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갓 지은 햅쌀밥 위에 김장김치 한줄기 척 얹어 입안 가득 밀어 넣고,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 한 모금을 넘기면 반찬이 없어도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포만감 넘치게 먹었는데 금방 꺼지는 밥이 있는가 하면, 적게 먹어도 든든함이 오래가는 밥이 있다. 좋은 환경에서 영양을 듬뿍 먹은 쌀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정자연으로 유명한 충북 영동군에서는 초록빛에서 연두빛으로, 다시 황금빛으로 물들어간 들녘에서는 햅쌀을 수확해 출하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청정자연으로 유명한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 자란 친환경 유기농 햅쌀을 품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청정자연으로 유명한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 자란 친환경 유기농 햅쌀을 품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영동군 심천면에서 벼농사를 하는 천모산유기영농조합의 농부 이상도 씨는 올해로 15년째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가꾼 햅쌀을 생산한다. 매년 초봄 농사를 짓기 전에는 정부에서 유기 인증을 받은 거름으로 땅을 기름지게 하고, 벼가 한창 자라는 동안에는 농약 대신 유황과 은행 삶은 물로 병충해를 방제한다.

또한, 추수를 마치면 볏짚을 남겨놓은 논에 낙엽이 오래되어 충분히 숙성한 부엽토와 감자와 물을 섞어 토착미생물을 발효 배양한 영양분으로 벼를 길러내느라 소진한 땅의 힘을 키운다.

농부 이상도 씨는 “추수 후 논에 볏짚을 남겨놓는 ‘볏짚 환원’은 지력地力이 떨어진 논의 유기물 함량과 통기성을 높여 친환경 고품질 벼 생산량을 증대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 많이 권장되는 농법”이라며 “거기에 토착미생물로 땅의 환경을 건강하게 만들면 다음 해에 더욱 건강한 쌀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상도 씨는 “요즘 사람들이 양적으로는 넘치게 먹는데 알게 모르게 질적으로는 허기져 있다.”고 했다.

올해로 15년째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햅쌀을 생산하는 천모산유기영농조합 이상도 농부.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올해로 15년째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햅쌀을 생산하는 천모산유기영농조합 이상도 농부.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그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농사지은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사람들이 건강해지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비료나 화학제품이 많이 든 것을 먹으면 그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농부가 최선을 다한 농산물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가 선택한 벼 품종은 '하야미'라는 품종으로 두뇌발달에 좋은 필수 아미노산이 31%가량 더 많이 함유된 기능성 쌀이다.

이 씨는 30대 말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었는데 그 정서가 내게도 있는 것 같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히는 일보다 자연을 관찰하고 교감하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농사법을 배우는 일이 적성에 잘 맞고 재미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했다.” 그는 농약 없이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고자 곳곳을 찾아다니며 배워서 2006년부터 적용해 왔다.

요즘 유기농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지만, 현실적으로는 높은 가격때문에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이상도 씨는 “전체적인 농사 시스템이 유기농법으로 바뀐다면 보다 저렴하게 많은 사람이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밥을 많이 먹기보다 적게 좋은 밥을 먹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며 "농법을 전환하는데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기농법을 알아야 하고 신념과 기존 방법을 버리기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 교육 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했다. 그가 재배한 햅쌀은 하늘과 땅, 그리고 농부의 정성어린 에너지를 담아 전한다는 뜻을 담은 '천지기운쌀'이라는 이름으로 천모산유기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신선고을’ 누리집을 통해 소비자를 찾는다.

농부 이상도 씨가 재배한 친환경 유기농 햅쌀은 하늘, 땅, 그리고 농부의 정성어린 에너지를 담은 '천지기운쌀'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전해진다.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농부 이상도 씨가 재배한 친환경 유기농 햅쌀은 하늘, 땅, 그리고 농부의 정성어린 에너지를 담은 '천지기운쌀'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전해진다.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최근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지방이 높은 음식으로 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유행한다. 이에 "쌀은 곧 탄수화물"이라는 생각때문에 밥을 급격하게 줄이는 경우가 많다. 유의할 점은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부작용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섬유소 부족은 장내 미생물들이 굶주리게 해서 면역에 부정적인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장 건강을 해지는 원인이 되기에 식단관리에서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쌀은 고품질의 탄수화물과 단백질, 미네랄, 지방, 식이섬유가 풍부한 곡물로, 밀로 만든 빵, 과자, 국수보다 소화 흡수가 느려서 오히려 급격한 혈당 상승을 방지해준다. 비만과 당뇨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평이다. 최근에는 영양이 풍부한 쌀눈을 살리는 도정법이 개발되어 풍부한 영양소가 담긴 쌀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우리가 선택한 식단을 살펴보자. 과연 우리는 충분히 잘 먹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