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3월 교육부는 중학교 국사교과서에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고 한다’에서 ‘하였다’라고 개정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를 마치 남의 나라처럼 기술하던 것에서 주체적으로 쓰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클릭)

또 몽골 침략기는 대몽항쟁기라고 표현하면서 일제침략기는 식민지라고 써왔다. 최근 대일항쟁기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식민지라고 쓰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스스로의 눈이 아니라 남의 눈으로 역사를 보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14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연구원 주최로 ‘국학의 관점에서 본 역사교육 학술대회’가 열려 주목됐다. 현행 국사 교과서의 사관과 기술, 분량 등에 대한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홍익인간이다!

▲ 신운용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사진=윤한주 기자)
먼저 신운용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사진)의 주장을 들어보자.

신 교수는 “중국의 국학은 유교이고 일본은 신교(神道, 神敎)이다. 우리나라는 선교(仙敎)”라고 말했다.

이러한 근거는 최치원의 <난랑비 서문>에 적은 ‘선사(仙史)’와 ‘풍류(風流)’에서  찾을 수 있다.

“나라에 풍류라는 현묘(玄妙)한 도(道)가 있다. 이 교(풍류)를 세운 역사는 선사(仙史)에 자세히 나와 있다.”

신 교수는 “국학은 역사로 말하면 선사이고, 종교철학으로 말하면 풍류 즉 선교(仙敎)라고 할 수 있다”며 “국사는 선사의 흐름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천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기술될 때 한민족사로써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광개토대왕비의 ‘이도흥치(以道興治)’가 있다. 단재 신채호는 도(道)가 선교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국학사관의 전범으로 조선 숙종 2년(1676) 북애(北崖)가 저술한 <규원사화揆園史話>를 주목했다.

그는 “북애가 규원사화에서 내세웠던 사관을 역사 서술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는 ‘국사’라는 개념에 가장 잘 부합한다. 조판기·태시기·단군기·만설로 구성되어 있는 규원사화는 전체적으로 한민족이 문화단위로 출발하면서부터 한민족 본성(本性)의 발현과 그 성쇠를 시공간에 따라 그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수립의 사상적 배경은 단군민족주의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민족의 유일한 구심체였던, 같은 단군의 자손이라는 의식으로 형성된 단군민족주의가 대한민국 수립의 사상적 배경이었다. 모든 교과서에서 외면하고 있다. 이는 현행 교과서가 다원론적 관점과 자유민주주의사관(교학사 집필진의 사관)에 의해 기술된 결과로 보인다.”

이어 민족반역자 청산에 대해 현행 국사교과서는 적극적으로 기술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국학의 관점에서 민족반역자는 조선시대 성리학을 추구한 사대주의자들과 같은 의미이다. 조선이 근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사대성이 농후한 춘추사관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민족반역자 처단은 국학의 이념(홍익인간)을 그대로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홍익인간 사상과 연결했다.

“교과서에 한민족을 넘어 인류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서 한민족의 본성이 잘 드러나 있는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국제 평화 정착 노력의 구체적인 선례로 적시해야 한다. 안중근 동양평화론의 실천은 바로 국학이 지향하는 바이고 홍익인간의 구체적인 표현이자 실천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한국사 교과서가 거의 없다. 이 점에서 국학의 관점에서 기술된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이 절실히 요청된다.”

동학은 실패하지 않았다, 왜?

▲ 조남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사진=윤한주 기자)
조남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사진)는 한국의 선도(仙道)를 계승한 동학과 대종교를 발표했다.

조 교수는 현 교과서에서 동학과 대종교를 오로지 종교 영역에만 다루고 그 분량도 매우 적게 기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일제에 있었다. 이들을 유사종교로 격하했다. 이후 민족종교가 사이비로 전락하고, 그것이 현재까지 그대로 답습되었던 것이다.

조 교수는 동학과 대종교가 가장 중심으로 다뤄져야 할 주제임에도 유교, 기독교, 불교 다음으로 기술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먼저 동학에 대해 현행 역사 교과서에 대한 비판이다.

조 교수는 “지학사, 금성출판사, 교학사, 두산동아에서 동학의 이론에 대한 설명은 없고, 동학농민운동만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의 상관관계를 밝혀야 한다. 동학의 교리부터 동학농민운동이 나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 교과서가 동학혁명은 실패하거나 패배했다고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일본군과 끝까지 투쟁하였다는 기록(클릭)을 증거로 기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러한 투쟁이 의병들에게도 이어지고 그것은 곧 일본군이 마을마다 주재해야만 지배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연구원은 14일 흥사단 4층 강당에서 ‘국학의 관점에서 본 역사교육’ 을 주제로 제23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윤한주 기자)

이어 대종교에 대한 분석이다.

금성출판사를 제외한 대부분 교과서는 대종교의 교리와 역사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거나 간략한 소개에 그치고 있다.

비상교육 2007년판에서는 대종교에 대해 단군신앙에 기반하였고, 중광단을 결성하여 북로군정서로 개편하여 적극적인 항일 투쟁을 전개하였다고 하지만 세 줄로 설명하고 있다.

대종교의 한글운동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법문사는 조선어연구회와 조선어학회사건을 서술하고 있지만, 그들이 대부분 대종교인이었음을 소개하고 있지 않다. 천재교육에서는 주시경, 조선어연구회, 조선어학회 등을 언급하고 있을 뿐(281쪽), 그것이 대종교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도 설명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