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이기주의를 돌아보게 하였고 인성회복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인성교육진흥법이 만들어졌고 올 7월 초중고교에서는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른 인성교육의 의무적인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은 물론 두말할 나위 없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서 보여준 것은 어른들의 인성문제였다. 정작 학생들은 죽음의 위기상황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며 질서를 지키는 등 인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은 어른들의 양심불량에 따른 피해자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학생보다도 어른의 인성교육이 더 시급한 것이 아닌가?

이처럼 어른들의 인성문제를 보여주는 통계자료가 있다. 흥사단 투명사회본부에서 2013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정직지수는 85점, 중학생은 75점, 고등학생은 67점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 조사한 성인의 정직지수는 58.3점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정직지수가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이웃의 어려움과 관계없이 내가 잘살면 된다’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한 연령대는 20~50대 성인(20대 54%, 30대 55.2%, 40대 41.2%, 50대 36.8%)이 청소년(29%)보다 높았다.

이러한 통계수치를 볼 때 학교에서의 미성년 대상 인성교육보다 성년 대상의 인성교육이 더욱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세월호 1주기에 맞춰서 4월 16일에 발의된 인성함양진흥법안의 국회통과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인성함양진흥법안은 성인들의 인성함양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학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성회복국민운동은 이러한 취지에 부합하는 운동이다. 인성함양진흥법이 인성회복국민운동과 같이 뜻 있는 시민운동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아이는 어른의 행동을 보고 배우므로 학생을 위한 가장 좋은 인성교육은 어른이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말속에 담아 놓았다. 어른은 얼이 익은 사람 또는 얼이 온전한 사람을 의미하고 어르신은 얼이 완숙하여 얼이 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리 민족은 얼을 중시하였기에 얼에 관한 말들이 많다. 얼이 썩어서 상태가 안 좋다는 표현으로 어리석다, 얼이 나갔다는 표현으로 얼간이,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는 의미로 얼굴이라고 했다.

얼은 밝은 의식이고 ‘큰 나’다. ‘나’는 ‘작은 나’와 ‘큰 나’가 있다. 내 몸뚱이만 ‘나’ 라고 생각하는 나, 가족까지 의식이 확장된 나, 민족까지 의식이 확장된 나, 인류까지 의식이 확장된 나 이렇게 ‘나’는 ‘작은 나’와 ‘큰 나’가 있다. 어릴 때에는 내 몸뚱이만 나라고 여기다가 자라면서 부모, 형제의 아픔이 내 아픔처럼 느껴지는 가족까지 의식이 확장된다. 나아가 민족의 아픔이 내 아픔처럼 느껴지는 단계를 지나 인류의 아픔이 내 아픔처럼 느껴지는 의식으로 진화해간다. 나라를 위해 희생을 하신 분들은 민족의 나까지 의식이 커진 것이고 인류를 위해 희생을 하신 분들은 인류의 나까지 의식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의식을 키우는 교육이 인성교육에서 중요하다.

‘큰 나’는 너와 나의 구분이 없기에 네 일이 곧 내 일이 된다. 이런 ‘큰 나’의 삶이 홍익이다. 홍익하는 삶을 살아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 어른으로서 장년기를 사회에 공헌하면서 잘 보내고 노년에 이르면 어르신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은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교육, 얼을 살리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얼은 너와 나의 구분이 없는 ‘큰 나’이다. 양심도 너와 나의 구분이 없다. 네 양심, 내 양심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양심은 너와 나 똑같은 양심이다. 그러므로 얼에서 나오는 마음이 양심이고 얼이 살아나면 양심(인성)이 회복된다.

생각과 감정과 몸은 ‘작은 나’이다. ‘작은 나’는 너와 나의 구분이 있다. 네 생각과 감정과 몸이 있고 내 생각과 감정과 몸이 있다. 이런 ‘작은 나’에서 나오는 마음이 욕망과 이기심인 욕심이다. 따라서 욕심을 줄이고 얼을 살리는 교육을 해야 양심이 살아나고 홍익인간이 된다.

얼을 살리는 교육으로 ‘국학’교육이 있다. 국학은 그 나라의 고유한 역사, 문화, 철학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고유한 문화, 역사, 철학을 찾으려 하면 외래문화가 들어오기 전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 시기는 역사적으로 고조선 시기에 해당이 된다.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이념으로 건국한 고조선 시대의 문화, 역사, 철학인 국학을 알려주어야 한다. '홍익의 문화와 정신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가', '앞으로 인류사에 어떤 역할과 공헌을 할 것인가' 등의 국학교육을 통해 의식이 확장되고 얼이 살아날 수 있다.

국학교육은 뿌리교육이자 정체성 교육이기도 하다. 나뭇가지는 가지 입장에서 큰 가지, 작은 가지, 중간 가지, 위에 있는 가지, 아래 있는 가지 등 다 다르지만 뿌리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하나이다. 이처럼 국학교육을 통해 뿌리정신을 알게 되면 모두가 하나임을 깨닫게 되고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는 공동체의식도 가질 수 있다.

'나'보다는 '우리'를, '성공'보다는 '가치'를 따르게 하는 힘을 키워주고 얼을 살리고 양심을 살리고 어른을 만드는 교육이 국학교육이다. 따라서 인성교육의 중심에는 국학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우리사회에는 어른이 되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교사 이화영