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중학교를 마치면 고등학교로 바로 진학하곤 한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틀이다. 그런 틀을 깬 학교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교장 김나옥)이다. 국내 최초 고교완전자유학년제를 시행하는 벤자민학교는 청소년들이 꿈을 찾고 인생의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이다.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가야 하기에 큰 결심이 따른다.

이처럼 자녀들이 꿈과 삶의 목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조금 다른 선택을 지지하는 학부모들을 소개하려 한다. 허선영(51세) 씨는 2기 육동현(21세) 군, 3기 육정현(19세) 군을 벤자민 학교에 보냈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육동현, 3기 육정현 군의 어머니 허선영 씨. [사진=김민석 기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육동현, 3기 육정현 군의 어머니 허선영 씨. [사진=김민석 기자]

두 아들이 졸업을 한지도 꽤 되었네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첫째 동현이는 영국에서 유학 중이에요. 영국은 대학이 3년제인데 외국인들은 파운데이션 과정을 거쳐 대학에 진학해 4년제입니다. 파운데이션 과정 입학을 위해 입학 제의를 받아야 하고 파운데이션 과정 성적을 토대로 학교에 원서를 넣을 수 있어요. 현재는 더럼대학교(Durham University)와 배스대학교(University of Bath)에서 제의를 받은 상태에요. 올해 과정을 마치면 두 대학 중 한 곳을 선택해서 들어갈 예정이에요.

정현이는 벤자민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복학을 했어요. 19살이지만 1년을 대안학교에서 보내 자기보다 어린 동생들과 학교를 다니고 있죠.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으로 대학을 갈 생각은 없었어요. 벤자민학교를 다니면서 그림에 다시 눈을 뜨기 시작했죠.

벤자민학교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벤자민학교 수업은 뇌교육을 토대로 이루어지는데 동현이와 정현이는 2009년부터 뇌교육 수업을 받기 시작했어요. 뇌교육을 하면서 벤자민학교를 알게 되었죠. 동현이는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한 아이는 아니었어요. 자유분방한 성격이었죠. 고등학교 때도 공부에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때 벤자민학교에서 주최하는 인성영재캠프를 2박3일간 다녀오게 되었어요. 캠프를 다녀오더니 본인이 가겠다고 선택을 했죠.

정현이는 형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벤자민학교에 관심을 갖긴 했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단 고등학교에 진학했죠. 공부도 잘했어요. 학교에서 시키는 건 모든지 잘하고 모범생이었죠. 스스로가 정해진 틀 안에서 잘하려고 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요. 힘들어도 뭐든지 최선을 다하는 아이에요.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한 달 정도 다니고 자퇴를 하고 벤자민학교를 선택했습니다.

두 아들이 벤자민학교에 오기 전에는 어땠나요?

동현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전학을 가기 전까지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중학교 들어가서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시작했죠. 학교 담을 넘어서 놀러 가기도 하고 사고도 가끔 쳤죠. 학교에서 벌점 문자가 오면 별일 아니라면서 거짓말도 하곤 했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렇게 해서 저를 속인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알고도 속아주고 모르고도 속아주었죠.

정현이는 굉장히 마른 체형이었어요. 벤자민학교를 다니면서 10kg정도 쪘죠. 체격도 커지고 마음도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6살 때부터 미술학원을 다녔는데 자기는 그림으로 대학을 갈 생각은 없다고 했어요. 그러다 벤자민학교에 와서 그림에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이제는 미술로 입시 준비를 계획하고 있어요.

벤자민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목표를 잡은 것 같네요. 동현 군은 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선택을 한 것인가요?

벤자민학교 재학 시절 ‘온이어(On Year)’라는 토크쇼를 기획했어요. 후원도 본인이 받아 오고, 연사 초청도 직접 하고, 관객 모집을 위한 홍보 계획도 스스로 세워보면서 경영학에 관심을 가진 것 같습니다. 강연행사를 기획하는 회사인 마이크임팩트 한동헌 대표가 동현이의 멘토였는데 이 분도 경영학을 전공하고 지금의 회사를 창업하신 분이거든요. 그 분께 많은 조언을 들으면서 경영학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동현 군은 '온이어(On year)' 토크쇼의 기획자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찾았다. [사진=허선영 제공]
동현 군은 '온이어(On year)' 토크쇼의 기획자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찾았다. [사진=허선영 제공]

정현 군은 어떤 그림을 주로 그리나요?

