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서울연극제(집행위원장 지춘성)가 진행한 단막 희곡 공모에서 김지선 작 ‘구멍’이 당선작, 김희연 작 ‘악셀’이 가작으로 선정됐다.

서울연극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서울연극인들을 응원하고, 참신한 신예작가를 발굴해 국내 창작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단막 희곡 공모’를 진행했다.

지난 4월 10일부터 5월 15일까지 공모에 총 133작품이 응모하며 많은 연극인의 관심 속에 마감되었다.

서울연극제는 이 가운데, 당선작으로 김지선 작가의 <구멍>, 가작으로는 김희연 작가의 <악셀>을 선정했다.

당선작 <구멍>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인생에 구멍이 난 주인공의 균열을 담고 있다. 김지선 작가는 “아이의 탄생과 성장이 함께 한 이 작품의 당선이 더없이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며 앞으로의 다짐을 밝혔다. 심사위원은 “상실의 슬픔에 대한 작가의 세계관이 돋보이며, 연극적 메타포를 보편적 언어로 표현해낸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하며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김지선 작가. [사진=서울연극협회]
김지선 작가. [사진=서울연극협회]

사채 때문에 목숨을 담보로 보험사기를 벌일 수밖에 없는 청춘남녀의 마지막 순간을 그리고 있는 가작 <악셀>은 “단막극의 미학이 드러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가작으로 선정됐다. 김희연 작가는 “첫 희곡인 <악셀>로, 나이 47에 처음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게 되어 묘한 설렘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다양한 인간상을 희곡으로 녹여낸 두 신예작가의 작품은 월간 '한국연극' 7월호에서 만날 수 있다. 다음은 두 당선자의 소감.

 

당선작 <구멍> 김지선 당선 소감

극장 객석에 앉아 암전을 기다리는 순간이 즐거웠습니다. 암전 뒤 열리는 새로운 세계는 언제나 가슴 뛰는 일이었습니다. 그 세계에 잠시 취했다가 극장 밖을 나설 때면, 잠을 자지 않고도 꿈을 꾼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 그렇게 사로잡혀 꿈같은 연극을 꿈 삼아 좇았습니다.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 한창입니다. 그러나 다시 감사의 마음을 가져봅니다. 무엇보다 꿈 삼아 좇았던 이 길에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같은 신인도 편견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신 서울연극협회 관계자분들에 정말 깊은 감사 말씀 올립니다. 뭔가 해 봐도 좋다는 면허증 하나를 얻은 것 같아 정말 노력하고 싶어졌습니다.

내 고집대로 살아 볼 수 있도록 딸의 결정을 무한한 신뢰로 지켜봐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연극인이자 사랑하는 남편의 응원 덕분에 다시 한 번 끄적여볼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나의 아들 정민.

<구멍>은 아이가 뱃속에서 발길질할 때 써 내려가, 점프하고 뛰어노는 두 돌쯤 퇴고를 마치고 응모한 작품입니다. 아이의 탄생과 성장이 함께한 이 작품의 당선이 제겐 더없이 소중한 의미를 갖습니다. 저는 <구멍>이란 작품 속에 슬픔을 이겨내 결국 삶을 이어가고, 생을 연장하는 인간만의 강인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정민이 글을 읽을 수 있을 때, 꼭 말해 주려 합니다.

여기, 구멍이 있다고... 그러나 강인해서 아름다운 우리가 결국 여기 있다고...

감사합니다!

김희연 작가. [사진=서울연극협회]
김희연 작가. [사진=서울연극협회]

 

가작 <악셀> 김희연 당선 소감

젊은 날, 연극 영화학과를 다닌 저에게 있어 연극은 익숙한 것이면서도, (영화전공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영화보다는 한 발 더 멀리 있는 예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희곡을 꼭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왜냐면 어떤 작품을 써보려다가, 다섯 장이나 채 썼을까요? 그만뒀던 기억이 나기 때문입니다.

해서 이 희곡, ‘악셀’이 저에게는 첫 희곡입니다. 나이 47살에 처음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게 되니, 묘한 설렘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역시 게으른 삶을 살았다는 반성이 먼저 앞섭니다. 제가 잘해서 이런 큰 상을 탔다기보다, 초심자의 행운이 저에게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래야 운이 운으로 끝나지 않겠지요.

부족한 작품에 이런 큰 영광을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서울연극협회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