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인류가 만든 허구의 노예로 살 것인가? 주인으로서 활용할 것인가?”
유발 하라리 “인류가 만든 허구의 노예로 살 것인가? 주인으로서 활용할 것인가?”
  • 강나리 기자
  • heonjukk@naver.com
  • 승인 2022-01-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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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위대한 수업’ 신년 특집 4부작 "유발 하라리에게 듣는다" 방영

현재 인류는 어떤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는가. 급격한 기술발전 속에 양극화와 인간소외를 야기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는 바뀔 수 없는가? 21세기 진정한 민주주의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사피엔스》‧《호모 데우스》‧《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인류 3부작으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이 질문에 답했다.

한국교육방송(EBS)가 지난 1월 3일~6일 방영한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드' 신년특집에서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가 강연했다. [사진=EBS 방송화면 갈무리]
한국교육방송(EBS)가 지난 1월 3일~6일 방영한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드' 신년특집에서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가 강연했다. [사진=EBS 강연 갈무리]

유발 하라리는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방영된 한국교육방송(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드’ 신년특집에서 ▲인류 진보의 역사 ▲인류를 위협하는 세 가지 ▲AI와 직업의 미래 ▲데이터 권력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했다. 각 15분씩 총 1시간가량 진행된 그의 명쾌한 강연을 통해 인류가 현재 시스템에 종속된 일부가 아닌 전체를 통찰‧판단하는 주체로서 선택할 수 있음을 전했다.

1강에서 유발 하라리는 종교와 경제, 국가 등 자연의 법칙이나 신의 율법처럼 보이는 수많은 개념이 인간 스스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고, 모두가 이를 신뢰함으로써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침팬지는 아주 적은 수만 그것도 서로 알아야만 협력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만난 적도 없는 낯선 사람과 협업할 수 있다. 우리는 서로를 연결하는 허구를 만들었다”라며 “종교에서 가장 명백하게 드러난다. 수백 명이 신, 여신 등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 때 협업해서 교회 모스크를 짓고 전쟁에 나가게 한다”라고 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유발 하라리 교수는 종교, 경제, 국가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개념이 허구이며, 협력을 위한 도구일 뿐 임을 강조했다. [사진=EBS 강연 갈무리] 

하나의 사례로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보는 사회 제도나 신이 아내를 남편에게 종속되는 존재로 만들었다는 종교적 믿음은 그저 2~3천 년 전에 누군가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라며 “그런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면 제도는 원래의 영향력을 잃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허구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과 잘 협력하기 위해 만든 도구일 뿐”이라며, 역사학자로서 “역사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를 과거의 구속이라는 족쇄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있다. 역사를 공부해서 과거에 이미 죽은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고 통제하는지 이해한다면 우린 이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더 많은 걸 보고 다양한 선택지를 찾으면서 우리는 세상을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기술발전과 인류가 점점 더 연합함으로써 우리는 석기 시대의 선조보다 수천 배는 강력해졌지만 수천 배로 행복하지 않다. 인간은 더 큰 힘을 얻는 데는 능숙하지만, 그 힘을 행복으로 바꾸는데 미숙하다”라며 “힘으로만 보면 거의 신의 경지인데 우린 불만이 많고 괴로운 신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류 역사에서 모든 사건, 전쟁, 전염병은 유일무이하다. 역사에서 배우는 게 아니다"라며 역사 연구의 목적이 "다양한 선택지를 찾으며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사진=EBS 강연 갈무리]

유발 하라리는 2강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세 가지 요인으로 ▲세계대전과 핵전쟁의 위협 ▲생태계 파괴 ▲파괴적 기술이 주는 위협을 들었다. 특히, 세 번째 요인과 관련해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 기술이 위협하는 건 인류의 물리적 생존만이 아니라 인간의 의미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신적인 힘을 얻기 직전에 와 있다. 신의 영역이었던 창조와 파괴의 힘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으로 완전한 비유기적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라며 인간과 AI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의식’을 꼽았다.

