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강덕 포항시장 "위대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그 위대함에 자긍심을"
[인터뷰] 이강덕 포항시장 "위대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그 위대함에 자긍심을"
  • 안진경 기자
  • gnana7720@gmail.com
  • 승인 2021-12-10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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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더라도 역사적인 평가를 두려워하고 역사의식을 가져야"
"지금의 극단 현상은 잘못된 가치 추구 때문, 정신적인 중심을 잡고 만족할 줄 아는 여유가 중요"

복합문화생태 산업 도시, 환동해권 교류협력의 허브 도시, 4차 신산업으로 대한민국 산업의 제2도약을 선도하는 도시. 2017년 11월 촉발지진이 발생하고 4년 여 만에 ‘재난극복의 상징도시’가 된 포항이 그리는 미래 청사진이다. 11월 23일, 포항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이강덕 시장을 만나 21세기 미래 도시 설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이 앞으로 다각화 도시 구조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한다. 김경아 기자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로 포항이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포항시가 테마 여행 '갯차 코스'를 개발하고 반응이 뜨거운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다 힘들어합니다. 우울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고 되는 일도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가난하고 외롭습니다. 그걸 반영한 게 드라마 '오징어 게임'입니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어서 세상에 지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게임에 도전하고 죽고 죽이면서 그걸 통해 내면에 있던 욕망과 욕구를 분출하는 세계를 나타낸 드라마예요.

그런 드라마는 재미는 있는데 돈을 위해 죽고 피 흘리고 폭력들이 난무하는 화면들 속에서 약간 놀라기도 하고 보고 나면 오히려 가슴속이 휑하니 비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그 시기에 ‘갯마을 차차차’가 나온 거죠. 이 드라마는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좋아지는 거예요. 재작년에 한 ‘동백꽃 필 무렵’도 그렇고요.

현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든 마음을 치유해주는 드라마예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치유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여운을 다시 살리려고 촬영지를 와보는 거죠. 잔잔한 내용들로 힐링이 되기 때문에 그게 중요한 하나의 관광 요소가 되는 겁니다. 이곳에 와서 다시 그런 감정으로 젖어들고 자가치유가 되거든요.

 

그런 드라마 이전에도 포항이 힐링 여행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습니까?

그 이전의 포항은 산업 도시로 제철 도시로 많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강하고 아주 다이내믹하고 또 회색빛 공업 도시, 산업 도시, 철강 도시. 그런 이미지였어요. 그런데 실은 가까이서 보면 바다가 아주 수려하거든요. 영일만은 동해안에서 제일 깊은 만곡이자 제일 깊은 항만이에요. 제철소가 들어오기 전에는 깊은 만곡을 보면서 문학적 영감을 받거나 힐링이 많이 됐다고 해요.

그런데 공장이 들어서면서 제조 산업 쪽으로 갔던 거죠. 그걸 제가 다시 제조 산업은 제조 산업대로 첨단화시키고, 원래 가진 자산인 바다와 지평과 산을 관광자원화해서 힐링 도시화하는 겁니다. 급하게 개발하며 산업도시가 되었기 때문에 생태계가 많이 훼손되었죠. 그 생태계를 복원한 도시를 만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 촉발지진이 발생하고 1,435여 일 만에 체육관에서 생활해 온 주민들의 구호소 생활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4년 동안 포항시는 이재민 복구를 위해서 여러 노력을 기울여 오셨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 또 가장 보람된 일은 무엇입니까?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처음에 자연 지진인 줄 알았습니다. 경주 지진의 여파, 동일본 대지진의 효과 등을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그리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후에도 자주 지진이 날 수 있는 지진 도시가 되잖아요.

지진 도시, 불안 도시가 되면 떠나는 도시가 될 것이기에 앞으로 도시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정말 컸습니다. 시민들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철강 산업으로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기여를 해왔고, 여러 첨단 산업으로 앞으로도 기여하려고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무엇보다 인구 급감이 제일 큰 위기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다음은 당장 계속된 지진으로 트라우마에 휩싸여 있는 이재민들을 어떻게 진정시키고 함께 할 것이냐가 큰 문제였습니다. 복구 부분이 아주 난감한 문제였어요. 과거 경주에서 지진이 났지만 거주지역과 멀리 떨어진 지역이어서 민가 피해가 별로 없었어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통틀어서 민가와 공장 등 생활구역에 영향을 미친 최초의 지진이에요. 그래서 정부에서도 응급 복구를 하고 이재민을 구제하는 것에 관한 매뉴얼이 없었습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뭔가를 써 내려가야 하는 것처럼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그럴 때마다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대로 지방정부는 지방정부대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 난리였어요. 관리해야 할 모든 요소와 요인들이 한 곳으로 집계되어서 필요한 것들이 제대로 배분되고 작동되도록 해야 하는데 초기에는 그렇게 하는 게 매우 힘들었던 거죠.

