개인전 "Accumulated Structure"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2-03-14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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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래예술공장에서 3월 15일~30일 전시
Construction Tower in Sihwa Lake. [사진=박신용 제공]
Construction Tower in Sihwa Lake. [사진=박신용 제공]

박신용 작가가 개인전 “Accumulated Structure”을 3월 15일부터 30일까지 문래예술공장(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88길 5-4)에서 개최한다.

박신용은 미술 작가로 공간에 관한 여러 현상을 관측하고 연구하며, 현장에서 기록·수집한 내용을 기반으로 조각이나 설치, 사진, 영상 등을 작업한다.

“Accumulated Structure”는 ‘Daebu-Construction’(2019–20) 프로젝트와 ‘Wasted Land’(2020–21)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제작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Accumulated Structure”는 현시대에서 ‘땅’이 가진 서사, 즉 개발을 위해 파헤치는, 혹은 매립이나 간척을 위해 덮어버리는 현상들을 ‘축적된 구조’로 해석한다. 방치되고 버려진 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현상들과 축적된 구조로 해석되는 공간과의 역학적 관계, 그것의 구조와 시스템을 조형적으로 구체화하여 전시의 공간에서 보여준다.

‘Daebu-Construction’(2019–20)은 대부도와 시화호를 둘러싼 서해안 권역 개발의 현장들을 관측하고 해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된 공공 프로젝트이다. 이는 개발주의 시대로부터 드러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함을 ‘땅’이라는 대상이 갖는 특성을 통해 해석을 시도하였다.

Construction Tower in Sihwa Lake. [사진=박신용 제공]
Construction Tower in Sihwa Lake. [사진=박신용 제공]

 

‘Wasted Land’(2020–21)는 쓰레기와 관련한 현장을 배경으로 진행된 공공 프로젝트이다. 이는 시화호 상류에 있는 이전에 ‘안산시화쓰레기매립지’로 사용된 공간을 방문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수도권매립지’와 부산의 ‘생곡매립단지’, 그리고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과 같은 전국에 버려진 쓰레기 공간들을 관측하고 기록하였다.

전시는 먼저 전시장의 중앙에 설치된 ‘Construction Tower’(2022)를 보여준다. 이는 ‘construction site’의 방법을 차용하여 임시적으로 공간을 점유하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사진 작업인 ‘Construction Tower in Sihwa Lake’(2022)는 ‘시화호’를 배경으로 ‘Construction Tower’가 설치된 장면을 보여준다.

Construction Tower_Installation view. [사진=박신용 제공]
Construction Tower_Installation view. [사진=박신용 제공]

 

작가는 "Construction site는 변화하는 도시의 풍경들 가운데서 변하지 않는 관계들을 유추하기 위한 좌표로서 존재한다. 이 좌표들은 가변적인 거점이면서 동시에 불변하는 관계들을 해석하기 위한 불변자(Invariants)로서 기능한다. 이는 공간의 외연이나 물질적 변형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들의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진 작업인 ‘Sihwa Lake’(2022)는 ‘시화호’와 ‘형도’가 담긴 풍경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전시장의 안쪽엔 ‘Wasted Land’(2021)가 상영된다. 작업은 ‘Daebu-Construction’(2019–20) 프로젝트와, ‘Wasted Land’(2020–21)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록한 영상 아카이브로, 대부도와 시화호 일대, 인천과 김포의 ‘수도권매립지’, 부산의 ‘생곡매립지’와 ‘재활용 센터’, 그리고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을 담은 장면을 보여준다.

“이곳은 현실화된 디스토피아로 인식된다. 거대 구조에 맞선 이종(異種)들의 공간, 그들의 고요한 비명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마치 잊고 싶은 과거를 묻는 것처럼, 우리는 과거의 산물인 이 쓰레기를 보이지 않는 곳에 묻는다. 다시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언젠가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를 덮쳐 버릴 것이다.[......] 쓰레기매립지는 ‘인공 산(artificial mountain)’이다.[.......] 쓰레기를 축적하고 흙으로 덮어 차츰 쌓아 올린 모양새는 흡사 신을 향해 쌓아 올린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의 바벨탑을 연상케 한다. 매립지를 통해 쓰레기가 소멸되고 다시금 우리에게 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염원과, 신을 통한 속죄와 구속에 대한 열망은 같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유사한 구조로써 형상화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작가 '작업노트' 일부)

Sihwa Lake. [사진=박신용 제공]
Sihwa Lake. [사진=박신용 제공]

 

"무덤 같은 쓰레기 매립지 위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면서 작가는 생각한다. 이 무덤이 확장되어 언젠가 저 먼 도시에 가 닿을 것이다. 세계는 매립지가 될 것이다. 그의 사진들은 매립지와 도시 사이의 허구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시각적 망치와도 같다. 그의 매립지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그 사진에 나오는 매립지를 탐사하러 가서는 안된다. 반대로, 우리는 도처에서 매립지를 보는 눈을 형성시켜야 한다. 매립지의 편재성을 지각할 수 있는 힘을 배워야 한다. 공사 현장의 사진들을 보고 도시의 공사 현장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대신 완벽한 건물, 부동의 존재를 관조하면서 그것이 하나의 공사 현장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그것이 부서져가는 잔해의 과정이라는 것을 직관해야 한다. 존재는 사건이므로. 존재에서 사건을 보는 눈의 힘의 확장. 이것이 박신용 미학의 중요한 욕망이 아닐까?"(김홍중, ‘전시 서문’ 일부)

Wasted Land, Video still. [사진=박신용 제공]
Wasted Land, Video still. [사진=박신용 제공]

 

형도(衡島)는 과거 주민이 소수 거주하던 작은 섬이었으나, 시화호 개발을 둘러싼 대규모 간척 사업으로 육지가 되었다. 돌산이었던 형도는 섬의 중심부부터 깎아 내고 채석하여 시화방조제를 건설하는 데 사용되었고, 이로 인해 주민들은 고향인 형도를 떠나 이주해야 했다. 현재는 두 가구만이 남아 섬을 지키고 있다.

시화호는 개발주의 시대에 구축된 인공 호수이다. 당초 공업과 농업을 위한 담수를 얻을 목적으로 조성되었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키며 주변 지역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원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현재는 대부분 버려지고 방치된 공간으로 남겨졌다.

"그것은 한 시대의 꿈과 욕망을 재료로 건설한 공간이며, 동시에 그 꿈이 파상(破像)되고 남은 환멸의 자취들 속에서 변형되고 있는 ‘사건으로서의 장소’다."(김홍중, ‘전시 서문’일부)

박신용 작가는 중앙대학교에서 조소학을 전공하고, 베를린 바이센제 국립미술대학에서 공간학(Spatial Strategies)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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