주로 캐릭터를 많이 그려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고 최근에는 웹툰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한지수 그림작가 멘토께 멘토링을 받으면서 자기가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발견한 것 같습니다. 스케치는 손으로 하고 파일을 컴퓨터로 옮겨서 색칠은 컴퓨터로 하는 식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아들들이 하셨던 프로젝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정현이는 친구들과 국토대장정을 했어요. 서울에서 출발해 해남 땅끝마을까지 갔죠.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같이 걸었던 분도 계셨고, 저는 아이들 밥을 사주면서 응원했죠. 아이들이 그렇게 고생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에 대한 신뢰가 더 많이 쌓였죠.

멘토와 함께 벽화그리기도 했고, 전시회도 열었죠. 한 번은 친구와 함께 서울과 원주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어요. 그림을 보고 사가신 분도 몇 분 계셨는데 정말 행복해보였어요. 정현이가 그런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안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정현 군은 벤자민학교 친구와 함께 전시회도 기획하면서 자신을 표현했다. 위에 있는 그림은 정현 군이 전시회에서 전시한 그림이다. [사진=허선영 제공]
정현 군은 벤자민학교 친구와 함께 전시회도 기획하면서 자신을 표현했다. 위에 있는 그림은 정현 군이 전시회에서 전시한 그림이다. [사진=허선영 제공]

동현이는 ‘온이어(On Year)’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본인이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동현이를 비롯해 연사로 올라갔던 학생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어요. 무엇보다 자기 주도적으로 구상하고 팀원들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잘 개척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많이 바뀐 것 같네요. 그 외에 바뀐 점이 있을까요?

정현이는 어릴 때부터 마음이 여린 아이였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이 정현이가 너무 여려서 혼을 못 내겠다고 할 정도였죠. 벤자민학교에 와서는 자유로워진 만큼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책임감이 많이 생기고, 자신감도 커졌죠. 예전에 비해 훨씬 남자다워진 것 같아요.

동현이는 정말 자립심이 많이 키워진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기숙사가 제공되면 식사도 같이 주지만 영국에서는 숙소만 제공을 하고 식사는 본인이 알아서 해결을 해야 해요. 빨래도 자기가 코인세탁소에서 동전을 넣고 알아서 해야 하고요. 그런 면에서 적응을 못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동현이는 알아서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문제해결력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동현이가 더럼대학교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영국으로 갈 때,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연착 되어서 연결 편을 타지 못했어요. 그때가 토요일이었는데 일요일 아침까지 비행기가 없었죠. 근처에서 자고 월요일에 출발하라고 이야기했더니 가서 그 날은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어떻게든 그 전에 도착할 방법을 찾더라고요. 밤새 찾아서 한 번 갈아타는 기차를 구해서 일요일에 도착을 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문제해결력이 정말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어머니로서 자신의 아들들의 이야기를 하는 허 씨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사진=김민석 기자]
어머니로서 자신의 아들들의 이야기를 하는 허 씨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사진=김민석 기자]

아들들이 변화한 것을 보고 어머니에게도 찾아온 변화도 있는지요?

아이들이 활동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안에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보게 되었죠. 동현이와 정현이를 통해서 감동을 받고 저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걱정하던 마음이 이제는 믿고 맡기는 쪽으로 점점 바뀌었죠. 세상 모든 부모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것이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일 거예요. 그 어려운 것을 할 수 있게 아이들이 성장한 곳이 벤자민학교에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앞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시나요?

전문성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도와주는 홍익의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직업이 단순히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홍익을 실천하는 수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허 씨는 두 아들이(왼쪽 동현 군, 오른 쪽 정현 군) 세상을 위해 홍익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는 인생선배로서 두 아들에게 도와주는 멘토가 되고 싶다고도 밝혔다. [사진=허선영 제공]
허 씨는 두 아들이(왼쪽 동현 군, 오른 쪽 정현 군) 세상을 위해 홍익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는 인생선배로서 두 아들에게 도와주는 멘토가 되고 싶다고도 밝혔다. [사진=허선영 제공]

아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도움을 주시고 싶으신가요?

동현이가 자기 생일 때 저한테 편지를 썼어요. 엄마가 자기한테는 멘토였고, 존경한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문제가 생기면 저에게 도움을 청하고 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주죠. 그런 것이 동현이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정현이에게도 그렇게 도와주고 싶어요.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컸으니 엄마로 살기보다는 인생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는 멘토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