그래도 시장으로 선출되기 전에 있었던 직장에서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정확한 실태를 분석해 대응하는 일이 아주 오랫동안 훈련되었던 것들이어서 도움이 좀 된 거죠. 결과적으로 국가 자원까지 유치해서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촉발지진 반드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해야"

 

사람들은 당시 지진이 자연 지진이 아니고 인위적으로 발생한 지진이라는 의혹을 많이 제기했어요. 누군가의 실수 또는 고의에 의한 지진이라는 거였죠. 그런 의혹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지속적으로 정부에 촉구해서 전 세계 전문가들로 정밀 조사단을 꾸리게 되고 결국 지열발전이라는 국책사업에 의한 촉발지진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입니다.

보통 정부나 거대 조직들은 자기의 실수를 은폐하고 회피하기가 쉬워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하면서 진상을 밝혀내도록 한 것이 한편으로는 보람입니다.

그다음에는 그에 대한 책임 규명과 상응한 보상들이 필요하죠. 그것을 위해서 지진보상 특별법을 만들려고 했는데 매우 힘들었어요. 정부, 여당은 특별법 제정을 하지 않으려고 처음에 부인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지역 주민들은 특별법에 근거를 해야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삭발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들이 너무 힘들었는데 결국엔 정부와 여당도 설득하고 받아들여져서 특별법이 제정되고 보상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시민과 함께 만들어낸 그런 결과들이 보람이고 다행입니다.

반면 아쉬웠던 점은 아직까지도 책임자 처벌이 없다는 점입니다. 인위적인 지진이라면 책임자가 나와야 하잖아요. 국내 학자들이나 해당 기업이 시종일관 사실에 맞지 않는 거짓 증언을 해서 문제를 은폐하고 회피하려는 태도가 매우 유감입니다. 반드시 언젠가는 사실이 규명되고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포항시는 매우 복합적인 도시입니다. 철강의 도시이면서도 그 기반을 문화적으로 표현하려는 도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태환경 복원사업으로 생태도시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우리 도시가 가야 되는 방향, 이른바 도시 구조는 다각화입니다. 도시산업은 철강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철강 산업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 건 아니죠. 대체 산업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산업 다변화를 위해 새로운 산업단의 축을 확실하게 마련하고 있습니다.

‘3+1(배터리, 수소 에너지, 바이오+철강 고도화) 신산업 전략’입니다. 그리고 젊은 층 인구를 유입시키고 포스텍의 신기술들을 활용해서 사업화할 수 있는 스타트업 도시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도시 중심부는 침체, 쇠퇴,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도시 구조를 바꾸는 차원에서 도심을 개발하면서 'GreenWay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크고 작은 숲과 숲길을 만들고, 걷는 길, 자전거 길, 물길을 복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들을 통해서 시민들은 삶에서 '존중받고 배려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도심에서 살 만하다.' 또는 '미래 우리 도심이 이렇게 바뀌겠네.'라고 하는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밖에도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포항만의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구 기후위기 심각성에서 환경보호와 산업 성장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기후 변화는 도시 구조 측면과 연결됩니다. 우리는 철강 산업이기 때문에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요. 기후변화를 크게 가속화시키는 산업분야입니다.

그래서 우리 포항은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야 됩니다. 이를 위해 몇 년 전부터 포스코와 여러 철강업체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대기오염성 배출물을 줄여 나가는 일을 실시해왔어요.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쪽이 편리하도록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는 거죠.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우리 제철 산업에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수소환원제철'이라고 하는 기술입니다. 수소를 가지고 제철을 하면 대기 오염물질 없이 물만 배출됩니다. 그렇게 되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상당히 기여하게 될 것이고, 시민의 건강과 환경에 있어서도 엄청난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얼마 전에 미국 바이오 의료 산업 기관을 중심으로 시찰을 다녀오셨죠.

바이오 산업은 전 세계 시장에서 그 규모가 2조 달러(2,4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게 1경 원이 될지 2경 원이 될지 모르는 엄청난 산업 시장이에요. 거기에 우리나라가 뛰어들어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 분야에서 우리가 국부를 창출할 수가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왔습니다.

