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여성독립지사 세분 중 한분인 유순희 지사(94세)가 29일 서울중앙보훈병원에서 영면하셨다. 31일 오전 8시 발인 후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6묘역에 안장된다.

2017년 4월 만난 오희옥 여사(왼쪽)와 고 유순희 여사(가운데), 이윤옥 교수. [사진=이윤옥 교수 제공]
2017년 4월 만난 오희옥 여사(왼쪽)와 고 유순희 여사(가운데), 이윤옥 소장. [사진=이윤옥 소장 제공]

유순희 지사(1926~2020)는 부부독립운동가 출신이다.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광복군 제3지대 제1구대 본부 구호대원으로서 1945년 광복 때까지 활동한 광복군이었다. 18세인 1944년 말 중국 하남성 녹음에서 광복군 전방지하공작원과 접선해 활동하다 1945년 2월 지하공작원으로 활약했다. 유순희 지사는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남편 최시화(1921~1967)지사도 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해 활동했으며, 1982년 대통령 표창,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았다.

광복군 제3지대 여군 소대 사진 중 중앙 오른쪽에 유순희 지사의 사진이 있다. [사진=이윤옥 교수 제공]
광복군 제3지대 여군 소대 사진 중 중앙 오른쪽에 유순희 지사의 사진이 있다. [사진=이윤옥 소장 제공]

오랫동안 여성독립지사를 만나온 이윤옥 소장(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는 “유순희 지사는 일제강점기 오로지 광복을 위해 어린 핏덩이를 안고 광복군으로 활약한 분이다. 우리가 우러러야 할 삶이자 본받아야 할 삶”이라며 “이런 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조명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유 지사는 지병을 앓고 계시다 악화되어 서울중앙보훈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여 만에 돌아가셨다. 이로써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생존애국지사는 현재 29분으로 국내에 25분 해외에 4분 계신다. 생존 여성독립지사는 유 지사와 동갑인 오희옥 여사, 두 살 많은 민영주 여사 두 분뿐이다.

1945년 7월 유순희 지사가 갓난 아기를 안고 찍은 모습. [사진=이윤옥 교수 제공]
1945년 7월 유순희 지사가 갓난 아기를 안고 찍은 모습. [사진=이윤옥 소장 제공]

오희옥 여사는 의병장이던 할아버지 오인수 선생을 비롯해 아버지 오광선, 어머니 정정산, 언니 오희영과 3대에 걸쳐 독립운동을 펼쳤다. 민영주 여사는 임시정부 비서실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민필호 선생의 장녀로, 1940년 광복군에 입대해 임시정부 내무부 부원, 중경방송국 심리작전 요원, 임시정부 주석 판공실 서기 등을 역임하며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현재 오희옥 여사는 2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서울중앙보훈병원에 입원 중으로 유순희 여사와 가깝게 지냈고 이웃한 병실에 있었다, 민영주 여사도 오랜 병환으로 현재 대외활동이 불가한 상태이다.

오희옥 여사의 장남 김흥태 씨도 “4년 전 외국에 계셨던 한 분이 돌아가시고 생존 여성독립지사로는 세분만 계셨는데 이번에 유순희 여사께서 돌아가셔서 애통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광복절 행사에 생존 독립지사 중 네 분만 참석하신 것은 그만큼 고령과 지병으로 인해 대외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어머니뿐 아니라 생존 독립지사들께서 건강하게 대외활동을 할 수 있을 때 그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해야 했는데 그동안 사회의 관심도 너무나 적었고 적극적인 지원도 부족했다. 역사문제나 사회문제에서 각계가 조명되어야겠지만 생존해 계신 애국지사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