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세종대왕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만들었다. 이를 주시경은 ‘한글‘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체계화했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이하 UBE) 국학과 교수(사진)는 문자가 아닌 ‘말’에 주목했다.

“민족의 역사와 함께하는 말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하나의 말은 최초의 골격을 갖추던 시점의 문화를 그대로 흡수해 그것을 뼈대로 발전해갔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뼈대를 살펴보면 근본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평소에 우리가 쓰고 있는 말들을 잘 살펴보면, 그 속에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사유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총장 이승헌) 국학연구연구원은 광복 70년과 한글날 569돌을 기념해 '국학과 한글운동'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사)국학원(원장 권은미), (재)한민족기념관(관장 장영주)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오는 13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예인홀에서 열린다.(바로가기 클릭) 

이날 이 교수는 ‘한글과 현대단학, 뇌교육-우리말 속에 깃든 정신’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정신의 뿌리를 ‘얼’에서 찾는다. 대표적인 말이 ‘얼굴’이다.

“‘얼굴’이라는 우리말은 ‘얼’과 ‘굴’,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얼’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 ‘넋’, ‘혼’을 뜻하고, ‘얼’은 ‘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때 마음은 몸과 다른 것이 아니며 한 단어()에서 나온 말이라고도 한다.”

이 교수는 얼은 배워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감각을 터득하는 것으로 봤다. 그러니까 수행을 통해서 인식할 수 있고 체득(embodiment)할 수 있다는 것. 그 얼은 말을 통해서 드러나니, 이때의 말은 얼의 표상과도 같다.

‘굴’은 ‘구멍’으로 눈구멍, 콧구멍, 입구멍, 귓구멍 등을 뜻한다. 따라서 ‘얼굴’이란 ‘얼이 들락날락하는 굴’을 의미한다.

유교와 불교, 도교 등 외래사상이 들어오기 이전에 있었던 우리나라 고유의 가르침, 한국선도(韓國仙道)는 7개의 구멍 외에 2개의 굴이 더 있다. ‘대천문(大天門)’과 ‘소천문(小天門)’이 그것이다. 동양의 경혈학(經穴學)에서는 이를 ‘백회(百會)’와 ‘전정(前頂)’이라고 하는데 머리 맨 위, 정수리 부근에 있다.

현대 단학에서는 대천문은 천기(天氣)가 흘러들어오는 문이기에 ‘통천혈(通天穴)’이라고도 하고 소천문은 대천문 앞에 있는 혈로써 우주의 맑은 기운인 천기가 잘 흘러들어오는 곳으로 본다.

이 교수는 “얼은 단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만이 관련된 것이 아니라 에너지 즉 천지의 기운과도 관련이 있다”라며 “내재한 얼은 내 안에서부터 밖으로, 빛으로 드러나는 것이기에 얼굴이 환하다는 말을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말의 특징은 생명의 이치에 뿌리를 두고 있고 몸과 관련이 깊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음성내공 수련이 좋은 예다. ‘아’는 심장과 공명하는 소리, ‘이’는 간장과 공명하는 소리, ‘어’는 위장과 공명하는 소리, ‘우’는 방광과 신장과 공명하는 소리, ‘허’는 허파와 공명하는 소리, ‘옴’은 얼굴과 공명하는 소리이다. 이는 실제 수련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말은 근원적으로 몸과 연결되고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말의 본질이며 우리말은 특히 그 본질을 잘 보존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몸을 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몸을 잘 느끼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요하다.”

한편 학술대회는 이 교수 외에 ▲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의 단군에 대한 이해’(조남호, UBE) , ▲주시경의 삶과 철학(윤구병, 변산공동체 농부철학자), ▲해방 이후 조선어학회의 정치지형(박용규,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과학적’ 국어학의 유산: 경성제대와 서울대(김영환, 한글철학연구소) 등이 발표된다.
 
참가비 없음
문의) 041-529-2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