과거 제철 공장을 세우려고 할 때, 일본에 갔는데 "한국이 무슨 제철을 하냐? 한국은 그냥 농수산업이나 가내공업 정도 하면 되지. 제철할 능력도 안 되고, 과학자도 없고, 인프라가 전혀 없으니 안 된다."라고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았어요.

그때 박태준 회장이 일본 육사를 나왔으니까 일본에 인적 네트워크가 있었고, 박정희 대통령도 일본 육사를 나오고 일본군 장교를 했으니까 친일파라고 하지만 인적 네트워크가 있었죠. 그걸 가동해 정관계, 재계로부터 돈을 빌려서 제철소를 지은 거거든요.

물론 6.3 회담으로 받은 대일청구권자금, 베트남에 가서 우리가 피 흘린 돈도 들어갔어요. 그렇게 제철 공장을 만들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철소 지금의 포항제철, 포스코가 되었습니다. 포스코 때문에 US스틸이라는 미국 제철 공장이 무너졌어요. 유럽의 공장들도 다 무너졌죠.

우리는 엄청난 나라입니다. 기술 경쟁력이 최고거든요. 자동차 보세요. "자동차? 우리가 무슨 자동차를 만들어. 수입하면 되지." 그런데 자동차에서도 강국이 됐잖아요.

조선소도 있습니다. 정주영 회장이 영국에 돈을 빌리러 갔어요. "당신들이 무슨 조선소를 만드냐?"라고 할 때, "우리는 조선을 한 경험이 있다."라고 하면서, 거북선이 있는 500원짜리 화폐를 내놓고는 "우리 옛 선조들이 이렇게 만들었다. 그러니 조선 능력이 있다."라고 해서 조선소도 없는데 수주까지 받아서 왔죠.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다 잊어버립니다. 전부 쉽게 노력 없이 그저 되는 줄 알아요. 맨바닥에서 이룬 것이 또 반도체입니다. 반도체는 90년대에 이건희 회장이 전력투자를 한 거예요. 당시 삼성전자는 일본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지는 2, 3류 제품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게 완전히 뒤엎어졌죠.

그 모든 일들이 바로 저의 세대와 겹쳐지는 바로 앞 세대들이 만든 결과입니다. 지금 이제 우리 세대의 국가 지도자, 정치 지도자들이 해야 될 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IT, BIO 쪽에 획기적인 노력들을 기울여서 앞선 세대들이 반도체, 조선, 자동차, 제철 산업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되거든요.

이 시장은 의학과 공학이 융합된 바이오 산업을 통해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포항을 계획하고 있다. 김경아 기자

 

그 가능성을 제가 가서 보고 온 거죠. '거기에 우리 포항이 기여를 해야 되겠다.' 바이오 산업이 성공한 곳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다 해양 도시예요. 그 주변에 R&D 기관을 엄청나게 많이 만들고 있어요. 그러면 포항이 가능성이 가장 많거든요. 포스텍이 있기 때문에.

방사광 가속기라는 게 있어요. 전에는 죽은 세포를 가지고 진단을 했는데,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살아있는 세포를 통해 그대로 진단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어느 곳에 유전자 사슬이 잘못돼서 암이 발생했으니, 유전자 사슬의 어디를 잘라주면 되고, 그에 대한 약은 이렇게 개발하면 되겠구나."라는 걸 할 수 있는 거예요.

바이오 산업, 신약 산업, 헬스케어 산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 기반은 의사 과학자를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의사는 임상의사예요. 병원에서 치료해 주는 사람입니다. 의사 과학자는 의사 면허증이 있는데, 공학적인 역할이 더해지게 된 거죠. 오히려 뛰어난 공학도가 의학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석박사 과정까지 거치는 거죠.

예를 들어 코로나가 발생하면 코로나 백신을 만들어내고, 암이나 치매의 원인 물질을 규명해서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돈을 벌고 그게 국부로 이어지면서 2,400조 바이오 산업 세계 시장에서 500조 내지 1천 조를 만들어보자는 거죠.

