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에서 네일 아티스트의 꿈을 찾은 윤지유(22) 양. 그 꿈을 찾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때 우울증으로 인생을 포기하려 했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 두었고, 방황했다. 그랬던 지유 양을 방황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벤자민학교이다. 자신의 꿈을 찾아 이제는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가며 네일숍을 운영하는 지유 양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벤자민학교를 졸업하고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는 윤지유 양. [사진=김민석 기자]
벤자민학교를 졸업하고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는 윤지유 양. [사진=김민석 기자]

-벤자민학교 졸업 후 네일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군요. 네일 아티스트는 어떤 직업인가요?

간혹 네일아트가 꾸미기만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손톱이나 발톱을 고치러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 손톱에 무좀이 있거나 파고드는 발톱 때문에 제대로 걷지를 못하시는 분들도 있죠. 그런 분들은 지속적으로 관리 해드리면서 손, 발톱 문제들을 해결해드리죠. 손톱에 자신감 없어 하는 분들도 예쁘게 해드려서 내 손톱도 예쁘다는 자부심도 갖게 해주고요.

-어린 나이에 창업을 했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부모님의 힘이 컸죠. 숍을 내고 자리를 잡기까지 1년이 걸렸어요. 네일아트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나뉘어요. 성수기인 여름에는 사람들이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고, 꾸미고 싶다 보니 많이 찾아요. 비수기에는 적자가 나는 경우도 있어요. 그걸 직접 경험하다보니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이제는 안정적으로 운영 하면서 직원도 두 사람이나 되요.

-네일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운동을 좋아했어요. 근데 벤자민학교 재학시절 교통사고로 무릎을 크게 다쳐서 한 달을 병원에서 보냈어요. 운동을 못하게 되어 평소에 네일아트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 기회에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네일아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재밌더라고요.

저는 성격상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은 잘 못해요. 돌아다녀야 하는데 네일아트는 하나에 집중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도 같이 배우면서 저와 함께 자격증 시험을 보고 합격했죠. 평균 1년이 걸린다는 데 저는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나에 집중하다보면 그것에만 몰두하는 성격이라 더 빨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6개월 만에 네일 아티스트 자격증을 취득한 지유 양은 네일아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김민석 기자]
6개월 만에 네일 아티스트 자격증을 취득한 지유 양은 네일아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김민석 기자]

-네일 아티스트로서 어렵거나 힘든 점은 없나요?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것이 있듯이 지금 제 나이 때 할 수 있는 것을 못하고 있죠.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돼서 침대에 누워버리고, 쉬는 날에만 가끔 친구들을 만나죠. 일에만 몰두하느라 저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희 숍 근처에만 6개의 네일숍이 있어요. 그래서 더 많은 서비스도 제공하려 하고, 어떻게 하면 손님들을 더 끌어 모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벤자민학교는 어떻게 입학하게 되었나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초반에 자퇴를 선택했어요. 친구들과의 불화도 있었고, 학교에 적응도 못하고, 우울증도 앓고 있었죠. 한동안은 집에만 있었는데 저도 답답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방황하기 시작했어요. 할머니가 당시에 많이 아프셨는데 제가 자퇴한 것을 못마땅해 하셨어요.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것 같다는 말에 병원으로 달려갔죠. 그때 할머니가 저를 보시더니 벤자민학교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이모들한테 이야기를 듣고 저한테 그 얘기를 하셨죠. 이 학교에 가서 적응도 좀 해보고, 사람들도 만나면서 너무 방 안에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할머니가 저를 많이 생각해주셨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함께 면접을 본 후 벤자민학교에 들어오게 되었죠.

-재학 시절 했던 활동을 이야기를 해주시죠.

지구시민캠프가 기억에 남아요. 미국 세도나로 가는 캠프였는데 가기 전까지도 많이 방황했죠. 캠프에서 했던 활동 중 어두운 밤에 17km를 걸으며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는 시간이 있어요. 캠프 직전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저는 무릎 보조기를 차고 있었어요.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그래도 걷겠다고 했어요. 도전하는 의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2016년 4월에는 친구들과 함께 국토대장정에 도전했죠. 제주도 한 바퀴를 돌면서 저의 한계를 체험했어요. 걸으면서 욕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발도 아픈데 꾹꾹 참으면서 울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싸우고, 이어폰 꽂고 걷기도 했어요. ‘내가 왜 이걸 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끝나니까 아쉽더라고요. 뭔가 해냈다는 생각이 드니까 자신감과 자존감이 정말 많이 올라가게 되었죠.
 

지유 양은 국토대장정을 통해 한계를 넘어서며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했다. [사진=윤지유 제공]
지유 양은 국토대장정을 통해 한계를 넘어서며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했다. [사진=윤지유 제공]

-숍에 들어오면서 밖에 지구사랑사업장 팻말이 붙어있는 것을 봤습니다. 평소에도 지구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벤자민학교는 지구시민으로 성장하는 곳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를 어떻게 하면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게 되었죠. 지구를 위해 기부에 동참하고 인간사랑, 지구사랑을 실천하고 싶었어요. 지구시민운동에 저의 기부금이 쓰인다고 하니까 뿌듯하네요. 더 많은 사람들이 지구 살리기 운동에도 동참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지유 양이 지구사랑사업장 등록을 하며 숍 앞에 지구사랑사업장 팻말을 붙이고 있다. [사진=김민석 기자]
지유 양이 지구사랑사업장 등록을 하며 숍 앞에 지구사랑사업장 팻말을 붙이고 있다. [사진=김민석 기자]

-벤자민학교에서 본인에게 찾아온 변화는 무엇인가요?

‘인사이드 아웃’ 이라는 영화에 ‘새드니스(슬픔이)’라는 캐릭터가 나와요. 항상 우울하고 의욕이 없는 캐릭터인데 제가 벤자민학교에 오기 전과 비슷해요. 극단적인 선택도 여러 번 했고, 자신감도 없었어요. 자존감은 땅을 쳤죠. 세도나 지구시민캠프를 다녀오고, 제주도에서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내 한계를 넘어서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들더라고요. 이 계기를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회복 되었죠.

졸업하고 나서는 누군가의 보호가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스스로 헤쳐 나가야하니까 자립심이 강해졌죠. 지금보다는 더 나아지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벤자민학교에서 경험한 것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 점이 있나요?

벤자민학교에 오기 전에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조차 몰랐던 것 같아요. 저의 얘기를 밖으로 꺼내는 것도 싫어했고요. 하지만 이 학교에 오고 나서 선을 긋지 않고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대화하는 법을 배웠어요. 저희 숍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그럼에도 벤자민학교에서 배운 것 덕분에 넉살 좋게 이야기하고,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 다가갈 수 있게 되었어요.
 

지유 양은 벤자민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늘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사진=김민석 기자]
지유 양은 벤자민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늘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사진=김민석 기자]

 

-일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손님들이 시술 받고나서 좋아할 때가 가장 뿌듯해요. 예쁘다는 말을 듣거나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고 저를 태그해주시면서 감사하다고 올려주실 때 기쁘죠. 단골손님 중에서 ‘저 지유 원장님한테 해주세요’ 라고 하시는 분들도 가끔 있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 자신감도 더 많이 생기죠.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네일 학원 강사로도 일해보고 싶고, 네일 회사에 들어가서 네일 에듀케이터로도 활동 해보고 싶어요. 무엇이든 저에게 도움이 될 경력들이니까 점점 경력을 쌓아가면서 2호점을 차리고 싶어요. 왁싱, 눈썹, 반영구화장, 헤어 등 많은 시술을 같이 할 수 있는 토탈숍으로 운영해 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