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창 피어나는 날에 한 앳된 청년(?)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인터넷신문 코리안스피릿에 블로그와 카카오스토리를 새로 만들어, 사이트의 기사를 옮겨 줄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했다. 소개를 받고 온 남학생은 올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5기로 입학한 송원재 군(17세). 훤칠한 키에 작은 얼굴이 기자의 눈에는 아이돌처럼 보인다.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원재는 신문사 직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하루가 걸리던 작업을 원재는 두어 시간 만에 해치운 것이다. 모두 10배속, 광속이라며 감탄했다. 빠르고 성실한 원재 군 덕분에 오래 걸릴 작업을 닷새 반나절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일을 모두 마친 원재 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득 기자의 마음에서 소리가 들렸다. “원재의 꿈 찾기를 응원해야겠다!”

올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5기로 입학한 송원재 군. [사진=김경아 기자]
올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5기로 입학한 송원재 군. [사진=김경아 기자]

원재는 어려서 부모님과 캐나다 밴쿠버에서 3년을 살았다. 아버지는 이민을 원했지만, 어머니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해서 원재가 5살 때 귀국했다. 귀국해서 잠시 경기도 부천에서 외할머니와 살았지만, 종로구 한옥으로 이사 와서 두어 번 옮겨가며 살았다. 원재네 가족이 전에 살던 한옥은 게스트하우스로 단장하여 운영한다. 가끔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그때마다 어머니가 평소에 미뤄뒀던 힘든 일을 많이 꺼내놓으신다고 귀엽게 투정을 한다.

원재 어머니는 우프코리아의 대표 김혜란 씨로, 친환경적이고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교류를 돕고, 서로에 대한 배움과 나눔을 경험할 수 있도록 홍보 및 교육 활동을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어머니 덕분에 원재는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듣지 않고 자랐다. 초등학교 때는 해질녘까지 친구들과 축구나 운동을 하며 실컷 놀 수 있었다. 중학교 때는 이제 공부를 좀 해야지 하는 부모님 말씀은 있었지만, 원재는 놀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공부에 몰두하지는 못했다. 대신 어머니와 약속한 영어와 독서는 열심히 했다고 한다.

원재는 친환경 농촌체험교육을 하는 어머니를 따라 국내와 해외에서 농촌체험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캐나다의 딸기밭에서 일하고,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는 호주에서 잡초도 뽑고 나무 옮기는 일을 했단다. 보통 한 달씩 머물렀는데 2주는 여행하고 2주 동안은 농촌체험을 했다. 국내에서는 충남의 농장에서 고구마 캐고, 남양주의 양계장에서 달걀 줍고, 닭 모이 주는 일을 했고, 중학교 3학년 겨울에는 제주도에 체험형 농장을 만드는 일을 했다. 친구들과 함께 갔을 때는 하루 다섯 시간의 정해진 일을 마치고 함께 노는 것이 좋았고, 혼자 갔을 때는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단다.

인터넷 신문사 '코리안스피릿'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송원재 군. [사진=김경아 기자]
인터넷 신문사 '코리안스피릿'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송원재 군. [사진=김경아 기자]

운동을 좋아하던 원재는 체육지도자가 되고 싶어 서울에 있는 예체능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첫 학기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운동시간이 너무 많아 힘들기도 하고, 대학입시 준비를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학교여서 어머니에게 일반 학교로 옮겼으면 하는 뜻을 비쳤다. 어머니는 덴마크 애프터스콜레(Efterskole)로 유학을 권유했고, 원재는 1년 동안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꿈을 찾는 학교라는 것이 마음에 들어 유학을 떠났다. 떠날 때는 마음에 들면 외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마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덴마크 애프터스콜레는 생각과는 달랐다. 하루 1시간의 수업 외에는 스스로 체험 거리를 찾아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니보르에서 원재가 할 수 있는 체험 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혼자서 막연하게 할 일 없이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6개월이 지나고 겨울방학 때 유럽에 온 어머니와 이런 문제를 상의했고, 영국으로 학교를 옮기는 방안을 생각했다.

어머니와 한 달간 유럽여행을 하고 귀국했는데, 프랑스 파리에서는 학교문제로 기분도 그런 데다 날씨까지 춥고 우중충해서 우울했다. 그런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자마자 택시 창문을 여는 순간 따스한 햇볕과 바람 그리고 맑은 하늘이 너무 좋았단다. 그래서 유럽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바르셀로나로 꼽았다.

어머니와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당시의 송원재 군. [사진=본인 제공]
어머니와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당시의 송원재 군. [사진=본인 제공]

한국으로 돌아온 원재는 5월에 영국 학교에 입학원서를 내려면 아이엘츠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3개월 만에 해낼 수 있을지가 막막했다. 그때 원재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다. 어머니가 대표로 있는 우프코리아가 완전 자유학년제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벤자민학교 김나옥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학교에 대한 소개를 듣고, 직접 학교를 방문한 어머니가 원재에게 벤자민학교의 입학 전 체험과정인 ‘인성영재캠프’를 추천했다.

원재는 인성영재캠프에서 바로 ‘여기다. 여기 가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다. 덴마크와 시스템은 비슷했지만, 한국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스스로 찾아다닐 수 있어서 덴마크에서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원재는 3월에 벤자민학교에 5기로 입학했고, 그동안 적응하는 기간을 보냈다. 3월에는 7권의 책을 읽고 꼬박꼬박 독후감을 썼다고 한다. 그때 읽은 가장 감명 깊은 책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라고 하면서 독후감을 보여줬다.