포항에서 그것이 시작되면 포항만이 아니라 다른 도시도 할 수 있습니다. 인천도 할 수 있고, 카이스트가 있는 대전도 할 수 있을 거고요. 전국적으로 그렇게 다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보스턴에 가보니까 보스턴 MIT 공대가 주도해서 바이오 산업을 일으키고 있었어요. MIT 공대 총장과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공동으로 투자를 하는 거예요. 그런 작업을 통해서 교수진도 대량으로 육성하고, MIT 주변으로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와서 신약 연구소를 위해 초고층 빌딩을 세우고 바이오 산업을 일으키고 있었어요. 불과 5~10년 사이에 보스턴이 완전히 천지개벽하는 거 같아 보였어요. 그걸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다음에 일리노이 주립대학 메인이 있는 어바나 샴페인이라는 중소 대학 도시가 있습니다. 인구가 8만에서 10만밖에 안되는 데 그곳에서 본 거죠. 일리노이 공대는 미국에서 두 세 번째 가는 아주 유명한 대학입니다.

일리노이 공대가 기반이 되어 만든 의대를 가보니 연구방법이 매우 과학 지향적이었어요. 진료와 예방의학의 방법 모두가 그랬습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되면서 그에 따른 병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현재 의료체계 방법으로는 대응을 못 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개개인은 의료비 과중으로 파산이 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정부 부담도 너무 많아지고요. 그래서 새로운 예방 기술, 진료 기술, 신약을 개발해 간단하고도 적은 비용이 드는 방법이 마련되어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 방향으로 의대를 만들어낸 걸 보고 포항공대도 꼭 의대를 세워서 공학과 의학을 접목해 바이오 산업 기반의 새로운 진료 기술을 만드는 방식으로 가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환동해권 신산업으로 북방경제를 선도하는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경제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동북아 국제 정세에 가져올 영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세계적으로 긴장관계가 가장 심한 지역이 우리 한반도입니다. 남북 관계, 미중 관계, 한일 관계가 있는데, 기본은 남북 관계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거든요. 남북 관계로 인해 모든 게 긴장 국면에 있게 되고, 사람들도 산업적으로도 불안하고 여러 가지 지장을 받고 있는 거예요.

더 큰 틀에서는 국제 정치적인 관계를 통해 국가 간에 풀어야 되겠습니다만, 저는 가장 답답한 게 동해를 기반으로 하는 극동 지역이 사실 그리 크지 않아요. 지중해 지역이 동해를 감싸고 있는 우리 지역보다 3배나 넓어요. 그런데 지중해 지역은 벌써 2천 년 전에 로마가 완전히 통일을 시켰잖아요. 통일을 시켜서 지중해를 내해로 만들어 저수지로 만들었거든요.

물론 그 패권을 위해 오랜 전쟁으로 여러 고초를 겪었지만 그만큼 발전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동해는 지금까지도 이렇게 콱 막혀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뭘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거예요.

국가적으로 풀 수 있는 건 그렇게 풀어야 되겠지만, 지금처럼 긴장 국면을 계속 가져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국력을 강하게 해서 북한이 우리를 넘보지 못하게 압도할 수 있는 군사력은 갖춰야 돼요. 그거 없이 그냥 우리가 평화적인 국면을 가져간다. 그건 웃기는 얘기예요.

이 시장은 환동해권 도시 간 교류협력으로 극동 지역의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경아 기자

 

국가적으로 봤을 때 비록 쓰지는 않지만 강력한 무기로 군사적인 제압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평화적인 논의를 해야 돼요. 그렇지만 그건 국가가 할 일이고. 우리 지방 도시가 할 일은 도시 간의 끊임없는 교류 협력을 통해서 국가 간의 긴장 국면을 완화시키고, 그것을 토대로 결국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거예요. 몬태규 집안과 캐플릿 집안은 대를 걸쳐 원수같이 지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왔다갔다 했잖아요. 그렇듯이 지방 도시는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 동해안, 동해안과 연결되는 일본의 서해안, 중국의 동북 3성, 그리고 러시아의 극동과 북극지역에 있는 주요 도시들 간에 회의나 교류를 활발하게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교류를 통해서 느낀 점은 우리 포항이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시 간의 교류나 발전을 충분히 이끌 수 있는 에너지가 있으며,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요.

상대적으로 일본은 많이 고령화되어서 다소 국수주의적인 입장에서 내부만 들여다보는 성향이 강합니다. 러시아나 중국은 상대적으로 독단적인 성향이 강하고요. 반면 글로벌 스탠더드적인 사고를 하면서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적 틀도 갖추고 있는 게 포항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런 입장의 도시들을 연결시켜 나가는 역할들을 하려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충분히 되면 극동지역 동해권의 긴장 국면이 좀 많이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공직생활에서 받은 급여를 포항시 장학회에 오랫동안 기부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런 이야기를 자꾸 공개적으로 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해양경찰청장을 지냈는데, 상당히 중요한 책임과 역할이 저에게 주어졌던 거였죠.