하라리 교수는 “AI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인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사랑과 증오, 두려움, 분노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능력인 ‘의식’이 없다. 하지만 컴퓨터가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고 심지어 조정하는 능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마음을 들여다볼 순 없지만, 표정과 목소리 톤, 몸의 움직임을 분석해 패턴을 인식할 수 있고, 생체인식 센서로 인간의 몸과 뇌를 들여다보는 능력을 획득하고 있다”라며 “인간은 상대의 감정을 읽었다 해도 항상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누군가 화를 내면 진정시키려 하지 않고 자신도 고함으로 맞받아치기도 한다. 하지만 AI는 끼어들 자기감정이 없기에 인간보다 훨씬 더 적절하게 대응하게 된다. 진짜 문제는 따뜻한 기계가 언제나 제대로 이해하고 반응해주는 데 익숙해져 사람을 대할 때 인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류를 위협하는 3가지 요인으로 세계대전과 핵전쟁의 위협, 생태계 파괴, 파괴적 기술을 들었다. [사진=EBS 강연 갈무리]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류를 위협하는 3가지 요인으로 세계대전과 핵전쟁의 위협, 생태계 파괴, 파괴적 기술을 들었다. [사진=EBS 강연 갈무리]

3강에서 그는 금융이나 국가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확한 판단과 결정하는 데 인간에서 알고리즘과 AI로 권위가 이동하는 문제와 직업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자동화나 AI로 수익을 냈을 때 그 수익을 절대 소수의 엘리트가 독점하게 해서는 안 되고, 그 혜택을 전체 인구와 나눠야 한다”라며 글로벌 안전망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사람에게는 소득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존중받고 명예를 얻으며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편적 기본소득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교육과 배움의 기회를 통해 잠재능력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의 결정에 자기 삶을 의탁하지 않고 자신의 소득으로 어떻게 삶을 일궈 나갈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4강 데이터 권력과 민주주의에서는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전 세계 데이터를 거둬들이고 데이터 흐름을 제어하려고 대립하는 국제상황을 이야기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디지털 제국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며, “카메라와 마이크, 스마트폰과 드론 등을 통해 ‘모든’ 사람을 ‘항상’ 감시하는 게 가능해짐으로써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전체주의 체제의 기초가 마련되었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인간의 감정과 생각까지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기술을 인간에게 유익하게 사용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빅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데이터를 놓고 대립하는 현 상황과 관련해 '디지털 제국주의'의 위험을 경고했다. [사진=EBS 강연 갈무리]
유발 하라리 교수는 빅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데이터를 놓고 대립하는 현 상황과 관련해 '디지털 제국주의'의 위험을 경고했다. [사진=EBS 강연 갈무리]

끝으로 하라리 교수는 “민주주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데, 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현대 교육제도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거대한 국가의 수백만 시민이 서로 만나고, 중요한 논제를 놓고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민주주의의 초석이 될 충분한 신뢰를 구축했다”라며 민주주의의 큰 장점으로 “어떤 정부 체제보다 더 융통성이 있다. 특히 실수를 인정하고 다른 걸 시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독재자는 언론을 통제하고 권력으로 실수를 숨기거나 전가하려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는 자유언론이 있고 다른 권력이 있어 실수를 폭로하거나 지도자, 정부를 교체하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실수에서 교훈을 얻고 그걸 통해 발전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는 민주주의의 의미가 뭔지 정확히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선거만 하면 민주주의라고 하고, 51%의 사람들이 표를 던진 정당이 정부가 되면 민주주의라고 한다. 이는 ‘다수결 독재’일 뿐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모두에게 항상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다수 의견뿐 아니라 소수 의견도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정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EBS 강연 갈무리]
유발 하라리 교수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정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EBS 강연 갈무리]

유발 하라리 교수의 강연은 임인년 새해를 맞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미 신과 같은 창조와 파괴의 힘을 갖게 된 21세기 인류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파괴적인 기술과 데이터 권력에 매몰되거나 과거 선조가 만든 허구의 시스템 속에서 노예로 살 것인가? 아니면 허구의 효용을 활용하여 보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며 인류 역사에 누려보지 못한 평화와 자유를 구가하고 지구 환경과 공생하며 살 것인가? 개개인이 깨어있는 의식으로 정확하게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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