“ 84일째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지 못한 힘없는 노인이 모두가 그에게 힘이 다했다고 할 때 다시 바다로 떠나 몇 일간의 사투 끝에 거대한 청새치 한 마리를 잡는다. 하지만 너무 멀리 나간 탓일까. 돌아오는 과정에서 상어들에게 청새치를 뜯어 먹히고 만다. 노인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뼈만 남은 청새치를 가지고 돌아온다.

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인간의 의지와 위대함을 알았다. 멀리 떠난 바다에서 그는 외로웠고, 한없이 큰 바다 위에서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마리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 잠과 배고픔을 이겨내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버텨내는 모습에 인간의 의지를 나에게 되새겨 주었다. 노인은 바다 위에 한 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는 한 점에 그치지 않고, 넓은 바다가 그의 한 점이 되었다. 바다 위에서 노인은 누구보다 젊었으며 위대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노인에 빗대어 생각해 보았다. “과연 나라면?” 이 질문 하나가 나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힘들 땐 포기하던 내 모습, 목표한 일에 매진하지 못한 나를 돌아보며 “나는 참 나약한 존재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의 나는 바다 위에서 노인처럼 의지 있고 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다. 노인이 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것처럼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나도 내 인생에서 거대한 청새치 아니 고래를 잡을 것이다.”

원재의 고래는 무엇일까? 원재가 자기 인생의 고래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고 정하려 하고 있다. 원재는 요즘 공부하는 습관들이기를 하고 있다. 하루 두세 시간은 정해 놓고 공부와 독서를 한다. 덴마크 친구들과도 통화하며 영어 실력을 쌓고 있다. 일주일에 3번은 벤자민학교 학습관에서 친구들과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을 한다. 평소 관절을 꺾어서 소리내기를 좋아했는데 국학기공을 하고 나서 몸이 부드러워져 소리가 안 난다. 그리고 정적인 동작에서 지구력과 인내심이 길러진다. 벤자민학교에는 사이버학습시스템이 있어서 요즘 통일에 관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원재는 어려서부터 사회문제나 북한 문제 등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지금 온라인 강의는 재미있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전국 벤자민학교 친구들이 모이는 워크숍에 다녀왔다. 원재는 첫 워크숍을 마치고 느낀 소감을 글로 보내왔다.

송원재 군은 지난 4월 11일과 12일 천안 홍익인성교육원에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중앙워크숍에 참가해 친구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 고유의 가락에 맞춰 풍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학생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송원재 군은 지난 4월 11일과 12일 천안 홍익인성교육원에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중앙워크숍에 참가해 친구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 고유의 가락에 맞춰 풍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학생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벤자민 첫 중앙 워크숍에 전국 모든 벤자민 학생들이 온다는 거에 기대가 되고 설렜다. 일반 학교에 다니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한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 같은 기대감,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거 같은 친구들을 찾을 생각으로 중앙워크숍에 갔다.

처음에는 모두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각 지역 친구 이름을 적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단체줄넘기를 했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다르긴 다른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러 멘토님의 강의를 들었다. 그중에서 장계황 교수님의 “미친 듯이 놀아라.”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술, 담배와 같은 일탈에 빠지는 놀음이 아니라, 좀 더 자신을 발전시키고 경험을 하라는 말씀이었다. 앞으로 내가 더 발전하고 경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니 기대되고 설레었다.

저녁이 되어 교장 선생님 지도로 모두가 자신에게 고맙고, 미안했던 순간들을 말하며 자신들의 과거를 나누고 이야기했다. 다 좋은 과거만 있는 게 아니듯이 친구들도 그랬다. 하지만 현재의 그 친구들은 극복하고 좋은 미래를 만들려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단점을 적고 격파하는 시간에 소리를 펑펑 지르며 스트레스도 풀었고 새롭게 다짐하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저녁에 같은 학습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더 가까워지고 깊이 알아가서 좋았다. 앞으로 같이 자고 놀 일이 많으니 기대가 된다. 아침에 일어나 체조를 하고 축구도 하며 즐겁게 지냈다. 사실 동네 친구들이 있는 학교가 가끔은 그리웠다. 그렇지만 그 순간만큼은 전혀 그립지 않았고 그런 감정들을 지울 수 있었다.”

원재는 올해 친구들과 국토순례를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대입 검정고시를 시도해 보고 내년에는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가졌던 체육지도자의 꿈은 일단 보류다. 자신이 더 하고 싶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보내자고 다짐한다.

원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공부보다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원재는 이제 결과를 만들어서 부모님에게 보답하고 싶단다. 어릴 때는 어머니가 돈이 안 되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어머니가 멋있다고 생각을 한다. 원재도 어머니처럼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가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원재의 꿈 찾기 1년, ‘드림 이어(Dream Year)’가 시작되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원재의 꿈 놀이터가 되었다. 지금 원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응원이다. “원재는 할 수 있어!” “원재라서 할 수 있어!” 코리안스피릿은 원재의 꿈 찾기를 손뼉 치며 응원한다. 3개월쯤 후에 마음이 더 크게 자란 원재를 기대하며. 원재야.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