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광주시민들이 민주항쟁을 했던 현장인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서 ‘제 40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이 열렸다. 1997년 정부기념일로 지정된 후 항쟁지에서 열린 첫 기념식이다.

국가보훈처(처장 박삼득)는 18일 오전 10시 5.18민주광장에서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를 주제로 문재인 대통령 등 국가 주요인사와 5.18민주유공자 및 유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개최했다.

18일 오전 10시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제 40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K-TV 방송화면 갈무리]
18일 오전 10시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제 40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K-TV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 서두에서 “우리는 이 광장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대동세상을 보았다. 직접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과 어린 학생들도 주먹밥을 나누고, 부상자들을 돌보며 피가 부족하면 기꺼이 헌혈에 나섰다. 독재 권력과 다른, 우리의 이웃들을 만났고 목숨마저 바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5월 광주는 전국으로 확장되었고 열사들이 꿈꾸었던 내일이 우리의 오늘이 되었다. 그러나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오늘 우리에게는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더 많은 광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월 정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희망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철저한 고립 속에서도 한 건의 약탈, 절도 없이 서로를 격려하던 정신이 이번 코로나 극복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는 저력이 되었다.”고 밝히며, 코로나19로 인해 병상이 부족한 대구를 위해 광주가 병상을 마련한 사례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더 널리 공감되어야 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 거듭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오월 정신이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되고 미래세대의 마음과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언제나 함께 하겠다.”며 5.18 진상규명과 관련해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다. 국민이 함께 밝혀내고 함께 기억하는 진실은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만드는 힘이 되고 국민 화합과 통합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념식은 코로나19 방역대책을 철저히 수립한 가운데 방송인 김제동 씨의 사회로 시작해 도입영상과 국민의례, 경과보고 및 편지낭독, 기념사, 기념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진행되었다.

도입영상은 그동안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26년’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자’를 활용해 5.18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날 국민의례에서는 김용택 시인이 기념식을 위해 특별 집필한 ‘바람이 일었던 곳’ 묵념사를 문흥식 5.18구속부상자 회장이 낭독했다. 경과보고는 5.18유가족인 남녀 대학생이 낭독함으로써 지나간 일이 아닌 살아있는 역사로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5.18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남편 故 임은택 씨에게 편지를 보내는 최정희(73) 씨. [사진= K-TV 방송 갈무리]
5.18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남편 故 임은택 씨에게 편지를 보내는 최정희(73) 씨. [사진= K-TV 방송 갈무리]

이날 5.18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남편에게 보내는 최정희(73) 씨의 편지낭독이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시대적 아픔을 대변했다. 최 씨는 부산출신으로 남편과 부산국제시장에서 만나 결혼하고 담양으로 이주 후 2년여 만에 5.18이 발생했고 남편 故임은택 씨는 5월 21일 사망했다. 이후 5월 31일 광주교도소에서 암매장되어 발견되었다. 최정희 씨는 편지 끝에 “나중에 만났을 때 늙었다 탓하지 말고 삼남매 잘 키웠다 칭찬해 달라.”고 했다.

이어 작곡가 정재일 씨과 영화감독 장민승 씨가 제작한 ‘내 정은 청산이오’ 기념공연이 처음 공개되었다. ‘임을 향한 행진곡’을 기반으로 진도 씻김 굿 등 남도음악과 전통문화,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랩, 중창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한 작품으로 5.18희생자와 광주에 헌정했다. 기념식은 참석자 모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면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