그런데 돌이켜 보았을 때 제가 과연 그런 직책을 맡을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가 또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헌신을 다 했는가를 생각해보면 반성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의 능력을 갖지도 헌신을 하지도 못했다는 것이죠.

인생을 놓고 볼 때 60세 이후는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에서 내려가는 시기입니다. 그 전은 계속 도전하는 시기이죠. 내려가는 시기에 정리를 잘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가지기보다도 내려놓고 베풀고, 내 앞길도 중요하지만 후진들도 생각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생각을 많이 해야 되는 거죠.

무엇을 하더라도 역사적인 평가를 두려워하고 역사의식을 가져야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시장을 하면서 무슨 일을 했느냐, 지금 당장 시민들한테 인기가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하지만 세월이 흘러 50년, 100년, 200년이 지나고 난 다음에 그 시절 그 사람이 어떻게 평가되는 가도 중요합니다.

아까 박태준, 박정희, 이건희, 정주영을 이야기했습니다만, 그분들 과오도 많아요. 하지만 크게 보면 그 사람들이 그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 게 아니냐는 평가를 하잖아요. 물론 그 반대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제 나이가 이제 역사적인 평가를 생각해야 되는 나이이고 또 그런 직책에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제 역할을 하는 것뿐입니다. 그뿐입니다.

 

한국 산업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을 말씀하셨는데, 한국인으로서 한국인다움의 특성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한국인의 특성을 한마디로는 규정할 수 없지만, 저는 크게 두 가지 특성이 함께 있다고 봅니다. 상당히 선비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역동적인 것 같아요. 어느 때는 그 두 가지 특성을 함께 보이기도 하고, 어느 때는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합니다. 그 두 특성이 조화를 잘 이루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앞서 말한 바이오 산업과 같은 경우에는 한국 사람들이 매우 잘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손을 사용하는 기술이 굉장히 발달돼 있거든요. 정서적으로도 매우 예민하고 섬세합니다. 머리도 참 좋아요. 그리고 열정도 많고, 성과를 이루려고 하는 도전 의식도 굉장히 높아요. 그런 점들이 세계 바이오 산업 시장을 선도하기가 굉장히 좋다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한국인의 특성은 그런 양쪽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정신을 지키며 한국인의 얼을 되살리는 운동을 펴 온 국학원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신다면?

지금 사람들은 너무 물질 중심의 삶에 빠져 있습니다. 며칠 전 신문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았는데, 가장 큰 관심사는 돈을 많이 버는 거였어요.

우리나라는 충분히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그쪽에 있어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겠다는 사고는 좋지만 너무 물질적으로 치우쳤다는 거예요. 거기다 돈을 잘 벌지 못하면 열등감을 느끼고, 좌절하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피해의식을 가집니다. 이런 게 지금 문제잖아요.

정치도 지금 극단을 달리잖아요. 중도 합리적인 사람이 살아남을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합리적인 사람은 평가를 못 받아요. 국회에 가도 완전히 이상한 사람들, 극단을 달리는 사람들만 서로 끌어당기면서 플러스, 마이너스만 살아남거든요. 그 중간에 합리적으로 균형이 있는 사람은 못 살아남아요. 이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저쪽으로 가야 돼요. 그러니까 국회에 가면 사람이 이상하게 돼요.

그런 현상들은 현재 잘못된 가치 추구를 하기 때문입니다. 정신적인 중심을 바로잡고 만족할 줄 알며 여유를 살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뿌리 정신인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가치 실현으로 국학원과 그곳에 종사하는 분들이 기여를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고유의 문화와 한국인의 얼을 되살리는 운동은 우리의 정체성을 세우고 미래를 위해 의미있는 일인 만큼 국학원의 사업을 적극 응원하겠습니다.

 

끝으로 포항 시민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포항시민과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위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위대함에 대하여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내 몸 안에는 변(便)도 있고 또 새로운 음식도 들어갑니다. 더러운 데도 있고 밝은 데도 있어요. 그런데 더러운 것만 생각하고 하루 종일 목욕만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잖아요. 국민 모두가 긍정적인 면을 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에너지를 쓰면 좋을 것 같아요.

안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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