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최응천, 이하 재단)과 함께 “호렵도 팔폭병풍(胡獵圖 八幅屛風)”(이하 호렵도)을 2월 18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에서 공개했다.

'호렵도 팔폭병풍(胡獵圖 八幅屛風)' [사진제공=문화재청]
'호렵도 팔폭병풍(胡獵圖 八幅屛風)' [사진제공=문화재청]

 2020년 9월 미국 경매에서 매입하여 국내로 들여 온 ‘호렵도’는 호렵도 팔폭병풍 비단에 채색한 것으로 병풍 전체 길이 392.0cm, 높이 154.7cm이다.

호렵도는 ‘오랑캐(胡)가 사냥하는(獵) 그림’이라는 뜻으로 여기서 오랑캐는 청(淸, 1616~1912)나라 황제를 의미한다. 즉 호협도는 청의 황제가 사냥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중국의 명·청 교체 후 정묘호란(1627)과 병자호란(1636)을 연이어 겪은 후 조선에는 청을 배척하는 의식이 지배적이었으나, 18세기 후반 청의 문물이 대거 유입되며 청의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조선의 복합적인 시대배경 아래 무비(武備)를 강조한 정조(正祖, 1752-1800)의 군사정책과 맞물려 호렵도가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호렵도를 처음 그린 화가는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하나인 김홍도(金弘道, 1745-1806?)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홍도의 작품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기록으로만 존재하고,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호렵도 병풍은 민화풍으로 그린 것이다.

호렵도 팔폭병풍(胡獵圖 八幅屛風) 제3폭. [사진제공=문화재청]
호렵도 팔폭병풍(胡獵圖 八幅屛風) 제3폭. [사진제공=문화재청]

이번에 돌아온 호렵도는 웅장한 산수 표현과 정교한 인물표현 등에서 수준 높은 궁중화풍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조선 시대 호렵도의 시작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서 이번 환수가 더욱 뜻깊다.

이 호렵도는 비단 바탕의 8폭으로 만든 연결병풍으로, 산수의 표현과 화면 구성이 탁월하며 인물과 동물의 묘사가 생동감 있고 매우 정교하여 호렵도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는다.

병풍은 ▲폭포를 시작으로 스산한 가을 분위기의 산수가 숙달된 화원 화가의 필치로 묘사되어 있는 제1-2폭, ▲화려한 가마를 타고 길을 나서는 황실 여인들을 묘사한 제3폭, ▲푸른 바탕에 흰 용을 새긴 복식 차림의 청 황제와 다양한 자세의 기마인물들이 등장하는 제5폭, ▲ 호랑이와 사슴을 향해 활을 겨누거나 창과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사냥꾼들을 역동적으로 묘사한 제7-8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 공개한 호렵도는 그동안 민화를 중심으로 했던 호렵도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고, 전시·교육 등 폭넓은 활용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월 18일부터 박물관 내 궁중서화실에서 국민에게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